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딩 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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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내 방 안이었다. 분명 난 버스에서 잠들었는데 전정국이 버스 터미널에서부터 여기까지 날 끌고 온 건가? 전정국이랑 사귀면서 먹을 거 엄청 잘 먹어서 무거워졌을 내 몸뚱이에 일어나자마자 전정국 걱정부터 됐다. 설마… 허리 부러진 건 아니겠지…?!
설마하며 전정국 허리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찼던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옆방으로 달려가 방문을 세게 열어제꼈다. 야, 전정구욱-!
“뭐야? 어디 갔나??”
문을 열면 항상 보이던 전정국의 모습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항상 내가 찾으면 어디에서든지 나타났던 전정국이 왠일인지 보이지 않아 1층으로 내려갔다. 계속 거실과 주방 곳곳을 두리번거리자 소파에서 신문을 읽고 있던 아빠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물었다.
“일어났으면 밥이나 먹지, 뭘 정신 사납게 굴어.”
“전정국 못 봤어?”
“그 자식을 왜 아빠 앞에서 찾아.”
“있어야 될 사람이 없으니까 그렇지. 어디 나간단 말도 없이 나간 거야?”
내가 계속 전정국만 찾으며 묻자 아빠는 아무런 말 없이 읽던 신문을 접어 탁자 위에 올려놨다. 그리고 소파에서 일어나 식탁 앞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컵에 담긴 물 한 모금 마시고서 내게 말했다.
“경호원 새로 붙여줄 테니까 당분간만 조심히 다녀.”
“뭐? 그게 무슨 말이야…?”
“……”
“아빠, 내가 묻잖아. 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고!”
내 경호원은 전정국인데 무슨 경호원을 새로 붙여!! 아빠를 향해 소리를 빽 질렀다. 경호원을 새로 붙여준다는 아빠의 말에 불안함이 나를 장악했다. 눈 주위가 점점 새빨갛게 변했고 동공이 미친듯이 흔들렸다. 아빠, 말 좀 해봐… 아빠 이렇게 잔인하고 무서운 사람 아니잖아……
“앞으로 그 녀석을 마주치는 일 따위는 없을 거다.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으니까 쓸데없는 감정 소비 말고 밥 먹어.”
아빠의 말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내가 전정국을 마주하는 일이 없을 거라니…? 전정국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는 건 또 무슨 말인데…? 두 눈가에 눈물이 가득 들어찼다. 아니, 벌써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분명 내 옆에 있어준다고 했단 말이야…… 아빠가 나 미워서 거짓말하는 거잖아, 그치?
“여주야, 아무리 생각해도 그 놈은 아니야. 너 걔가 어떤 애인 줄 알기나 해?”
“… 상관없어.”
“여주야.”
“전정국이 어떤 사람이든, 어떻게 살아왔던 안 중요해. 난 전정국 그 자체가 좋아… 그냥 다 좋다고……”
“… 진정하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아빠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하는 나를 지나쳐 먼저 자신의 서재로 들어갔다. 나는 거실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아 흐느꼈다. 전정국이 살았던 환경 만으로 전정국을 판단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빠가 미웠고, 나에게 단 한 마디의 말도 없이 훌쩍 떠나가버린 전정국이 미웠다.
그렇게 한참을 서럽게 울다 눈물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으면서 계단을 올라 2층으로 향했다. 전정국 방으로 가 이곳저곳을 뒤졌고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방에 털썩 주저앉았다.
“번호… 내 전화는 분명 받을 거야……”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전화목록에서 전정국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 버튼을 눌렀다. 손이 덜덜 떨렸고 목소리도 떨렸다. 그렇게 뚜르르- 신호음이 가다가 뚝 하고 끊겼다. 전정국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아 두 눈이 크게 떠졌다. 하지만 들려오는 건 지금 건 번호가 없는 번호라고 말하는, 희망마저 짓밟아버리는 기계음 뿐이었다.
“흐윽, 흐… 전정구욱, 내 옆에 있어준다면서어! 흐어엉-. 이렇게 없어질 거면 그런 말은 왜 했는데… 왜 했는데에! 이 나쁜 새끼야……”
전정국의 온기가 싹 사라진 방바닥에 주저앉아 혹시나 전정국의 형태가 보일까 계속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눈물은 그 어느때보다 왈칵 쏟아져 얼굴 전체가 눈물 바람이 되었고 전정국이 없는 나는 아주 위태로운 상태였다.

전정국이 사라진 그날 밤부터 주말 내내 전정국 방에 틀어박혀 문을 잠근 채 발 한 발작 내밀지 않았다. 방문 바로 앞에 쭈그려앉아 등을 대고서 허공을 응시하는 내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울기는 또 얼마나 운 건지 목이 갈라져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고,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그대로 굳어있었다.
하루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무것도 마시지 않았다. 하루종일 그 자세로 하루를 꼬박 새웠다. 솔직히 나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나에게서 시간은 전정국이 사라진 뒤로 쭉 멈춰있었으니까. 이런 내가 쓰러질까 걱정은 됐는지 밥 시간 때가 되면 아빠부터 집사님까지 몇 번씩 방문을 두드렸다.
“여주야, 제발 밥 좀 먹자. 몸 상하면 어쩌려고 이래…”
“아가씨, 그러다 쓰러지십니다… 어젯밤부터 물 한 방울 안 드셨잖아요. 그러시는 것도 힘이 있어야 하죠, 제발……”
둘의 걱정 따위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애초에 들어왔으면 내가 이러고 있지 않았겠지. 나는 아무런 초점이 없는 두 눈으로 전정국의 번호를 몇 번씩 눌렀다. 전화가 걸려도 들려오는 건 없는 번호라는 기계음 뿐이었지만 그래도 미친 듯이 전화를 걸고, 울고 계속 반복했다.
“아아… 전정국……”
보고 싶은 그 이름을 몇 번이고 불러도 허공의 메아리일 뿐, 전정국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새벽이 지나가고 있었다. 매일 새벽마다 전정국의 방에서 해가 뜨는 걸 보고 있으면 바다에 갔던 그날이 떠올랐고,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눈물이 계속 차올랐다.
문을 잠구고 스스로를 거뒀던 전정국의 방에서 나온 건 이틀이 흐른 뒤였다. 먹은 것도, 마신 것도 없어 앞이 어지러웠고 몸이 비틀거렸다. 그럼에도 교복을 입고서 나온 이유는 혹시나 학교에 가면 전정국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가씨! 이 몸으로 어딜 가시려고요, 이대로 나가시면 정말 쓰러지실 수도 있어요…”
“… 괜찮아요, 저 빨리 학교에 가봐야 해요.”
“여주야, 이 몸으로 무슨 학교를 간다고 그래. 당장 병원이라ㄷ,”
내가 교복을 입은 채 1층으로 비틀거리며 내려가자 처음에는 집사님께서 날 막았고 그 다음으로는 출근하려던 아빠가 나를 막았다. 아빠는 내 한 손을 잡고서 병원이라도 가자고 했지만 나는 아빠가 원망스럽기만 해 아빠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몸에 아무런 힘도 없어 손을 뿌리치다 내 몸도 함께 비틀거렸지만 상관없었다.
“내 몸에 손대지 마. 아빠가 무슨 자격으로 날 걱정하는데… 이게 다 누구 탓인데!”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마지막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눈 흰자에는 핏줄이 잔뜩 서 충혈된 듯 보였고 소리를 지른 나는 숨을 격하게 내쉬었다. 충혈된 눈으로 아빠를 한참 노려보던 나는 그대로 집 밖으로 나와 학교로 향했다. 매일 등교하던 길이 비틀거리고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저어봤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죽기 살기로 학교까지 와 반으로 향하던 복도에서 나는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혀 그대로 복도에 나자빠졌다. 엉덩방아를 찧어 아파도 신음을 낼 힘이 없었다.
“김여주…?”
누군가의 목소리가 내 귀를 파고들었다. 나는 나와 부딪힌 누군가를 확인할 새도 없이 그대로 쓰러지며 눈을 감았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