
고딩 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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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투둑-. 비가 한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빗줄기가 거세졌다. 거세진 빗줄기가 머리부터 닿기 시작해 얼굴까지 차갑게 닿았다. 앗, 차가…! 얼른 집에 들어가지 않으면 흠뻑 다 젖어버릴 것 같아 두손을 머리 위에 얹고 후다닥 달려 집 앞까지 달려갔다. 아까 그렇게 먼저 가버린 게 괘씸해 먼저 들어갈까 하다가 감기라도 걸할까 전정국을 홱 돌아봤다.
“안 들어갈 거야?”
“… 가야지.”
전정국은 가만히 나를 보며 비를 맞다가 내가 먼저 집으로 들어가자 바로 따라 들어왔다. 우리는 흠뻑까지는 아니고 약간 옷이 축축해질 정도로 젖은 채 집으로 들어왔다.
“다녀오셨습니까. 두 분 다 좀 늦으셨네요?”
“제가 일이 좀 있어서요.”
“비가 갑자기 내려서 젖으신 것 같은데 얼른 올라가서 쉬세요, 아가씨. 정국 군도 올라가보세요.”
“네, 그럼 전 먼저 올라갈게요.”
전정국은 집사님에게 고개를 한 번 숙여 인사한 뒤, 나를 지나쳐 홱 2층으로 먼저 올라갔고 나는 집사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 잠깐 1층에 남았다. 저… 집사님! 제가 부탁드릴 게 하나 있는데…… 집사님은 부탁이 뭐냐 물으며 눈썹을 올렸다.
“혹시 퇴근하시기 전에 유자차 두 잔만 타서 올려주실 수 있으세요?”
“그거야 어렵지 않죠.”
“그… 유자차는 꼭 전정국한테 직접 제 방으로 가져가라고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아가씨, 방에 올라가시면 씻고 몸부터 데우세요. 감기 드시면 큰일 납니다.”
“히히, 알겠어요. 제가 부탁드린 거 잘 좀 부탁드려요-!”
집사님께 혹여 어려운 부탁일까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히 집사님께서 흔쾌히 알겠다고 해주셨다. 한껏 밝아진 얼굴로 2층에 올라온 나는 굳게 닫혀진 전정국의 방문을 잠깐 멈춰 바라보다 전정국의 방문을 똑똑- 두드린 뒤, 전정국이 나올 틈도 없이 빠르게 외치고 방으로 쏙 들어갔다.
“너 감기 걸리면 내가 미안해지니까 빨리 씻어. 그리고 아까는… 내가 미안.”
전정국에게 닿았는지도 모르겠지만 전정국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 걸로 봐서 들었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야 안심을 한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교복도 벗어둔 채 곧장 욕실로 들어가 몸을 담궜다. 왠지 모르게 생각이 많아졌다. 아마도 오늘은 전정국과의 모든 관계를 정리해야겠다는 내 다짐 때문이었으려나.
“휴… 오늘이 마지막이야. 진짜 마지막……”
기분 좋을 정도로 뜨거운 물에 목까지 푹 담근 나는 오늘밤 전정국에게 마지막으로 진심을 다해 고백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마지막 고백 장소는 내 방. 아까 집사님께 유자차 두 잔을 부탁한 이유도 마지막 고백을 위해서였다. 만약 이번에도 전정국이 날 밀어낸다면, 이번에는 정말 정리할 생각이었다. 몸이 말을 안 들어도 오늘은 정리해야 될 거라 생각했다.

머리도 말리고 편한 반팔티에 레깅스로 옷을 갈아입고서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지도 벌써 두 시간이 지났다. 곧 있으면 집사님께서 퇴근할 시간이었고 나도 마지막 고백을 할 생각에 떨려 뿌리지 않던 아카시아 향 향수를 목 부근에 뿌렸다. 으, 진짜 떨린다… 할 수 있다며 마음 속으로 몇 번이고 다짐한 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에 알림이 하나 떴다. 집사님께서 방금 전정국한테 유자차를 올려보내고 퇴근했다는 문자였다.
“아, 어떡하지…? 막상 하려니까 엄청 떨리는데…”
집사님의 문자를 받은 나는 곧 있으면 전정국이 내 방을 찾뎄지 하는 예상에 심장 박동수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금방 내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와 함께 전정국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여주, 잠깐 들어가도 돼?”
“ㅇ,어!”
내 대답이 들리자 한 손에는 유자차 두 잔이 올려진 선반을 든 채 문을 열고 들어온 전정국이었다. 전정국은 방문을 조심히 닫고서 유자차를 가지고 와 침대 옆 테이블에 올려놨다.
“유자차야, 집사님께서 마시래. 비 맞아서 감기 걸릴지도 모른다고.”
아, 그래…? 내가 부탁한 것이었기에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전정국한테 가까이 다가갔다. 나는 유자차 한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딱 좋은 따뜻한 온도와 기분을 좋게 만드는 달달함이 괜히 내 마음을 더 들뜨게 만들었다. 전정국, 너는 안 마셔?
“난 가서 마실게.”
“……”
“다 마시면 여기 그대로 올려둬. 나중에 가지러 올 테니까.”
여전히 선을 긋고 있는 전정국에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마치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느낌이었달까, 조금은 우울해지기까지 했다.
“… 나 때문이야?”
“……”
“아까 그거 때문에 더 밀어내는 거지?”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전정국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치라는 걸로 알 수 있었다. 아, 내 잘못이구나. 내가 아까 키스 어쩌고 하지만 않았어도 전정국이 이렇게까지 밀어내진 않았을 텐데. 적어도 유자차 한 잔 정도는 같이 마셔줬겠지. 나는 들고 있던 유자차가 든 컵을 테이블 위에 다시 올려놨다.
“정국아, 나 너 안 좋아할 거야.”

“어?”
“만약 네가 오늘도 날 밀어내면, 다시는 너한테 좋아한다는 말 안 할 거라고.”
“……”
“마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는데… 그래도 노력할 거야. 전정국, 널 좋아하지 않기 위해서.”
고백 전, 선전포고 같은 거였다. 김여주 스타일은 선전포고가 항상 먼저였으니까. 오늘도 네가 날 밀어낸다면 나도 널 그만 좋아하겠다는 내 포부이자,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었다. 그리고 바램이었다. 이 말을 듣고 오늘만큼은 날 밀어내지 않았으면 하는 끈질긴 바램.
“좋아해, 전정국. 그냥… 내가 널 정말 많이 좋아해.”
너를 향한 마지막 고백이었다. 이미 많은 고백을 한 탓에 덧붙일 말이 없어 좋아한다는 말 뿐이었지만, 여태 내가 한 고백들 중에 가장 진지했고 떨렸다.
전편 댓글을 보니 독자님들이 약간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서 말씀을 드립니당! 정국이는 여주한테 마음이 있던 상태예요. Ep. 15 부터 Ep. 18 까지 보시면 정국이 마음에 대한 떡밥이 조금씩 있을 거예요. 전편에서 정국이가 여주를 기다린 이유도 마찬가지!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여💗

이거 어떤 천사님이 배너라고 알려주셨어여! 응원 많이 해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