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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전쟁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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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검은 그림자.
지민오빠의 가족 만나기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막을 내리고 난 뒤, 태형오빠와 나, 그리고 정국이는 곧바로 담임에게 소환 당했다.
"내가 그렇게 외부로 나가면 위험하다고 말했는데.. 전정국. 김태형. 듣고 있는 거야?"
대현이 정국과 나, 태형오빠를 불러내서 훈계를 하고 있지만..대현 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건 왠지 나뿐인 듯하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났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안 그래, 대현쌤!"
태형은 대현의 훈계가 지겹다는 듯 대현을 향해 씽긋- 웃으며 상황을 넘겨보려고 하지만 무효화 호르몬을 가지고 있는 대현에게 태형의 매력 호르몬이 통할 리 없다.
"김태형은 저한테 넘겨주시죠. 정대현 선생님"
오늘도 한결같은 흰색 가운 차림으로 나타난 택운 선생님께서 태형을 지목하고 그와 동시에 급 표정이 굳는 태형.
"헐.. 대현쌤. 나 저기는 완전 싫어요. 그러니까 여기 있게 해줘요"
대현이 급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태형의 행동에 잠깐 멈칫하다가 택운의 냉철한 눈빛을 정면으로 맞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태형을 향해 말한다.
"김태형은 정택운 선생님께로 간다. 실시!"
"아~ 대현쌤!!"
대현의 말에 태형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소리쳐보지만 대현 선생님한테는 힘이 없다.
"끌고 가길 원하는 거야?"
태형을 향해 택운의 미성의 목소리가 전해지고 그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걸 느낀 태형이 잔뜩 불만스러운 얼굴로 택운을 따라간다. 음.. 태형오빠는 택운 선생님을 되게 싫어하는구나.. 오늘 처음으로 깨달았어. 그렇게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걸어 나가는 태형 오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태형을 바라보고 있는 정국의 얼굴이 보인다. 음..?태형 오빠가 택운 쌤을 싫어하는데 끌려 나가서 걱정스러워하는 건가?
"어쨌든, 어제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나게 되면 그때는 이번처럼 안 넘어갈 거야. 그렇게 알아!"
"충분히 알아들었으니까 그쯤 하시죠-"
대현의 말에 정국이 먼저 휙- 돌아서더니 교무실을 빠져나가버린다. 그런 정국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대현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그럼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그래"
ㅇㅇ마저도 교무실을 빠져나가고 교무실 안에 덩그러니 남은 대현. 왠지 모르게 초이스반 녀석들에게는 매번 지는 느낌이다.
"흐하- 나도 학생 때 저런 모습이었을 라나..?"
'나은 쌤- 잔소리는 거기까지 만이요.'
'어차피 다 돌아왔으니까 문제없는 거잖아-'
'어쭈- 정대현, 김명수는 아주 말까지 짧아져?엉?'
'몰라- 난 간다.'
'나도-'
호르몬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명수가 먼저 교실을 빠져나가버리고 대현이 씽긋- 웃으며 그 뒤를 따라 나간다. 홀로 나은 쌤 앞에 남아있던 택운이 나은 쌤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던 대현이 피식- 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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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초이스 관리실 안에서는 택운과 한껏 불량스러워진 태형이 대결 구도를 보이고 있다.
"어제, 홍빈 쌤 건드린 거 너지?"
"다 알면서 왜 묻는 거야?확신하고 묻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행여 내가 아니라고 말해도 의미 없는 거잖아 그거"
태형의 말에 택운이 호르몬 주사를 준비하면서 태형을 향해 말한다.
"앞으로 주사 맞을 시간 어기지 말고 제시간에 찾아와"
"싫다면?"
택운의 말에 태형이 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피식- 웃으며 묻는다.
"싫다면 내가 직접 네가 있는 곳까지 가서 처방해주도록 하지"
택운의 말에 진심으로 진저리를 치는 태형. 무엇 때문에 택운을 싫어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진심으로 택운을 거부하고 있다.
"택운 쌤도 알고 있잖아.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택운 쌤을 골탕 먹일 수 있다는 거"
"..뭐가 널 건드린 거야?"
택운의 물음에 태형이 잠시 멈칫 하며 무언가 생각하는 표정이 된다.
"그래- 쌤이 보기에도 확실히 나. 뭔가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이 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는 정말 아무런 욕심 없이 살았는데 말이야"
"
"그런데 진짜- 욕심나는 게 생겼어. 알잖아. 나 내가 가지고 싶은 건 무조건 가져야하는 거"
태형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피어오른다. 태형을 진심으로 웃게 만들어주는 사람. 그 사람의 얼굴이 태형의 머릿속에 가득 차있다. 태형의 말에 택운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하자 태형이 그것을 알아차리고 택운을 보고 씽긋- 웃으며 말한다.
"그렇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그 때의 나랑, 지금의 나는 확실히 다르니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과 관련 없는 일이라면 움직일 생각 없어"
"그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란 게 ㅇㅇㅇ인가..?"
택운의 말에 역시 택운이 별로 라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택운에게 주사를 맞기 위해 팔을 내미는 태형.
"주사나 놔줘. 당신 얼굴 오래 보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 태형의 말에 택운도 별다른 말없이 태형에게 주사를 준다.
"근데 말이야. 앞으로 정국이는 어떻게 할 생각인거야?호르몬 억제 주사 지속 시간이 계속 짧아지는 것 같던데. 계속 부작용 많은 주사를 맞힐 수는 없는 거잖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태형의 말에 택운이 태형을 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답한다.
"걱정마. 연구 중이니까"
"그러니까 그 연구가 언제 끝나냐 말이야. 정국이가 죽고 나서 약을 만들어봤자 뭐하냐고!"
태형이 답답하다는 듯 택운을 향해 소리치자 그런 태형을 향해 확고한 목소리로 답하는 택운.
"어쨌든 전정국은 내가 책임져야하는 학생이야. 그러니까 가만히 죽게 놔두지 않아"
택운의 말을 듣고 있던 태형이 택운의 확고한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초이스 관리실을 빠져나가려는 듯 문을 연다.
"그 말.. 꼭 지켜. 아니다 싶을 때는 나도 가만 안 있을 테니까"
태형이 관리실을 빠져나가고 한숨을 푹 내쉬던 택운이 책장 위에 올려져 있던 오래된 책 한권을 꺼내어든다. 그 책을 보는 택운의 얼굴에 비장함이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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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문을 열고 교실을 들어가자마자 나를 반기는 건.
"ㅇㅇ아-!많이 혼나지 않았어?그냥 다 나 때문이라고 말하지 그랬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단숨에 내 앞으로 달려오는 지민오빠의 얼굴이었다.
"괜찮아요- 별로 혼나지도 않았는걸요"
"뭐야 뭐야- 나 없는 동안 박지민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거기다가.."
지민오빠의 말에 자신이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다가 내 뒤를 따라 들어오는 정국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윤기오빠.
"좀처럼 안 움직이는 정국이까지 관계된 일이라니..?"
"그런 말.. 달달한 목소리로 말하지 말지?"
무효화 호르몬을 가진 나에게는 윤기 오빠의 호르몬이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듯 하지만 정국에게는 윤기오빠의 달달한 호르몬이 먹히는 것인지 단순한 호기심에서 오는 질문인데도 달달하게 들리는 것인지 얼굴을 붉히는 정국.
"어?전정국 얼굴 빨개졌다"
"아.. 윤기형 호르몬 때문이야"
정국이 얼굴을 붉히는 것이 재미있었던 것인지 윤기가 더욱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정국에게 다가선다.
"그래서 우리 정국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저..저리가.."
윤기의 짓궂은 장난에 정국의 얼굴이 달달함에 더 붉어지고 결국 자신을 코너로 밀어붙이는 윤기를 피해 내 쪽으로 한걸음에 달려오는 정국. 그리고는 나를 뒤에서 덥석 껴안아버린다.
"전정국!지금 ㅇㅇ이한테 뭐하는 거야?"
그 모습을 본 지민이 두 눈이 동그랗게 변하며 정국을 향해 소리치지만 여전히 나를 뒤에서 껴안은 채로 자신의 턱을 내 머리 위에다 괸채로 윤기를 보며 말하는 정국.
"윤기형이 자꾸 호르몬으로 괴롭히잖아"
"그건 네 사정이고!왜 ㅇㅇ이를 껴안냐고!"
"왜?내가 껴안으면 안 돼?"
"뭐..뭐?"
정국의 당당한 말에 오히려 당황한 쪽은 지민이다.
"내가 ㅇㅇ이를 껴안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냐고"
"그야.. 껴안는 건 하..함부로 하면 안 되는 행동이니까"
"그러는 형도 ㅇㅇ이 껴안았잖아. 그것도 복도 한가운데에서"
정국의 말에 지민의 얼굴이 급속도로 빨갛게 달아오른다.
"헐. 대박. 박지민이 진짜 그랬다고?"
윤기가 마치 특종을 잡은 기자마냥 놀란 얼굴로 지민을 본다.
"우리 지민이가 벌써 이렇게 성장하다니.. 흡.."
남준은 지민을 놀리듯 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하기 시작한다.
"지민이 남자다잉-"
호석도 지민몰이가 재밌는 듯 지민을 몰기 시작한다. 덕분에 지민의 얼굴만 홍당무상태가 되어선 폭발 직전이다.
"전정국도 ㅇㅇ이 안았잖아!왜 다들 나만 보고 뭐라 그래!"
"그럼 내가 안아도 문제없는 거잖아. 맞지?"
정국의 말이 별로 틀릴게 없는데도 지민은 기분이 나쁜 것을 떨쳐내 버릴 수가 없다. 정국의 품에 안겨있는 ㅇㅇ이를 금방이라도 떼어내고 싶지만 정당한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아악!몰라!"
지민이 도저히 나와 정국이 붙어있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듯 나를 정국의 품에서 떼어놓는다. 그리고는 내 손을 꼭 붙잡아 자신의 뒤에 세우고는 여전히 빨개진 얼굴로 말한다.
"내가 전정국이 ㅇㅇ이를 안으면 안되는 이유를 꼭 찾아올 테니까. 그러니까 그동안은 전정국은 ㅇㅇ이 안는 것 금지다!알아들었냐?전정국?"
지민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정국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지민을 보며 말한다.
"그럼 안는 것 빼고 다른 건?"
정국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톡톡 치며 말하자 지민이 급 흥분상태가 되더니 정국에게 달려든다.
"네가 감히 ㅇㅇ이를 상대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야야야- 박지민. 말려!말려!"
"우리 지민이는 역시 남자다잉~"
어째선지.. 오늘도 초이스 반은 조용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논초이스들이 자주 다니는 도서관. 의문의 남학생 하나가 걸어 들어와 도서관의 중앙에 오래된 책 한권을 올려둔다.'호르몬 물약'이라고 써진 책 제목이 보이고 그 책을 올려둔 남학생은 모습을 감춘다. 잠시 뒤, 또 다른 남학생이 책 근처의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가 그 책을 본다. 그 남학생이 무심결에 책 제목을 보다가 조심스럽게 책을 펼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