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경호원

33화

Gravatar

고딩 경호원










Copyright 2022 몬트 All rights reserved














전정국과 함께 있는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시간 상으로는 벌써 30분이 훌쩍 넘었는데 체감상 10분도 안 지난 것 같았다. 우리 집 앞에 택시가 멈추자 나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택시에서 내렸다. 전정국은 나를 집으로 들여보내기 전, 잠깐동안 나를 안고서 놔주지 않았다. 치… 전정국, 너도 사실 좀 아쉬운 거지?





“너랑 헤어지는 게 안 아쉬울 리가.”

“있잖아, 나 예전처럼 너랑 한 집에 살고 싶어.”

“아가씨, 헛소리 그만하시고 얼른 집에 들어가시죠?”

“헛소리 아니거든?! 이참에 내가 너네 집으로 들어갈까 봐. 저번에는 네가 우리 집에서 살았으니까 이번에는 내ㄱ,”

“씁-, 얼른 들어가.”





전정국의 품에서 고개만 빼꼼히 내놓고 전정국을 올려다보며 베시시 웃었다. 사실 예전처럼 전정국이 우리 집에서 같이 살고, 학교도 같이 다닌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은 그럴 수가 없었다. 나름 내 아이디어있는데… 전정국은 단호한 표정으로 얼른 들어가라며 내 등을 떠밀었다.

나는 또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또 나만 너랑 같이 살고 싶은 거지? 맨날 나만 원해, 나만… 어린애가 징징거리듯 전정국의 옷 끝을 살짝 잡아당기며 시무룩해있자 전정국은 두 손으로 내 뺨을 감싸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쪽- 하는 소리가 집 앞 거리에 퍼지고 나는 수줍어하면서도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김여주, 나도 너랑 매일 붙어있고 싶어. 뽀뽀도 매순간 하고 싶은데 꾹 참고 있는 거야.”





전정국은 항상 나를 위해 거리를 적정 거리를 정해 그 이상 선을 넘지 않았고, 그 덕분에 나만 매번 전정국을 원하는 꼴이었다. 그런 건 굳이 안 참아도 되잖아! 내가 소리치자 전정국의 눈빛이 달라지며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Gravatar
“내가 참지 않으면, 넌 감당할 수 있고?”





처음 보는 전정국의 표정에 시선을 어디에 둬야 될지 몰라 눈동자를 자꾸만 이리저리 굴렸다. ㅇ,어… 그…… 말까지 더듬으며 모든 게 멈춰버린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이거 봐. 김여주, 넌 나 감당 못해.”

“… 자존심 상해.”

“뭘 그 정도까지.”





전정국과 집 앞에서 한참을 꽁냥거릴 때, 우리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인기척이 들렸다. 철컥- 우리집 현관 문이 열리는 소리와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우리의 바로 앞에 있던 대문이 열렸다. 안에서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집사님이셨다.





“아가씨, 회장님께서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 알겠어요.”

“정국 군도 같이요.”

“전정국도요…? 아빠가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집사님은 나와 전정국에게 아빠가 우리를 안으로 불렀다며 얼른 들어오라고 했다. 나는 아빠가 또 전정국을 불러 뭐라고 할까 불안한 마음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전정국은 그런 내 손을 잡아오며 불안해하지 말라는 듯 나와 눈을 맞췄다. 그렇게 우리는 손을 꼭 잡고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Gravatar









안으로 들어오자 아빠는 언성을 높였던 그때와 같이 거실 중앙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때보다는 약간 누그러진 아빠의 얼굴과 분위기에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서 전정국과 나란히 앉았다.





“자네를 다시 보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 죄송합니다.”

“굳이 죄송할 필요는 없네. 그런 말이나 듣자고 부른 게 아니니까.”





아빠는 저번과 달리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할 만큼 침착했다. 약간 의아하면서도 갑자기 언성이 높아지거나 전정국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이 나올까 안절부절하며 들었다. 아빠는 나에게는 시선 조차 주지 않은 채 전정국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난 우리 딸의 짝으로 자네 같은 사람을 원하지 않아.”

“아빠!”

“어느 정도 수준이라는 게 맞았으면 좋겠고, 우리와 어울리는 집안을 원하네.”





역시나 아빠는 전정국에게 어떻게든 상처를 주고 있었다. 내 짝으로 전정국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도, 수준이 어느 정도 맞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우리 집안과 어울리는 집안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전정국에게는 상처가 될 게 뻔했다. 나는 점점 표정이 구겨졌다.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잖아. 그런 말 좀 하지 마.





“자네 떠나고 우리 딸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혹시 아나?”

“여주한테 직접 들었습니다.”

“그래. 애지중지 키운 자식이 며칠간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방에 박혀서 계속 울기만 하고, 죽지 못해 사는 애처럼 지내는데 어느 부모가 마음이 안 아프겠어.”

“… 지금 그 얘기가 왜 나오는데.”

“나는 내 딸이 더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하네.”





아빠는 나에게 전정국이 없던 며칠을 다시 떠올리며 한 마디, 한 마디 눌러 담아 얘기했다. 처음에는 그 얘기를 지금 왜 꺼내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아빠의 마지막 말을 듣고 놀란 표정으로 아빠를 쳐다봤다. 아빠… 그 말은 지금…!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인정하기 싫지만 자네와 함께 있을 때 우리 여주 얼굴이 가장 빛이 나던 걸.”

“회장님…”

“애초에 나는 그리 좋은 아빠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어. 애엄마 그렇게 가버리고 부족함 없이 잘 키우고 싶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애 혼자 외롭게 두고, 친구는 몇이나 되는지, 학교 생활은 어떤지 아무것도 몰랐네.”

“아빠…”

“근데 자네는 우리 여주에 대해서 다 알지 않나. 여주의 삶을 조금 더 빛날 수 있게 해준 사람이 바로 자네라는 걸 내가 이제야 깨달은 것 같군.”





아빠는 씁쓸한 표정으로 무덤덤히 말을 이어나갔다. 아빠의 솔직한 심정을 태어나서 처음 들었고 아빠의 진심을 듣는 순간 눈물샘이 또 왈칵 터져버릴 것 같았다. 아빠는 말하는 중간 나를 바라보며 인자한 미소를 보였고, 아빠의 미소에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이 내 무릎 위로 한 방울 툭 떨어졌다.





“우리 여주,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나보다 나은 자네가 알아서 하겠다만… 우리 딸 눈에서 더이상 눈물 나지 않게끔 많이 예뻐해 줘.”

Gravatar
“… 네, 제가 더 많이 좋아하겠습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올라가서 이만 자고, 내일 다시 짐 싸서 우리 집으로 들어와. 학교도 다시 옮기고.”





아빠의 허락이 떨어졌다. 아빠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져 미소를 한가득 보이고 있었고, 전정국 또한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이 중에 웃지 못하는 건 나 뿐이었다. 눈물이 얼굴 전체를 뒤덮어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고 끅끅거리며 몸을 들썩였다.

전정국은 그런 나를 살며시 안아 등을 토닥였고, 아빠는 그런 우리를 바라보며 한참을 그대로 앉아있었다. 나는 전정국의 품속에서 목놓아 울다가 팔로 눈물을 벅벅 닦아내고 눈가와 코끝이 새빨개진채 아빠한테 한 걸음씩 다가가 그대로 안겼다.





“아,빠… 흐윽, 흐… 고마워, 진짜……”

“울지 마, 우리 딸. 아까도 말했지만 아빠는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흐으… 끅, 으응……”

“처음에 그렇게 반대했던 것도 하나뿐인 소중한 딸이라서 더 그랬던 거 알지?”

“응… 알,아……”

“뚝 하고, 얼른 올라가서 자.”





아빠는 언제나 나를 보물처럼 아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아낀답시고 갖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줬다. 그래서였을까, 아빠한테는 내가 나와 비슷한, 좋은 집안 사람을 만나 편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랬나 보다. 오랜만에 아빠의 손길을 느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던 나는 아빠의 품에서 나와 옆에 있던 전정국의 손을 꼭 잡았다.

여전히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흐르고 있었지만 내 입가엔 미소가 활짝 피어있었다.














저번 에피소드 댓글들 다 너무 재밌었어여… 항상 재밌는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