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호르몬 물약.
정국이 태형의 과거기억에서 보았던 이름표 색을 기억해낸다. 노란색이면 2학년인건가. 정국이 무작정 2학년 교실 문을 턱-턱 열고 빠르게 의문의 남학생의 얼굴을 찾기 위해 눈을 빠르게 굴린다. 2학년은 총 여섯 반, 여섯 반 모두를 둘러보았지만 정국이 찾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혹시.. ㅇㅇ이와 함께 있는 것일까..?정국이 불안한 얼굴로 6반의 입구에서 뒤돌아서는데 때마침 교실로 들어오는 남학생과 마주친다. 그 남학생의 이름표에 적힌 이름 세 글자가 정국의 눈에 들어오고 정국이 무작정 그 남자의 멱살을 붙잡아 벽 쪽으로 밀어붙인다.
"왜...왜 이래!"
"말해..."
남학생을 노려보는 정국의 눈동자가 살벌하다.
"켁... 뭘..말하라는 거야.."
정국이 그 남학생의 멱살을 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남학생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다.
"ㅇㅇㅇ.. 어디 있는지 말하라고..!!!!"
"ㅇㅇㅇ..?그건 또 누구야..?“
남학생이 자신의 멱살을 잡은 정국의 손을 있는 힘껏 뿌리치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네가 초이스들을 공격한걸 알고 있어. 그러니까 빨리 ㅇㅇㅇ이 어디 있는지 말해"
"...!!"
초이스들을 공격한 것을 알고 있다는 말에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버리는 그 남학생. 남학생이 정국의 눈치를 보는 듯하더니
"우아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정국에게서 달아나기 시작한다. 정국이 이를 악물고 그 남학생의 뒤를 쫓고 젖 먹던 힘까지 쏟아 부어서 정국에게서 달아나던 남학생 앞으로 정국의 뒤를 쫓아오던 지민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어어?뭔데?"
지민은 갑작스러운 정국과 남학생의 추격전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몸은 본능적으로 그 남학생을 잡아야한다는 것을 느낀 듯 두 눈을 질끈 감고 온 몸으로 그 남학생을 덮친다.
"흐어엉-"
지민의 밑에 깔린 남학생은 이젠 끝났구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울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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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방법이란게 뭔데요?"
유리병을 만드는데 왠 특별한 방법까지 필요하단 거지?그냥 유리를 가공해서 만드는거 아닌가?내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영재를 보고 있는데 나에게 유리병을 내밀면서 말하는 영재.
"이걸 만져보면 알 텐데- 뭔가 다르다는 걸.“
재질이 다른 건가?내가 영재의 말에 영재의 손에 들린 유리병에 손을 가져다대는 순간.
"ㅇㅇㅇ!유리병에 손대지마!"
바로 뒤편에서 들리는 태형의 목소리. 하지만 이미 내 손에는 영재가 건내준 유리병이 들려있다. 내가 태형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태형 쪽을 돌아보자 내 손에 들린 유리병과 나를 번갈아보면서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짓는 태형.
"태형 오빠…?”
뭐야.. 태형오빠 깨어난 거야?내가 멀쩡하게 일어나서 나를 보고 있는 태형의 모습이 너무 반가워서 태형에게 달려가자 그런 나를 자신의 품에 덥석 가두어버리는 태형.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네가 다치지 않아서.."
누워있는 동안, 떠올리기 싫은.. 벗어나기 힘든 기억 속에서 헤매는 동안.. 계속해서 태형의 머릿속에는 ㅇㅇ이 떠올랐다. 차선우가 그랬듯 어둠의 초이스들이 목표로 하는 건 무효화 호르몬이었으니까. 한시라도 빨리 그 곳에서 벗어나야한다고 생각했다. 태형 자신이 숨이 멎을것 같이 슬픈건 상관없었다. 태형의 머릿속에는 ㅇㅇ이를 지켜야한다는 생각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태형이 오빠..?"
ㅇㅇ을 한동안 꼬옥- 껴안고 있던 태형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영재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분명히 ㅇㅇ이 손에 유리병이 닿았지만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았다. 모양은 똑같이 생겼는데.. 다른 유리병인가?
"이 유리병 어디서 난거지?"
태형의 질문에 여유로운 얼굴로 태형을 보며 답하는 영재.
"오는 길에 복도에 떨어져 있기에 주워온 건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영재의 질문에 태형이 자신이 쓰러지면서 떨어뜨린 유리병을 기억해낸다.
"ㅇㅇ아. 그 유리병 이리 내"
내가 태형의 말에 내 손에 들린 유리병을 내주자 창밖으로 그 유리병을 던져버리는 태형. ``쨍그랑- ``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병이 산산조각이 나고 그 유리병을 지켜보고 있는 영재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본 뒤 내 손을 잡은 채로 그 자리를 벗어난다. 그런 ㅇㅇ과 태형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영재가 씨익-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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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초이스 교무실에는 만신창이가 된 남학생과 그런 남학생을 노려보고 있는 정국, 아직도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지민, 그리고 남학생의 엉망진창이 된 머리를 두어 번 다듬어주고는 맞은 편 자리에 앉는 대현의 모습이 보인다. 대현의 옆에는 택운과 호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까, 너는 도서관에서 호르몬 물약이라는 책을 발견했을 뿐이라는 거지?"
대현의 물음에 ``표지훈`` 이라는 이름표를 단 남학생은 울먹이는 얼굴로 자신을 금방이라도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는 정국을 보며 말한다.
"다 이야기 할게요.. 다 이야기 할 테니까 제발 저 분 좀... 어떻게..너무 무서워- 으헝.“
"정국아, 표정 좀 풀어 ~ 얘가 너가 무서워서 몸을 덜덜 떨고 있잖냐-"
지훈의 말에 호석이 정국의 등을 토닥이며 달래듯 말하지만 정국의 눈빛은 풀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시간 끌지 말고 순순히 말해. 언제까지 노려보는 걸로 참을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으니까"
"말할게!말한다고-"
정국의 말에 화들짝 놀란 지훈이 재빨리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훈의 손에는 오래된 책 한권이 들려있다. 택운은 그 책을 보는 순간부터 눈에 띄게 표정이 굳어있다.
"그러니까.. 도서관에서 인간의 호르몬에 대한 이론을 배우고 있는 중이 었어요. 그런데 앞 쪽에 호르몬 물약이라는 책이 놓여있기에 펴보니까 거기에 호르몬 물약을 만드는 방법이랑 쪽지 하나가 끼워져 있더라고요"
"쪽지..?"
"네, 쪽지요. 학교 후문 쪽 입구에 호르몬 물약을 만들기 전에 먹어야할 물약과 초이스들의 호르몬을 담을 수 있는 유리병이 있고 초이스들을 만났을 때 초이스들의 호르몬을 받지 않을 수 있는 무효화 호르몬의 물약이 있다고요..그리고 그 물약을 손에 넣으면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기에.. 거기에 혹해서.."
"..무효화 호르몬 물약이 있었단 말이야.?"
"네. 투명한 색 물약이었어요. 그걸 먹고 나서는 호르몬의 영향도 받지 않을 수 있었고"
지훈의 말에 대현이 다소 진지한 표정으로 지훈을 보며 말한다.
"이번에 네가 한 일은 살인 행위와 같은 행동이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네가 책을 자세히 보지 않아서 몰랐을 수도 있지만 초이스의 호르몬 물약을 만드는 경우 호르몬을 빼앗긴 초이스는 빠져나간 호르몬만큼의 생명이 줄어들어"
"생명이..줄어..든다니요?"
"네 행동으로 호석이와 태형이의 생명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야"
대현의 말에 지훈이 충격에 빠진 얼굴이 된다.
"저..저는.. 진짜 몰랐어요.. 저는 정말... 단순하게.. 돈이 벌고 싶다는 생각에.. 선생님.. 저는.."
"몰랐다고는 하지만 네가 한 행위는 엄연히 범죄야.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될거고"
대현의 말에 지훈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린다. 그런 지훈을 안쓰러운 눈으로 보고 있던 호석이 대현을 향해 말한다.
"태형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저 녀석을 처벌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모르고 한 행동이기도 하고 생명이 주는 거야.. 호르몬 억제 주사만 맞아도 그런 거고"
"처벌해"
호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태형. 그런 태형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ㅇㅇ의 모습이 보이자 지훈을 노려보고 있던 정국의 시선은 ㅇㅇ에게로 고정된다.
"처벌하라고. 저 녀석이 한 행동은 엄연한 범죄행위야"
"김태형. 너무 냉정해 ~"
호석의 말에도 뜻을 바꿀 생각이 없는 듯 지훈을 보는 태형의 시선이 차갑다.
"이 녀석이 어둠의 초이스들과 연관이 있을지 없을지를 아는 사람은 이 녀석이랑 어둠의 초이스 녀석들 뿐일 텐데. 대체 뭘 믿고 이 녀석을 용서해주라는 거야?"
태형의 말에 호석도 더 이상 반박할 말이 없다. 지훈만 울먹울먹 울상이 된 상태로 대현을 보고 있을 뿐이다.
"지훈아. 왜 돈을 벌려고 했니?"
대현의 말에 울먹이던 지훈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지갑을 열어 사진 한장을 건넨다. 대현이 건네받은 그 사진에는 지훈보다 어린 아이들 둘이 있다.
"날카롭게 생긴 애가 지호고 타조같이 생긴 애가 재효에요. 제 친동생들인데..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시고.. 저는 이 녀석들을 책임져야하는데.. 고등학생이고.. 돈 벌 여력도 없어서 하루라도 빨리 호르몬에 대한 연구를 성공 시켜야겠다고 생각해서 매달리던 중에.. 그런 책을 발견하다보니까.. 저도 모르게... 욕심이 생겼나봐요. 그렇지만 그게 초이스 분들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란걸 알았다면 시도도 하지 않았을 거에요.. 정말이에요,.믿어주세요..제발.. 으허헝-"
기어코 지훈의 눈에서는 눈물 두어 방울이 툭툭- 떨어져 내린다. 거짓말하는 것 같아보이진 않는데...
"태형오빠... 저 분도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요..?"
"
"사실 저도 오늘 태형오빠랑 정국오빠가 다치는 걸 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뭔가를 하려고 무작정 뛰쳐나갔었거든요. 어둠의 초이스가 요구하는 걸 들어줄 생각 까지 했어요. 그게 올바르지 않은 일이란 걸 알면서도 말이에요"
내가 태형을 올려다보며 오늘 있었던 일을 진심을 다해 말하자 그런 나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태형.
"하지만 저는 또 그런 상황이 닿는다면..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될 것 같아요. 행여 그게 제가 희생하는 일일지라도 말이에요"
내 말에 태형이 한숨을 푹 내쉬며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한다.
"봐주던가. 알아서해"
“저..정말이요..?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게 호르몬 물약 소동은 어느 논초이스의 불우한 가정에서 온 해프닝으로 정리됬다. 호르몬 물약이라는 책은 금서이기 때문에 택운 선생님이 압수조치를 취했고 지훈은 졸업전까지 교내 봉사를 하는 것으로 그 사건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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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얼마 만에 찾아온 평화냐!"
윤기가 상쾌하다는 듯 행복한 표정으로 두 팔을 번쩍 위로 뻗는다.
"윤기 오빠가 기분이 좋아 보이네. 그렇지 아미야?"
"냐앙- 냥!"
기분 좋은 윤기의 모습을 지켜보던 남준이 덩달아 기분이 좋은 듯 아미를 들어올리자 아미는 냐옹냐옹- 기분 좋은 울음낸다.
"진짜 정호석에 이어 김태형 까지 쓰러질 줄 알았나.."
석진이 다시는 생각하기 싫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며 말하자 호석이 낙천적인 미소를 지으며 ㅇㅇ을 본다.
"뭐- 나도 김태형도 우리 ㅇㅇ이가 살린 거지,"
"왜 ㅇㅇ이가 호석이형네 ㅇㅇ이야?"
그런 호석의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호석을 향해 눈으로 레이저 빔을 쏘는 태형.
"그러고 보니까 전정국 너는 어떻게 범인이 표지훈이라는 걸 안거야?"
지민이 궁금하다는 듯 정국을 보며 묻지만 정국은 대답대신 딴청을 부린다.
"그러고 보니까 태형이 오빠는 제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아신 거에요?"
ㅇㅇ의 물음에 태형 또한 대답하기 곤란한 듯 생글생글 웃으며 ㅇㅇ의 뒤로 다가가 ㅇㅇ을 자신의 품에 포옥- 껴안는다.
"우리 ㅇㅇ이가 어디 있던지 이 오빠는 다 알아낼 수 있지~"
"그래서 ㅇㅇ이가 언제부터 김태형네 ㅇㅇ이었는데?"
태형의 말에 호석이 태형에게 했던 말을 똑같이 돌려준다. 호석의 말에 태형이 호석을 향해 혀를 내밀어 메롱- 을 하며 말한다.
"ㅇㅇ이는 처음부터 내가 찜했거든 ~"
"글쎄 ㅇㅇ이는 내가 처음 만났다니까!"
호석과 태형의 ㅇㅇㅇ 쟁탈전에 지민까지 합세하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정국이 참 가지가지 한다는 듯 살짝 웃더니 교실을 빠져나와 택운이 있는 보건실로 향한다.
"택운 쌤 ~ 주사 놔줘요.“
주사의 효력이 전 같이 지속되질 않으니 수시로 보건실을 찾는 정국. 하지만 정국의 생각과 달리 보건실에는 아무도 자리하고 있지 않았다. 정국이 택운 쌤을 기다릴 생각으로 보건실 침대에 털썩- 앉아 보건실을 둘러보다가 택운의 개인 책상 위에 펼쳐저 있는 책 한권을 발견한다.
"저 책은 표지훈이 주웠다던 그 책인가?"
정국이 전의 그 사건을 떠올린 듯 인상을 찌푸리며 그 책이 펼쳐진 쪽으로 다가간다. 누가 봐도 오랜 시간을 거쳐 온 것 같이 색이 바랜 책을 보던 정국의 눈앞에 유리병을 봤을 때와 같이 또 다른 과거의 기억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