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전쟁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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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특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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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탁'
보건실 문이 누군가에 의해 다급하게 열린다.
"택운 쌤!빨리 와 봐요"
문이 열림과 동시에 태형을 업고 들어오는 정국의 모습이 보인다. 정국의 말에 택운이 심각해진 표정으로 정국에게 다가간다. 정국이 태형을 보건실 침대에 눕히고 초조한 얼굴로 택운을 본다. 태형의 상태를 살피던 택운이 좋지 못한 얼굴로 말한다.
"호석이와 같은 현상이다. 이번에도..."
이게.. 무슨 소리야..?태형이 오빠도 호석이 오빠처럼 호르몬을 흡수당한거야..?호석오빠에 이어서 태형오빠까지... 온 몸으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끌어올라왔다. 용서 못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다니...
"가만 두지 않을 거에요... 더 이상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요!"
태형오빠가 이런 상태에 놓이기까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까 어둠의 초이스라는 놈들이 아직까지 학교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나 또한 초이스니까 돌아다니다보면 어둠의 초이스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무작정 보건실을 빠져나갔다. 그런 나를 지켜보다가 다급히 달려 나와 나의 손목을 잡아채는 정국.
"이거 놔!"
"ㅇㅇㅇ!"
"어둠의 초이스인가 뭔가를 만나러 갈 거야"
“네가 어둠의 초이스를 만나서 뭘 어쩔 건데"
내가 대책 없이 어둠의 초이스를 만나러 가겠다고 말하자 그런 나를 냉정한 눈빛으로 보며 말하는 정국. 초이스를 만나서 어쩌다니... 내가.. 뭘 할 수 있지..?그렇지만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거잖아.. 어째서 그렇게 냉정한 목소리로 말하는 거야..?
"나한테 있어서 소중한 사람들이 저렇게 상처 입는 걸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거잖아.. 내가 아무것도 못하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건.. 그거 너무 비참한 일이잖아..."
"네가 비참한 기분을 느낀다고 해서.. 너까지 이렇게 함부로 행동하면..!!그러다가 너까지 저런 꼴이 되면 그건 누가 책임지지?"
....정국의 물음에 나는 당당하게 답할 수 없었다. 나는 지금 내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역시...
"난... 어둠의 초이스를 만나야겠어. 그래서 이 모든 일을 그만두게 만들 거야"
어둠의 초이스가 분명히 이렇게 행동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야. 어둠의 초이스가 원하는 걸 들어주면 더 이상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아도 돼.
"ㅇㅇㅇ!!"
뒤에서 정국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지만 멈출 생각은 없었다. 더 이상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잡을 새도 없이 멀리 달려 나가버리는 ㅇㅇ을 지켜보던 정국의 눈빛이 불안하게 떨린다.
"하아.. 정말이지... 내가 왜 자꾸 ㅇㅇㅇ한테 신경을 쓰는 거냐고. 막말로 저 녀석이 어떻게 되든 나랑은 상관없잖아"
"정말로 상관없는 거야?"
혼란스러워 보이는 정국을 지켜보던 호석이 정국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정국에게 묻는다. 호석의 질문에 정국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궁시렁 대듯 말한다.
"그럼..내가 ㅇㅇㅇ한테 신경써야할 이유라도 있다는 거야?"
"뭐, 네 행동은 네 진심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으니까 머리도 언젠가 깨닫는 날이 오겠지. 너무 혼란스러워 하지 말라고~"
"호석이 형, 쓰러지면서 머리를 다친 거 아니야?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만 하네"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정국의 시선을 받고 있던 호석이 정국을 향해 살짝 웃어 보이더니 다소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그나저나.. 태형이 녀석.. 많이 힘들 텐데.."
"그게 무슨 소리야?"
정국의 물음에 호석이 다시는 떠올리기 싫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며 말한다.
"잠들어 있는 동안 엄청 시달렸거든- 내가 제일 떠올리기 싫은 기억 속에서 아둥바둥 거린 게 일어나보니까 벌써 삼일이 지나있고. 택운 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호르몬을 빼앗기면 자신이 가장 돌아가기 싫은 기억 속에서 헤매게 된다고 하더라고. 그걸 이기지 않는 이상 깨어나지 못한다고.."
호석의 말에 정국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호석이형은 어쩌다가 쓰러지게 된 거야?뭔가 기억나는 게 없어?"
정국의 물음에 기억이 희미한 듯 호석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너무 오랫동안 잠든 탓인지.. 기억이 나는 거라고는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툭- 치는 느낌이 들었다는 거..?그 뒤에는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고 그대로 쓰러졌지"
"툭 치는 느낌?"
"응- 사람 손 같은 건 아니였고.. 물건 같은 게 부딪치는 느낌이었는데.."
"물건이라.."
정국이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유리병을 들어 유심히 보며 생각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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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는 언제 부터 그렇게 잘생겼나~?'
'태형아. 좋아해.. 진짜 너 없으면 못살 것 같아.'
조건 없는 관심, 가만히 있어도 나에게는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쏟아졌다. 난 이런 뜨거운 관심과 사랑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보다도 큰 외로움과 고독감을 느꼈다. 내 호르몬으로 인해서 오는 모든 관심과 사랑은 어디까지나 호르몬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호르몬 고등학교라는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딱히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 현재 내 삶만 해도 충분히 갑갑한데 그것보다 더 갑갑한 인생이라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생긴 갑갑함 속에서 나는 끝도 없이 재미있는 일을 원했다. 그것이 세상이 흔히 말하는 범죄나 악행일지라도 상관없었다. 내가 재미있으면 그만이니까. 뭐, 그렇지만 눈에 띄게 남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한다고 해서 나에게 오는 재미가 큰 건 아니였기 때문에. 살면서 내 호르몬을 쓰면서 까지 남을 도우고 싶었던 건 단 한순간 뿐 이었다.
'뭘 그렇게 보냐?내 얼굴에 뭐 묻었어?'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면 곤란해지는 일이 많았기에 난 늘 인적이 드문 벤치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날은 모처럼 바람을 쐬러 인적이 드문 벤치에 앉아있던 중이었다. 내가 있는 동안은 아무도 오지 않기를 바랐는데 내 바람과 달리 핑크색 바가지 머리의 남자가 내 쪽으로 도망치듯 달려왔다. 오자마자 나한테 하트를 날려댈줄 알고 인상을 팍 찌푸리며 그 남자를 보고 있는데 그 남자는 별다른 행동 없이 재빠르게 달려와 벤치 옆에 있는 풀숲으로 숨어들어갔다. 저 놈이 뭐하는 짓인가 멍- 하니 보고 있자 그런 내 시선이 신경 쓰였는지 상당히 곤란한 얼굴로 나를 보며 묻는 그 남자. 뭐야.. 내 호르몬이 통하지 않는 건가..?
'너 아무렇지도 않냐.'
'뭐가.'
'날 보고 두근거린다거나 그런 거 없어?'
'너 게이냐.'
내 질문에 나를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보며 말하는 그 남자. 이상한 일이네. 내 호르몬이 통하지 않는 다는 건.. 저 녀석이 무효화 호르몬을 가진 초이스라는 건데.
'너 설마 초이스...'
내가 그 녀석을 향해 뭐라 질문을 하려는 순간 새까만 피부에 키가 큰 남자 하나가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의 눈빛은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 바쁘게 움직이다가 나에게서 멈췄다. 이놈은 또 뭐지..?
'이 곳으로.. 누군가 오지 않았나요?'
무표정으로 있을 때는 다소 날카로운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웃는 그 남자의 모습은 의외로 부드러워보였다. 그것보다 말할까 말까. 저 녀석. 내가 곁눈질로 그 녀석 쪽을 보니 잔뜩 풀숲에 숨어서 잔뜩 긴장한 채로 나를 향해 헬프를 외치고 있다. 음- 뭐, 일단은 저 쪽이 더 궁금하니까 도와주기로 할까.
'아무도 안 왔는데.'
'그렇군요- 그것보다..'
내 대답에 두어 번 고개를 끄덕이던 그 남자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꽤나 흥미로운 호르몬을 가지고 있네요. 당신은.'
뭐지.. 이 남자는... 그러고 보니까 이 남자도 내 호르몬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잖아. 거기다가 내가 초이스란 걸 어떻게 눈치챈 거지..?
'오늘은 다른 목표가 있으니 그냥 돌아가도록 하죠.'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나를 향해 다시 전의 잔잔한 미소를 짓더니 모습을 감추는 남자. 오늘따라 이상한 놈들을 많이 만나는 것 같네. 거기다가 방금 전의 그놈 꽤나 위험한 느낌이었달까.
'하- 덕분에 살았다.'
그 남자의 모습이 사라지자 풀숲에 숨어있던 분홍색 바가지머리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더니 내 등을 두어번 툭툭 친다. 진짜 내 호르몬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는 군.
'보아하니 너도 초이스 같은데. 어떤 호르몬을 가지고 있는 거야?'
'내가 그걸 왜 말해줘야 하는 거지?'
내가 그 분홍머리에게 심드렁하니 대꾸하자 붙임성 좋게 웃으며 나에게 재잘재잘 잘도 떠들어 대는 그 남자. 후에 그 남자의 이름이 '차선우'라는 것도 알게 됐고 차선우 또한 내가 매력을 끄는 호르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별나게 친하다 말할 친구가 없던 나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같은 녀석이었다. 차선우는. 차선우는 나에게 쫓기고 있다고 말했다. 어둠의 초이스라는 녀석들이 자신의 무효화 호르몬을 노리고 있다고 그렇지만 자신은 호르몬 고등학교에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속박되어 사는 삶을 사는 것보단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말하는 녀석이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세상에서 논초이스들이 제일 부러워. 자유로운 삶. 내가 선택하는 삶. 그런건 우리한테 존재하지 않으니까.'
'무효화 호르몬이면 논초이스랑 다를 게 없지 않나?'
'속 편한 소리 한다- 어쩌면 모든 초이스들 중에 무효화 호르몬을 가진 초이스가 제일 불행한 걸지도 몰라.'
그때까지만 해도 차선우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효화 호르몬이라면 딱히 제약받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 그날도 차선우는 어둠의 초이스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 때 그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차선우의 뒤를 쫓고 있던 그 남자. 그 남자가 어둠의 초이스라고 했다. 그 이유를 차선우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내가 무효화 호르몬이니까.'
무효화 호르몬을 가진 게 왜 어둠의 초이스들에게 먹이거리가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때 내 생각은 그랬던 것 같다. 뭐가 어찌됐든 차선우를 어둠의 초이스들에게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내 능력으로 나마 차선우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는 생각. 그 생각은 내가 차선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만큼 크게 번져갔고 내 호르몬은 내 강력한 의지만큼 더욱더 강해졌다.
그리고 내 힘이 극에 달했을 때, 나의 매력 호르몬으로 남을 현혹시키고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르게 됬다. 차선우를 그 남자에게서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차선우...'
'...이제.. 자유다..'
차선우를 죽게 만들었다.
그 남자는 나의 매력 호르몬에 현혹된 듯 행동했지만 실질적으로 나의 호르몬은 그 남자에게 통하지 않았다. 차선우의 말을 듣자면 그 남자는 초이스가 어떤 호르몬인지를 알 수 있는 호르몬을 가지고 있다고 했으니 무효화 호르몬을 가진 초이스는 아니었는데.. 어째서 호르몬이 통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내가 방심한 사이 그 남자는 차선우를 쫓아갔고 차선우는 궁지에 몰린 나머지 육교 밑으로 몸을 던져버렸다. 마지막 피투성이 된 차선우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하지만.. 또한 울고 있었다.
'이제... 자유다...'
자유를 얻은 순간에는 이미 이 세상을 잃은 뒤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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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 누워있는 침대의 의자에 앉아서 잠들어있는 태형을 보는 정국의 눈동자가 회상에 잠긴 듯 초점이 흐려진다.
'...건드리지 마...'
정국은 이 호르몬 고등학교에서 태형을 처음 봤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자신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제어가 가능한 지금의 태형과 달리 그 때의 태형은 목 줄풀린 사냥개와 같은 난폭한 모습이었다. 한동안은 자신의 호르몬으로 초이스 관리실 선생님들을 조종해서 계속해서 학교 탈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택운 쌤의 손에 잡혀오고는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태형은 정국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했다. 태형은 정국이 자신이 알았던 차선우와 비슷해 보였다고 말했다. 자유를 잃은, 영원히 자유롭지 못하고 속박되어 지내야하는.. 그리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서야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것이..
"형을 건드린 게 누구야"
"
"일어나서 말을 좀 해봐. 말을 해야 알거 아니야"
정국의 계속된 질문에도 태형은 작은 움직임조차 보이질 않는다. 태형을 보고 있는 정국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리다가 다시금 자신의 손에 쥐어져있는 유리병으로 향한다. 그리고 정국의 눈동자가 유리병에 맞춰지는 순간. 한편의 영화처럼 정국의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들.
'나는 그냥 바닥에 이게 떨어져 있기에.. 네 껀 줄 알았는데.'
'그럼 하나만 더 묻자.'
남학생을 향한 태형의 눈빛이 한층 더 날카롭게 빛난다. 그렇지만 그와 반대로 웃고 있는 입이 남학생에게는 더욱더 공포스럽게 다가가는 듯 했다.
'너한테는 왜 내 호르몬이 먹히지 않지?나는 아직 호르몬 주사를 맞기 전인데 말이야.'
태형의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짓는 남학생. 그리고 남학생의 손에 쥐어진 유리병이 태형의 몸에 닿는 순간 태형의 몸에서 빛이 흘러나오는 듯 하더니 유리병에 분홍색 액체가 채워지는 모습.
'이제 하나 남았나?'
"이건.....설마... ㅇㅇㅇ을..?"
정국의 머릿속에 태형의 호르몬을 빼앗아간 남학생의 모습이 뚜렷이 새겨진다. 남학생의 교복에 박힌 이름 세 글자 또한, 정국이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급하게 어디론가 달려 나간다.
얼마나 달려왔는지 모르겠다. 그냥 발이 닿는 대로 뛰고 또 뛰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는 순간 나는 학교의 복도 한 편에 주저앉았다. 모두들 저렇게 하나씩 상처받고 당하고만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나약하다는 걸 지각하는 순간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면서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낯설지 않은 목소리였다. 나의 앞으로 누군가의 손이 보인다.
"일어나요"
나는 나에게 내밀어진 손을 잡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들자 내 눈 앞에는 모범생의 표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영재가 보인다.
"요즘 초이스반에 흉흉한 일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새.. 논초이스들에게도 소문이 퍼져 나간걸까..?
"네.."
"너무 마음 쓰지 말아요. 범인은 꼭 잡힐 거에요"
이 사람이 이렇게 친절한 사람이었나?나를 위로해주는 듯한 말투의 남자의 행동에 뭔가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래도 일단은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아, 그러고 보니까 요 앞 복도에서 이상한 걸 주웠어요"
"이상한 거요?"
"학교 내에서 통 볼 수 없는 물건인데 바닥에 떨어져있더라고요"
영재가 꺼내든 건 평범해 보이는 유리병이었다. 저게 왜 학교에서 볼 수 없는 물건이라는 거지?
"책에서 읽은 적이 있거든요. 이런 유리병은 특별한 방법으로 만들어진다고요"
"특별한 방법..?"
내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영재를 보자 영재가 나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보건실에 누워있던 태형이 벌떡- 몸을 일으킨다.
"우악- 태형이 형!"
그런 태형의 모습에 놀라 비명을 지르는 지민. 그런 지민의 멱살을 무지막지하게 붙잡는 태형.
"ㅇㅇㅇ..어딨어..?"
"ㅇㅇ이..?ㅇㅇ이는 한 시간 쯤 전에 뛰어나갔는데... 정국이가 찾으러나갔고..."
지민의 말에 태형의 눈이 불안함에 떨려온다.
"안 돼... ㅇㅇ이는.. 안 돼....."
태형이 재빠르게 침대에서 내려와 휘청이며 초이스 관리실 쪽으로 달려가다가 때마침 태형이 있던 보건실로 내려오던 홍빈과 마주친다.
"김태형...?쓰러졌다고 들었는데?"
홍빈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태형을 보자 발품 팔일을 줄였다는 듯 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태형.
"매번 이용해서 미안하긴 한데- 한번만 더 도와주라-"
태형의 말에 홍빈의 얼굴이 불안하게 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