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딩 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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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이 전학왔던 그날 이후, 우리 반 애들 중 누군가에 의해 전교에 소문이 몇 가지의 거짓과 섞여 하나 둘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소문은 뭐 이리 걷잡을 수도 없이 빠르게 퍼져나가는지… 참 의문이었다. 나와 전정국의 이름이 다른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계속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모양새가 내 신경을 충분히 거슬리게 하고도 남았다. 하, 내 이름이 뭐 아무개인 줄 아나.
“김여주, 왜 그렇게 심통이 나있어.”
“아, 몰라.”
“거슬려서 그래?”
… 조금은. 화장실이라도 다녀온 건지 내 옆자리 의자를 빼며 심통 어쩌고 묻는 전정국에 괜히 입술을 대발 내밀었다. 그런 나를 보며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한 번 으쓱 거리고는 입술 좀 집어넣으라며 턱을 괴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전정국이었고. 아니, 네가 생각하기에도 좀 그렇지 않아?
“뭐가.”
“나랑 저렇게 엮이는 거 솔직히 너도 별로잖아.”
“……”
“너랑 나랑 사귄다, 네가 내 빽이다, 선을 더 넘어서는 네가 나한테 몸을 대준다는데… 화도 안 나?”
“화 나. 화 나는데 사실이 아닌 걸 일일이 반박해서 뭐하냐, 더 진짜인 것만 같지.”
나도 어지간하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소문이라는 게 처음에는 새끼 손톱만 했다가 그 다음은 엄지 손톱만큼 커지고, 그 다음은 손바닥만 해지는 게 점점 부풀려 지고 있었다. 소문의 수위 역시 12금, 15금, 결국 넘어선 안 될 적정 수위를 넘고 있었고 이런 상황에 짜증을 있는 대로 내고 있는 나에 비해 전정국은 침착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짜증나.”

“짜증 그만 부리고 얼른 집에나 가지?”
헐, 벌써 학교 끝이야? 난 왜 하루가 가는 줄 몰랐지…? 여전히 어린애처럼 입술을 삐죽 내밀고 짜증난다며 고개를 홱 돌린 내 옆에서 드르륵 의자 끄는 소리를 내며 일어난 전정국이었고 벌써 하교 시간이라는 게 놀라울 뿐이었던 나였다. 전정국의 말로는 내가 오늘 하루종일 짜증내면서 반에 자빠져 있어서 그렇다는데… 반에 자빠져있진 않았단 말이야!
은근 말을 이상하게 하는 재주가 있는 전정국에 발끈하며 전정국한테 잘리고 싶냐며 장난치자 전정국 역시 큭큭 웃으며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미안하다고 했다. 전정국과 나는 언제부턴가 정말 친구가 되어 있었고 투닥거리면서도 나란히 걸어 집까지 들어간 우리였다.
그걸로 트집이 잡힐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다녀왔습니다-.”
“다녀오셨습니까, 아가씨.”
전정국과 열심히 투닥거리며 집에 밝은 모습으로 들어오자 집사님이 우리를 맞았고 전정국은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먼저 2층으로 올라갔다. 집사님, 아빠는요? 이 시간쯤 항상 거실에 나와 신문을 읽고 있었던 아빠였는데 오늘은 보이질 않아 아빠의 부재를 물었다.
“회장님은 회사에 일이 생겨서 나가셨습니다.”
“아… 우리 아빠 회장이었지?”
집에만 있는 게 익숙해져서 백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는데. 아빠가 회사에 나가는 것보다 집에서 있는 게 익숙해져 있었던 나는 마치 돈 많은 백수 같았던 아빠의 모습이 떠올라 한 번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린 뒤 2층 계단을 올랐다.
“아-. 역시 집이 좋긴 좋아.”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교복을 갈아입는 것도 까먹고 가방을 바닥에 휙 던진 채 침대로 몸을 던진 나였다. 침대가 얼른 누우라면서 날 유혹하는 느낌이었달까… 교복이 구겨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교복이 구겨지는 건 내가 지금 침대와 사랑을 나누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기도 하고, 베개를 꼭 끌어안으며 마음껏 휴식을 누리던 때, 갑자기 폰에서 시끄럽게 알림이 몇 개씩 울리기 시작했다. 띠링, 띠링, 띠링. 한꺼번에 알림이 울리는 일은 잘 없었기에 의구심을 가진 채 폰을 확인했다.
“ㅇ,이게 뭐야…?”
폰을 열어 확인하자 친한 친구가 갠톡으로 어떤 링크와 함께 이게 정말 나인지 묻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일단 친구가 보내준 링크를 눌러 들어갔고 링크를 타고 들어가자 그 창에는 나와 전정국으로 보이는 사진과 함께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00고 대신 전해드립니다
6분
(사진)
김여주랑 전정국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거 맞는 듯. 방금 둘이서 김여주네 들어가는 거 봤다. 그런 사이 절대 아니라더니… 지랄하네ㅋㅋㅋㅋㅋㅋ
좋아요 156개 댓글 213개

심지희 미친 얘네 찐이야?
김시은 강나리 야 이거 봤음? 김여주 X 됐어ㅋㅋㅋㅋㅋ
ㄴ 강나리 안 그래도 걔 존나 재수없었는데 잘 됐네ㅋㅋ
ㄴ 김시은 그니까;
황민아 김여주 이거 진짜야?? 사진도 너네 맞고?
ㄴ 김서린 진짜겠지 X발ㅋㅋㅋㅋ 눈깔 안 달렸냐? 저 사진 누가봐도 쟤네야ㅋㅋ 그리고 직접 봤다잖아;
윤설 김서린 전정국 존나 잘생겼던데 나한테도 넘어오려나~
ㄴ 김서린 김여주 정도에 넘어갔으면 쌉가능
ㄴ 윤설 ㅇㅋ 오늘부터 전정국 내 거❤️
ㄴ 김서린 이 미친년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시물도 게시물이었지만 그 아래 댓글들이 정말 가관 그 자체였다. 평소에 날 싫어하고 아니꼽게 보던 애들이 이때다 싶어 다 모여든 것 같았고 전정국의 욕도 조금씩 보였지만 대부분의 애들이 나를 겨냥하고 있었다. 나를 싫어하는 애들이 우리 학교 학생들 대부분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태 시기질투라고 생각했지 이 정도로 날 극혐하는 줄은 몰랐다. 대체 내가 너네한테 뭘 잘못했길래…
“… 그래도 전정국에 대한 욕은 얼마 없어서 다행이다.”
댓글을 하나하나 다 읽어보다가 결국 더이상은 읽지 못할 것 같아 두 눈을 꼭 감으며 폰을 내려놨다. 쟤네는 내가 그렇게 싫은가… 침대 머리맡에 등을 대고 몸을 웅크린 채 조용히 읊조린 말이었는데 순간 서러워져 눈물 한 방울이 툭 내 뺨을 따라 흘러내렸다.
똑똑-. 팔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한두 방울 흘려 보내는데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이렇게 우는 건 너무 약해보이니까 아무한테도 들키고 싶지 않아 급하게 눈가를 벅벅 문질러 눈물을 닦아냈다. 누구세요?
“나야, 잠깐 들어가도 돼?”
“어어, 잠깐만!”
울었던 걸 들키는 건 너무 쪽팔리니까 더군다나 전정국이랑은 이제 막 친해졌는데 혹시 어색해질까 일부러 목소리 톤을 한 키 올리고 활짝 웃어보이며 방문을 열었다. 문 앞에 서있던 전정국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야?
“너 괜찮냐.”
“어…? 뭐가?”
“나도 봤어.”
괜찮냐는 전정국의 말에 눈동자가 흔들렸고 자신도 봤다는 말에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수많은 욕들을 나 뿐만 아니라 너도 봤을 거라는 생각에 미안해졌다. 전정국이 욕 먹는 건 역시 나와 어울렸기 때문이었고, 내 옆에 붙어있지 않았다면 받지 않아도 될 비난과 욕들이었다. 점점 차오르는 미안한 마음에 나는 결국 눈물이 끝까지 차올랐고 전정국은 방문을 닫고 내 방으로 들어와 나를 끌어안았다.
“흐으, 흐… 내가 미안해…… 나만 아니었으면… 끅, 정말 미안해…”
“김여주.”
“흐끅, 흑… 미안해, 전정ㄱ,”
“괜찮으니까 미안하다고 하지 마.”
“그래도…”
“너 첫날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하지?”
첫날…? 전정국은 나를 끌어안더니 애를 다루듯 살살 내 등을 토닥였고 그 손길을 느끼자 더 미안해져 엉엉 울어버렸다. 내가 한참을 울고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전정국은 내 이름을 부르더니 첫날 내가 자신한테 했던 말을 기억하냐고 물었다. 내가 첫날 전정국한테 무슨 말을 했더라?
“야, 전정국. 네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거든? 그러니까 나한테 사과하지 마.”
“……”
“쟤네가 이상한 거지, 네가 잘못한 건 없어. 네가 나한테 그랬잖아.”
“사실이니까.”

“야, 김여주. 네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거든? 그러니까 나한테 사과하지 마. 쟤네가 이상한 거지, 네가 잘못한 건 없어. 알겠냐, 바보야?”
전정국은 내가 첫날 자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력이 그 정도로 좋은 줄 몰랐는데… 기억력에 한 번 놀라 전정국을 올려다 보자 전정국은 처음 보는 눈빛으로 내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나에게 돌려줬다. 나는 이날 알 수 있었다. 전정국이 꽤나 다정한 사람이라는 걸.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가실 때 댓글 한 글자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