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경호원

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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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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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시간은 새벽 3시쯤, 그리고 내가 눈을 뜬 시간은 새벽 5시였다. 두 시간 밖에 못 잤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눈에 아무런 초점도 없이 허공을 응시했다.





“다들 자겠지?”





이불을 걷어 침대에서 내려온 나는 조심히 방문을 열었다. 아주 캄캄한 어둠이 내려앉은 2층 복도가 보였고 전정국의 방이 보였다. 아까 아빠랑 그런 일이 있었던 것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전정국의 방으로 들어갔고 곤히 잠든 전정국의 침대 옆에 앉아 그의 머리칼을 매만졌다.





“내 옆에 계속 있어준다고 해줘서 고마워. 나도 네 옆에 있을 테니까 우리 꼭 같이 있자.”





전정국의 머리칼은 내 손길에 살랑살랑 일렁일 정도로 부드러웠다. 두 눈을 꼭 감고서 색색 숨을 고르는 전정국을 애틋하게 바라보던 나는 잠든 전정국의 입술에 살포시 입을 맞췄다. 그때, 전정국의 한 손은 내 뒷 머리에 닿았고 또 다른 한 손은 내 손을 감쌌다. 그렇게 우리의 입술이 벌어져 얽히기 시작했다.

진득한 입맞춤을 끝내자마자 차오른 숨을 고르는 나와 달리 호흡이 긴 건지, 폐활량이 좋은 건지 아무런 변화도 없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은 전정국이었다. 너… 언제부터 깨어있었어?





“네가 들어왔을 때부터.”





가벼운 입맞춤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갑자기 진득한 키스로 넘어간 게 수상했던 내가 전정국을 슬쩍 노려보며 묻자, 전정국은 피식 웃으며 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 깼다고 답했다.





“치… 그러면 티라도 좀 내던가.”

“이 새벽에 너한테 입맞춤을 당할지 몰랐어서.”

“ㄷ,당했다니… 너 예전부터 말을 이상하게 하는 재주가 있더라?”





전정국은 여유로웠고 나는 다급했다. 억울하게시리. 먼저 입술을 부빈 건 내가 맞지만 혀를 섞은 건 내가 아닌 전정국이었는데, 뭐… 나는 약간 토라진 듯 팔짱을 꼈다.





“여주야, 우리 당일치기 여행 갈래?”

“여행?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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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그래, 가자! 전정국은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당일치기 여행을 가자며 제안했고 어디든 가자는 전정국의 말에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버스나 기차 타고 가려면 지금 나가야 하니까 얼른 옷 입고 챙길 거 챙기라는 전정국에 곧장 내 방으로 돌아온 나였다.

갑작스럽게 잡힌 여행이라 스피드가 중요했기에 옷장에서 청치마에 몸에 딱 맞는 검정색 가디건을 걸쳐 입고 미니백에 폰, 지갑 정도만 넣어서 밖으로 나온 나였다. 살금살금 2층에서 내려와 신발을 신고 조심히 집 밖으로 나온 우리는 아직 해가 다 뜨지도 않은 하늘에 서로를 마주보고 웃었다.




“전정국, 우리 해돋이도 보겠다.”

“그러게.”





우리는 서로의 손에 깍지를 끼고서 근처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최대한 빠르게 갈 수 있는 바다였고, 새벽 버스를 타고서 설레는 마음으로 바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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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달려오자 평소에는 볼 수 없던 넓고 예쁜 바다가 펼쳐졌다. 아직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고 신이 난 나는 전정국의 손을 잡고 바닷물 가까운 곳까지 달려갔다.





“우와! 진짜 예뻐…”





바다 위에 비쳐지는 햇빛이 반사돼 바닷물이 반짝거렸다. 전정국 옆에 나란히 서서 그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사람들이 마음이 심란하거나 복잡할 때, 왜 바다를 찾는지 알 것 같았다. 푸른색 물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차있고 바람 마저 시원한 게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답답했던 게 다 없어지는 느낌이야… 그치?”

“응, 정말.”





전정국도 나도 어제의 일로 각자 마음의 짐이 하나씩은 더 생겼을 거다. 그 짐을 바다에 내려놓기 위해 서로 아무 말 없이 손만 꼭 잡고서 한참을 서있었고, 둘 중 선뜻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점점 흐르고, 마음이 정말 편해진 듯 입가에 호선을 그린 나는 모래사장에 떨어져 있던 나뭇가지 하나를 들었다. 그리고 모래사장 위에 내 이름과 전정국의 이름을 적어 이름들을 감싸는 큰 하트를 그렸다. 전정국, 어때? 예쁘지!





“푸흡-, 엄청 예뻐. 너만큼은 아니지만.”

“또 이런다, 또. 시도때도 없이 그러면 나 엄청 설렌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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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라고 하는 건데? 잔뜩 설레서 나만 보라고.”





전정국의 예쁜 미소가 내 시야에 가득 들어찼다. 내 뺨은 점점 달아올랐고 전정국은 그런 내가 귀엽다는 듯 내 머리를 잔뜩 헝클어뜨렸다. 이씨, 야! 사납게 전정국을 노려보자 전정국은 살려달라는 말과 함께 모래사장 위를 힘껏 달렸고 나는 그 뒤를 쫓았다.





“하아, 하… 너, 왜 이렇게, 빨라……”

“네가 느린 거야.”





달리기로는 최하를 찍었던 나였기에 전정국을 쫓아 달린다 얼마 안 돼 자리에 멈춰 헥헥 거리는 나였고 전정국은 그런 나를 보더니 달리기를 멈추고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됐고,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나 배고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바다 근처니까… 해산물!”

“먹고 싶으면 가야죠-. 아가씨, 빨리 가자.”





우씨, 아가씨는 무슨! 전정국 너 거기 안 서?! 전정국은 나를 아가씨라고 놀리는 투로 말하고서 먼저 빠르게 달려나갔고 나는 주먹을 한 번 쥔채 전정국을 따라 달렸다. 숨이 폐 한 가득 들어찼고 숨이 벅찰 정도였다. 하지만 전정국 뒤를 쫓아 계속 달렸다. 전정국을 바라보며 달리는 이 순간, 아무리 숨이 벅차도 계속 달리고 싶었고 지금 내 표정은 어느때보다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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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근처에 위치한 식당에서 회랑 따끈한 국물까지 배부르게 먹었다. 전정국이랑 놀이공원에서 놀았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든든하게 배도 채웠고, 바다를 즐길 만큼 즐겼겠다 모래사장 뒤쪽 벤치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응시한 나였다. 앗, 차가…! 멍하던 내 정신이 번쩍 들어올 만큼 방금 막 타온 얼음 가득 아이스티를 내 뺨에 갖다댄 전정국이었다.





“무슨 생각해?”

“그냥… 너랑 함께라서 좋다는 생각?”

“그게 뭐야, 시시하게.”





시시하다니! 나한테는 제일 소중하고 흥미로운 생각이거든? 내가 발끈해 따지듯 묻자 전정국은 진정하라며 내 입에 아이스티 빨대를 쏙 집어넣었다. 우읍-, 갑자기 넣으면 어떡ㅎ… 어?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갑자기 들어온 빨대에 깜짝 놀랐지만 쪽 빨아마시니 시원하고 달달한 게 기분 좋아지는 맛이었다.





“여주야.”

“응?”

“만약에 내가 네 옆에 없으면 어떨 것 같아?”





순간 아이스티를 마시던 내 입이 멈췄다. 전정국은 덤덤히 시선을 앞으로 고정하고 있다가 내 시선에 이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왜 그런 걸 물어봐?





“궁금해서.”

“음… 상상하기도 싫고 상상도 안 돼.”

“왜?”

“몰라, 네가 내 옆에 있는 게 너무 익숙해졌나. 전정국 없는 김여주가 되라고 하면 난… 못할 것 같아.”





진심이었다. 잠깐이었지만 그 질문을 한 전정국도, 대답을 한 나도 그 순간만큼은 진지했다. 그렇게 한참의 정적이 흘렀고 전정국은 벤치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씨익 웃으며 나에게 자신의 손을 건넸다.





“가자, 김여주.”

“응!”





아무것도 모르는 유치원생 마냥 해맑게 대답한 나는 전정국이 뻗은 손을 잡고서 버스에 올랐다. 어제부터 계속된 불안함이 이제야 사라진 듯 버스가 출발한지 얼마 안 돼 잠이 솔솔 쏟아진 나였고 전정국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든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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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자, 그리고 미안해.”





내 뺨을 쓸던 전정국의 떨리는 손길과 어쩌면 마지막이 될 그의 인사를 듣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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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구독자 300명 감사드리고, 항상 좋아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