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경호원

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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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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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전정국이랑 첫 데이트로 놀이공원에 갔던 그날과 마지막 데이트가 되버렸던 바다가 동시에 겹쳐 지나갔다. 그날의 우리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보여서 꿈속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나는 자연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 순간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깨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그때, 내 이름을 부르는 흐릿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귀를 틀어막았다. 점점 누구의 목소리인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해지자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굳게 감겨있던 눈꺼풀이 떠지고 베이지색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 몸을 덮고 있는 하얀 이불 위로 남자 손이 보였다. 눈썹을 찌푸리며 누군가 확인해보니 검정 반팔티에 추리닝 바지를 입고 있는 전정국이 보였다.





“바보냐, 진짜.”





전정국은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보며 바보냐 말을 꺼냈지만 눈은 예전에 날 바라보던 애틋한 눈빛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고 전정국에게서 고개를 휙 돌렸다.





“김여주, 나 안 봐줄 거야?”

“……”

“응? 여주야-.”





자기를 정말 안 볼 거냐고 묻는 전정국의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쓸데없이 너무 다정했다. 너 진짜 미워. 전정국의 시선을 여전히 피한 채로 밉다는 말만 달랑 뱉었다. 그랬더니 피식- 하는 전정국의 바람 빠진 웃음 소리가 들렸다. 넌 지금 이게 웃겨?! 발끈하며 돌렸던 고개가 다시 전정국을 향했다.





“잘 지냈어?”

“… 너 진짜!”

“내가 너무 늦게 물었나.”





엄청. 아까 전에나 그렇게 말해주지… 전정국은 아까 운동장에서 듣고 싶었던 말을 이제서야 하나씩 해주기 시작했다. 그것도 특유의 다정한 목소리와 말투, 애틋한 표정까지 더해서. 아까는 죽을만큼 밉게 느껴졌던 전정국이 미운 마음을 다 털고 나니 지금은 또 심장이 울렁였다.





“내가 너 없이 어땠는지 다 들었잖아.”

“왜 그렇게 지냈어, 겨우 내가 뭐라고.”

“… 너라서 그랬어. 전정국이라서.”





불과 두 시간 전 너에게 화내듯 소리쳤던 말들을 떠올리며 전정국을 바라봤다. 내 말을 듣고서 전정국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조금 씁쓸하다? 슬프다? 그 어중간한 감정 사이의 표정이었다. 너라서 그랬다고 말하는 내 눈 주위가 새빨갛게 물들어갔다.

전정국은 나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나를 품에 안았다. 전정국의 팔이 내 몸을 감쌌고, 전정국의 손이 내 등과 뒷머리에 닿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포근함에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 나는 소리없이 흐느끼며 어깨를 들썩였고 전정국은 아무 말 없이 내 뒷머리를 계속 쓰다듬어줬다.





“김여주.”

“… 응.”

“아까 네가 그랬지, 한순간에 떠날 정도로 네가 소중하지 않았던 거냐고.”

“……”

“보다시피 난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 그런 나한테 넌 유일한 소중함이야.”





날 안고 있던 전정국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전정국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렸고 내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스킨십을 할 때도 이렇게 떨지 않았던 전정국이 처음으로 내 앞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전정국… 왜 이렇게 떨어…?





“나한테 너무 소중한 사람이라서, 정말 많이 소중해서 떠날 수밖에 없었어…”





몸이 들썩이며 흐느끼기 시작한 전정국이었다. 전정국과 함께한 날들 중에 전정국이 눈물을 보인 순간은 단 하나도 없었다. 강한 줄로만 알았다. 전정국에게 무서운 건 하나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런 전정국이 지금 내 어깨에 기대어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정국아… 나는 그를 꼭 안아주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전정국을 끌어안아 매번 전정국이 날 다독이던 걸 반대로 전정국의 등을 토닥였다. 전정국은 울다가 잠깐 고개를 들어 나를 빤히 쳐다봤고 그의 눈에서는 아직도 눈물이 또르르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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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도 돼…?”





눈물을 한 방울 툭 떨어뜨리며 키스 해도 되냐고 묻는 전정국이 미치게 예뻐서 입꼬리를 올리며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내 뒷목으로 손이 감과 동시에 입술을 부딪히는 전정국이었고, 오랜만의 진득한 입맞춤에 자동적으로 두 눈을 감았다.

입술을 붙였다 뗐다 몇 번을 반복하고서 감았던 두 눈을 떴을 땐 키스로 인해 뺨이 붉게 달아올라 숨을 고르는 나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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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를 끝내고 못 봤던 그 며칠을 다 채우기라도 하려는 듯 벽 한쪽에 나란히 앉아 등을 기대어 손을 맞잡은 둘이었다. 아무런 얘기가 오가지 않았지만 말 안 해도 서로 알 수 있다는 듯 전정국과 나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아, 전정국. 나 물어볼 거 있어.





“뭔데?”

“아까 널 찾으니까 3학년이 아니라 1학년이라고 하던데… 너 나랑 동갑이잖아. 근데 왜 1학년이야?”

“음… 얘기가 좀 길어질 수도 있는데 괜찮아?”

“응, 괜찮아. 나 너에 대한 건 다 알고 싶어.”





그렇게 나는 전정국의 과거부터 현재의 일들까지 전부 다 들을 수 있었다. 전정국이 고아라는 사실과 고아원에서 나와 돈을 벌기 위해 별일을 다 했다는 것, 일 하느라 고등학교를 다닐 시간이 없어 열아홉에 겨우 입학했다는 것까지. 이제서야 전정국에 대한 의문들이 다 풀렸다.





“그럼 이 옥탑방도…”

“1년간 모은 돈으로 겨우 구했어. 심지어 월세.”

“… 처음에 네가 날 왜 밀어냈는지 이제 좀 알 것 같아.”





전정국의 형편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기에, 가볍게 생각했던 그때의 내가 부끄러워졌고 철 없는 소리하지 말라던 전정국의 단호한 말이 이제는 이해가 됐다. 전정국은 이런 상황에 나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던 거였다. 그래서 나와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라고 밀어내던 거였어. 우리 아빠도… 이걸 다 알고 있었으니 그렇게 화를 냈던 거였고.





“김여주, 우리 밖으로 나갈래?”

“응…!”





전정국은 나에게 자신의 외투를 하나 걸쳐주며 끼익- 옥탑방 문을 열었고 우리는 밖으로 나와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에는 별이 조금씩 콕콕 박혀 반짝였고 아래에는 건물의 불빛들이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우와… 진짜 예뻐!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네가 더 예뻐.”

“ㅈ,진짜 뭐래! 안 본 사이에 거짓말만 늘어서는…”

“어-? 거짓말 아닌데?”





전정국과 나는 나란히 서서 실실 웃었고 한참을 마주보며 웃다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손을 내민 전정국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싫어. 나 안 가… 너랑 같이 여기 있을래. 입술을 삐죽 내밀자 전정국은 내 손을 잡있다.





“나 이제 어디 안 가. 아니, 못 가. 그러니까 안심하고 집에 가자, 회장님 걱정하셔.”

“… 정말이지?”

“응, 너 없이는 죽을 것 같다는 걸 깨달았는데 어딜 가.”

“나 매일매일 올 거야. 학교 끝나자마자 바로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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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난 네가 올 때까지 기다릴게.”





전정국은 예쁜 미소를 보이며 나를 기다린다고 했고 여전히 불안하긴 했지만 전정국의 손을 꼭 붙잡고 집으로 향했다. 함께 택시에 타서도 꽉 잡은 두 손을 놓지 않은 우리였다.














저번 에피소드 댓글에 정국이 나이에 대한 것들이 정말 많았는데, Ep. 28 참고해주시면 됩니당! 그런 댓글들 아주 좋아여. 어떤 댓글이든 아원츄😆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