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달콤한 집
1.길은 멀고도 험해

녹서
2023.01.19조회수 9
대체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앞으로는 뭐 해먹고 살아야 할까, 돈은 어떻게 벌고, 어떤 집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뭐 제법 초등학생이 하기엔 웃기기도 한 생각들을 하고 자랐다.
한유정은 그런 생각들을 했다.
천진난만하게 자랐다.
실제로 잘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학원을 다녀봐도, 학교에서 공부를 해도 특출난 것이 없었다. 재능도 딱히 없었다.
보통, 평범. 이런 단어들만이 유정을 표현하기 적합했다. 가정도 다른 집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공부를 안한다고 꾸중들을 때도 있고, 핸드폰을 많이 본다고 압수당할 때도 있었다.
그 평범은 고등학교에 올라와 무너졌다. 단순암기로도 가능했던 중학교의 시험과는 너무 멀었고, 신경써야 할 것, 챙겨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남의 참견이 너무나도 많았다. 유정에게는 맞지 않는 참견들이 귓가를 울렸다.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이후 도움이 많이 될 얘기였겠지만 남이 참견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한유정은 결국 친했던 선생님과도 멀어졌다.
1학년때까지만 해도 마주칠 일이 크게 없어서 얘기를 나눌 때 즐거웠다. 그러나 2학년으로 올라와 담임이 되고 나서는 그 선생님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선생님은 계속 유정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한 것 같았으나 그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유정에게는 독이 된 것이었다.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니 만날 일이 없었다. 대화도 잘 하지 않았다.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간신히 간당간당한 성적을 유지하며 3학년까지 지나갔다. 낭떠러지에서 툭 밀면 떨어질 것 같은 위치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성인이 되었다. 가족들이 원한 학교까진 아니어도 간신히 서울의 범위 안에 든 대학에 갔다. 유정은 그 정도로 만족했다. 열심히 해서 받는 A+보다 적당히 쉬엄쉬엄해서 받는 B가 좋았다. 그런 성격이었다.
어른이 된 후의 감상은 열아홉과 크게 달라진 바가 없었다는 것이다. 스물이 된다고 해서 철이 드는 것도 아니었고, 정신머리가 성장한 것도 아니었다. 나이가 하나 늘어났을 뿐 달라진 것은 크게 없는 것 같았다.
다만 어른과 어린아이의 차이는 책임을 져야만 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알바를 했다. 사람을 대하는 게 익숙치 않아서 많이 헤맸다. 나름대로 친절하게 대하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사람들은 어떤 꼬투리라도 잡아 시비를 걸곤 했다. 알바를 하면서 배운 점은 최대한 적을 만들지 말자라는 것이었다.
적을 만들지 말자고 다짐은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부당하다 느끼면 한 번쯤은 말을 해야만 속이 편했다. 편안하게 평화롭게 살고싶었지만 계속 시비를 거는 것은 상대방이었다.
"아 거지같다."
회사 면접에서는 운빨이 안 좋아서 떨어졌다. 나름 준비해갔다고 했는데 날아온 것은 불합격 통보였다.
몇번이고 다른 회사에 전전했지만 결과는 전부 낙이었다.
"진짜 뭐 해먹고 사냐."
하고싶은 것도 크게 없었고, 그렇기에 딱히 꿈과 미래도 보이지 않았다.
길은 넓고 길다.
구부러져있는지, 꼬여있는지, 가시밭길인지, 꽃길인지 모른다. 눈 앞 새하얀 안개 속에서 유정은 계속 걸었다. 돌고 돌아 제자리일지도 몰랐다.
길은 멀고도 험하다. 끝이 어디인지도 모른다.
평범의 삶을 좇는다.
구인공고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 페이지에서 한 글을 빤히 노려보며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았냐? 그런 것도 아니었다. 유정이 놀란 것은 왠지 사기인 것 같은 공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우스
숙식제공/관리업무/말동무
모집인원 : 00명(인원미정)
성별 : 성별무관
연령 : 연령무관
학력 : 학력무관
우대사항 : 초보가능, 인근거주 우대
월급:3,000,000원
집도 제공해줘, 밥도 줘, 근데 돈도 줘? 이런 개꿀인 일자리를 보았나. 속는 셈 치고 곧장 연락을 넣고는 침대에 풀썩 누웠다.
진짜 사기당하는거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