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딩 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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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바람이었던 상황이 수습되고 아빠는 1층 서재로, 전정국과 나는 2층 우리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각자의 방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런게 전정국의 방이 며칠째 비워져 온기 하나 없이 차갑다는 이유로 내 방으로 함께 들어왔다. 방에 들어와 문을 닫는 그 순간까지 두 손을 놓지 않은 우리였다.
“전정구욱… 이거 꿈 아니지? 우리 진짜 허락 받은 거지…?”
“응, 이거 꿈 아니야.”
“이씨… 나 눈물이 안 멈춰어……”
“울보네, 울보야. 이래서 누가 널 데려가?”
뭐?! 야, 전정국! 아까는 아빠 때문에 울고 이번에는 허락이 떨어진 게 기쁜 마음에 울먹거렸다. 그랬더니 전정국이 하는 말이, 내가 울보라 아무도 날 안 데려간다는 말이었다. 허, 어이가 없어서 진짜… 좋은 날 헤어지고 싶어?
“에이, 그럴리가.”
“말 잘해라, 전정국.”
“울보에 방정맞은 김여주는 평생 내 옆에만 있어야겠다-.”
울보…? 방정맞아…?! 전정국의 어이없는 말들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전정국은 그 자리에서 멈춘 나를 슬쩍 보더니 뭔가 위험함을 감지한 듯 슬금슬금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정국아, 어디가? 내가 살기돋은 웃음을 보이며 전정국에게 다가가자 전정국의 발걸음 역시 점점 빨라졌다.
“전정국, 너 이리 안 와?!”
나는 전정국을 향해 소리치며 전정국을 잡으려 속도를 높였다. 전정국과 나는 방을 몇 바퀴씩 뺑 돌았고 내가 지쳐갈 때쯤, 전정국은 잠깐 멈춰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 다음, 지친 나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양팔로 안아 그대로 번쩍 들어 침대까지 옮겼고 나는 꼼짝없이 전정국의 손에 이끌렸다. ㅇ,야…!
전정국은 나를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놨다. 분명 내가 전정국을 쫓고 있는 쪽이었는데 어느샌가 우리의 역할이 바뀐 느낌이었다. 나는 침대 바로 위에 눕혀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고 전정국은 내 몸 바로 위에서 양팔로 몸을 지탱한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 마디로 전정국이 침대 위에서 벽쿵을 시도한 느낌. ㅈ,전정국… ㅇ,안 비켜? 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켰고, 전정국은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여주야.”
“왜…”

“지금부터는 너 내 거라고 티내도 되는 거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이제는 정말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었기에 전정국도 나도 꽤나 들떠보였다. 내가 수줍게 뺨을 붉은색으로 물들이자 그렇게 우리의 입술이 맞물렸다.
우리의 입맞춤은 언제나 진득했고 오늘은 뜨겁기까지 했다. 온몸이 불구덩이인 듯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고 언제나 그랬듯 전정국과의 키스는 기분 좋았다. 서로의 타액이 한참동안 섞이고 입술을 뗐을 때, 평소 같았으면 가벼운 뽀뽀로 마무리 했을 전정국이 오늘은 목을 타고 내려가 쇄골 부근에 자신의 입술을 대었다. 따뜻한 전정국의 입술이 닿고, 온몸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그렇게 내 쇄골 근처 한 부분에 붉은빛 꽃잎이 한 장 자리잡았다. 이건 내가 전정국의 것이라는 나름의 표식이었다.
“사랑해, 김여주.”
“나도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침대 위에 마주보고 누운 우리는 서로 활짝 웃었다. 나는 전정국의 품속으로 파고들었고 전정국은 그런 나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게 느껴질 때부터 전정국은 내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고 그 손길은 내가 잠이 들 때까지 계속됐다.

다음 날 아침, 전정국의 품에서 눈을 뜬 나는 언제부터 일어나있었던 건지 나를 보고 있던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다. 으응… 언제 일어났어… 이제 막 깬 나는 눈을 부비적거리며 베시시 바보 같은 웃음을 보였다.
“좀 전에 일어났어.”
“그럼 먼저 씻고 준비하지이…”
“그러려고 했는데, 잠든 모습도 너무 예뻐서. 좀 적당히 예뻐야 하는데 말이야.”
치… 아부만 늘어가지고. 전정국이 해주는 예쁘다는 말은 언제 어떻게 들어도 좋았기에 실실 웃었다. 전정국은 내 이마에 쪽- 하고 한 번 입을 맞춘 뒤, 침대에서 일어났고 나 역시 뒤따라 일어났다. 좀이따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만나기로 한 우리는 이제서야 각자 방으로 흩어졌다.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고, 교복도 갖춰입은 나는 연한색의 글로시한 틴트를 하나 골라 입술에 톡톡 발랐다. 다시 전정국과 함께 등교할 생각에 신이 나 가방을 매고서 밖으로 나왔고, 예전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는 전정국이 좋아 전정국 손을 꼭 잡고 1층까지 내려갔다. 아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오고. 우리 여주 좀 잘 부탁하네.”
“네, 회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한테 인사까지 하고 집을 나온 우리는 나란히 손을 잡고 학교까지 걸었다. 학교 근처에 도착했을 때, 나는 습관적으로 잡고 있던 손을 놓으려다 내 손을 놓지 않는 전정국에 전정국을 돌아봤다. 아, 맞다. 깜빡했어.
“학교에서도 나만 봐, 알겠지?”
“풉, 설마 지금 질투해?”
“응, 네 남친 질투 엄청 심해.”
“어차피 종일 네 옆에 있을 건데?”
“그래도.”
전정국의 달라진 점이라고 하면 질투가 아닐까 싶다. 무슨 질투 대마왕이 된 것 마냥 내 옆에 붙어 입술을 삐죽였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귀여운 전정국의 모습에 푸흡 웃어보인 나는 알겠다며 전정국의 손을 붙잡고 교실로 향했다.
“김여주?!”
“황민아, 오랜만.”

“씨…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연락도 안 되고, 쓰러져서 보건실에 있다길래 갔더니 윤설만 덩그러니 있고!!”
정말 이 정도면 나보다 더 우리 반인 것 같은 황민아가 등교하자마자 나를 꼭 끌어안았다. 덕분에 전정국은 굉장히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황민아를 노려봤지만, 황민아는 그 시선도 눈에 안 들어오는 듯 쭉 나를 안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익숙한 특유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 윤설!
“둘이 결국 다시 만났네? 다행이다.”
“덕분에 전정국도 찾고, 아빠한테 허락도 받았지-.”
“잘 됐네. 그나저나 전정국, 넌 나한테 고맙다는 인사도 없냐?”
“뭐… 좀 고맙다?”
“싸가지 없는 새끼. 김여주, 너 왜 저런 인성 파탄자랑 사귀어? 언니가 남자 좀 소개해 줄까?”
황민아부터 시작해 윤설까지 우리 반에 모여서 순식간에 시끌벅적 시장통이 되버렸다. 윤설과 전정국은 서로 으르렁 거리느라 바빴고, 황민아는 거머리 마냥 나에게 찰싹 붙어 불만을 토로하는 게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하… 이것들이 진짜……
“너네 전부 다 좀 닥치면 안 될까.”
“여주야, 윤설이 자꾸…!”

“뭐? 전정국 너 나랑 싸울래?? 옥상으로 가?!”
“김여주, 내가 너 없는 동안 혼자서 얼마나 외로웠는ㄷ,”
정말 대환장 그 자체였다. 닥치라고 해도 닥칠 생각이 없어보이는 셋을 죽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날 정도였다고 할까. 속으로 육두문자를 꾹 삼킨 채 일단 황민아부터 떼어냈다.
“황민아, 그 손 지금 당장 안 놓으면 잘라버릴 거야.”
“… 무서운 년.”
“너네 둘도 그만 좀 싸우고.”

“여주야, 안 싸울 테니까 여기 뽀뽀.”
“우웩… 야, 잠만 나 토 나올 것 같아…… 속이 메스꺼워.”
떨어지지 않으면 손을 잘라버리겠다는 무서운 농담 아닌 농담에 황민아는 사색하며 떨어졌고, 전정국과 윤설 또한 조용해졌다. 이 와중에 전정국은 윤설과 안 싸우겠다며 실실 웃으면서 뽀뽀해달라고 자신의 오른쪽 볼을 톡톡 쳤다. 나는 곧바로 전정국의 볼에 쪽- 입술을 부볐고 그런 우리를 본 윤설은 토하는 시늉을 하며 근처에 있던 의자를 부여잡았다. 뭐, 그런 윤설에게 사뿐히 오른손 중지 손가락을 들어 보인 전정국이었고 그 덕에 또 다시 시끄러워졌다.
하… 왜 앞으로도 조용할 날이 없을 것 같지…? 나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좀 불안했지만 내 입가에는 어느새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 윤설, 황민아, 그리고 가장 큰 전정국이 내 곁에 있어 아픔을 이겨냈고, 행복을 배웠다.
나의 열아홉은, 그리고 전정국의 열아홉은 다른 누군가의 열아홉 보다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끝이냐고요? 네, 끝입니다… 참 허무하네여😆 여태 ‘고딩 경호원’을 재밌게 봐주시고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리고, 저는 앞으로 새 작품인 ‘전 남친과 동거하라!’로 찾아오겠습니당!
완결인 만큼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 꼭 부탁드리고, 정말 진심으로 감사했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