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경호원

26화

Gravatar

고딩 경호원










Copyright 2022 몬트 All rights reserved














집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떨리고 무서웠던 적은 처음이다. 우리 아빠가 워낙 딸바보라고 하지만 내 주변 남자들에 대해서, 연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엄격했으니까. 솔직히 전정국이 첫 남자친구인 것도 아빠가 한몫 했을 걸? 참 야속하게도 기사님께서는 다 도착했다며 차 문을 직접 열어주셨고 나는 집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렸다.





“회장님 기다리시겠다. 얼른 들어가자.”

“전정국, 나 좀 무서워…”

“괜찮아, 내가 네 옆에 있을게.”





진짜지…? 아빠가 뭐라고 해도 내 옆에 있어줘야 해? 나의 불안한 눈빛이 스쳐갔다. 전정국은 아직까지 덜덜 떨리는 내 손을 꼭 잡아줬고 그에 조금의 용기를 얻은 나는 전정국의 손을 더 꽉 잡은 채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오늘따라 더 썰렁하고 쌀쌀하다 못해 추운 듯한 냉기가 도는 우리집이었다. 혼자 있을 때도 이렇게까지 춥지 않았던 것 같은데. 차라리 혼자 있던 때가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냉기가 쫙 돌았다.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현관을 지나 거실 쪽으로 향했다. 거실을 슬쩍 보아하니 중앙 소파에 아빠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직은 뒷모습만 보여 아빠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좋지 않은 표정일 거라는 걸 단번에 예상할 수 있었다.





“둘 다 와서 앉아라.”





나와 전정국이 집에 왔음에도 뒤 한 번 안 돌아보는 아빠였고 이런 행동과 아빠의 차디 찬 목소리에 아빠의 화가 꽤 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잠깐 멈칫했다 단단한 전정국의 손길에 전정국과 나란히 소파로 가서 앉았다.





“내가 보고 들은 게 다 사실인가?”

“아빠, 나랑 얘기ㅎ,”

“김여주, 넌 잠깐 가만히 있어. 정국 군? 내가 대답하기 어려운 걸 물었나?”

“… 아닙니다.”

“그럼 대답 좀 해보게.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처음으로 아빠가 내 말을 끊었다. 처음이었다. 언제나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던 아빠가 내 말을 끊었고, 항상 따스한 미소로 나를 봐주곤 했던 아빠가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봤다. 자동적으로 입이 닫혔다. 나도 이러는데 전정국은 오죽할까. 아빠는 내가 아닌 전정국의 입으로 답을 듣고 싶어했고 전정국은 고심해 입을 열었다.





“다 사실입니다.”

“… 우리 여주랑 교제하는 게 맞다, 이 말인가.”

“네.”

“자네 지금 제정신이야?!”

Gravatar
“죄송합니다.”





전정국은 아빠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나와 사귀는 게 사실이라고 말하는데 왠지 모르게 죄를 지은 것 같은 전정국의 모습에 울컥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우리 아빠 앞에서 이런 모습인 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는 게 너무 화가 났다.





“… 아빠, 그만해.”

“뭘 그만해. 저딴 놈이 여주 너랑 만난다는데 내가 지금 화가 안 나게 생겼어?”

“그만하라고!”





아빠가 나를 얼마나 아끼는지,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딸인 나를 아무리 아끼고, 아무리 소중히 여겨도 아빠는 전정국한테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됐다. 아빠가 뭔데, 아빠가 무슨 자격으로 내 남자친구한테 못되게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서 울컥해 소리를 질렀다.





“아빠가 뭔데 나랑 전정국이 사귀는데 화를 내, 아빠가 뭔데 내 남자친구한테 소리를 지르냐고!”

“너 지금 겨우 저딴 놈 때문에 아빠한테…!”

“저딴 놈? 얘도 번듯한 이름이 있는데 놈, 놈 거리지 마. 아빠는 전정국한테 저딴 놈이라고 칭할 자격도, 못된 말할 자격도, 소리지를 자격도, 아무것도 없으니까.”

“김여주!”

“… 내가 먼저 좋아했어.”





화가 몰아치는 바람에 처음에는 무작정 언성을 높이고 소리를 질렀다. 또, 아빠한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말들을 막 내뱉었다. 화 때문에 열이 뻗쳐 목부터 얼굴 끝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꽥꽥 소리만 지르다 아빠의 높아진 언성에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 전정국이 아니라 내가 먼저 좋아했다고.





“뭐라고…?”

“내가 먼저 전정국 좋다고 쫓아다니면서 매달렸다고.”

“네가 뭐 모자라서 저런 놈한테 매달려! 자존심도 안 상해?!”





내가 전정국한테 좋다고 매달렸다는 말이 아빠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보다. 그래도 사실인 걸 어쩌겠어. 전정국은 내가 처음에 좋아한다고 했을 때도 안 된다고 거절했는데 내가 그 뒤로 포기 못하고 쭉 들이댄 건 사실이었으니. 아빠도 흥분한 건지 얼굴이 점점 시뻘겋게 변하기 시작했고, 전정국한테 매달리는 게 자존심도 안 상하냐며 소리쳤다. 그런 아빠의 호통에 꽉 깨물던 입술에서 피식 옅은 웃음이 나왔다. 자존심도 안 상하냐고…? 이건 대답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다. 





“아빠, 진짜 놀라운 게 다른 사람이었으면 상할 법도 한 자존심이 전정국이라서 하나도 안 상하더라. 아니, 오히려 그 시간들이 행복하기까지 했어.”

“여주야……”

“… 먼저 올라갈게요. 전정국, 가자.”





전정국이라서 자존심이 전혀 상하지 않았다는 내 말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허탈하게 웃음 짓는 내 표정 때문이었는지 아빠는 벙찐 표정으로 내 이름만을 불렀다. 그렇게 시끄러웠던 거실에 정적이 찾아왔고, 먼저 올라간다며 정적을 깬 나는 전정국의 손목을 잡고서 아빠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전정국은 우리 아빠가 걸렸던 건지 멈칫거렸지만 완고한 내 발걸음과 그런 우리를 가만히 두는 아빠에 2층으로 따라 올라왔다.









Gravatar









2층으로 올라와 전정국의 손을 놓은 나는 전정국한테 미안한 마음 반, 가라앉지 않은 흥분 반으로 먼저 방에 들어왔다. 나에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거라는 걸 예상이라도 한 듯 전정국은 내 분이 좀 가라앉을 몇 분동안 조용했다. 점차 내 흥분이 가라앉을 때쯤,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문을 열었다.





“들어가도 돼?”

“… 응.”





전정국은 내 얼굴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살포시 닫은 전정국은 후- 하고 숨을 깊게 한 번 내쉬더니 나를 끌어안았다. … 이제야 좀 살겠다.





“지금 딱 필요할 것 같더라고.”

“… 어떻게 알았대. 눈치는 되게 빨라?”

“누구 남자인데-. 이 정도는 기본이지.”





전정국의 품에 갇힌 나는 양팔로 전정국의 허리를 꽉 안았다. 전정국은 한 손으로는 내 등을 쓸어줬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전정국의 부드러운 손길을 계속 느끼다보니 어느샌가 전정국의 품에서 흐느끼고 있는 나였다.





“괜찮아, 오늘은 마음껏 울어도 돼.”

“흐으, 흐… 끅, 흐어어엉-.”





긴장의 끈을 이제서야 놓은 듯 싶었다. 아빠한테 그렇게 소리치는 것도, 막 대드는 것도 다 처음이었기에 큰 용기가 필요했던 나였다. 평소 같았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우물쭈물 망설이기만 했을 나인데 옆에 전정국이 있다는 거 하나로 큰 용기를 낼 수 있었다.

큰 용기가 필요했던 만큼 긴장이 풀리자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흘러내렸다. 왈칵 울음을 터뜨리고 눈물을 쉽게 멈추지 못했다. 전정국은 오늘도 우는 내 옆을 지켰고 전정국의 품 안에서 눈물을 멈췄다. 나는 전정국을 계속 안고서 전정국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물었다.





“앞으로도 내 옆에 계속 있어줄 거지…? 그치?”

Gravatar
“… 응, 네 옆에 계속 있을게.”





전정국의 슬픈 눈을 보지 못하고 그저 들려오는 대답에 마음을 놓은 나는 입꼬리를 당겨 미소를 지었다. 오늘 밤은 잠을 쉽게 들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