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전쟁 : 초능력 고등학교

시즌2 8화

교무실에는 대현과 택운, 그리고 나와 정국이가 자리했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우리 엄마가.. 초이스라니.. 그것도 나와 같은 무효화 호르몬을 가진... 거기다가 호르몬 고등학교 선생님이셨고... 그런데 어째서 할머니는 그토록 초이스를 증오하셨을까.





"그래.. 손나은 선생님 딸이.. ㅇㅇ이였구나.."





대현이 아직까지도 그 사실이 믿기지 않는 다는 듯 얼떨떨한 목소리로 나를 보며 말한다. 하긴.. 나도 지금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되는데 이제 막 이야기를 들은 대현 선생님은 더 혼란스러우시겠지.



"그렇다면.. 우리의 과거 이야기가 곧 ㅇㅇ이가 알아내려고 했던 어머니의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구나."



".... 해주세요... 우리 어머네가 어떤 분이셨는지.. 그리고 어머네가 이 학교에 있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알려주세요. 선생님."




내 말에 대현이 택운을 향해 잠시 시선을 맞추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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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희가 궁금해 하는 일들을 말해줄게. 아마 조금 긴 이야기 될 것 같다."




대현의 눈동자가 추억에 잠기듯 더욱 깊어진다.

   





 

대현과 택운은 호르몬 고등학교의 학생이었다. 지금 현재 어둠의 초이스인 명수 또한 그 때에는 호르몬 고등학교 학생이었고 그들의 담임선생님은 오늘날 ㅇㅇ의 엄마인 손나은 선생님이었다.



'야- 김명수, 뭘 그렇게 넋 놓고 봐?'







대현의 물음에 창가를 통해 하늘을 보고 있다가 대현을 향해 시선을 주는 명수.







'그냥.. 이 건물 밖의 세상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야~ 요즘 세상에 꼭 나가야만 밖을 보냐? 내가 이럴 줄 알고 준비했지.'




대현이 명수의 행동을 예상했다는 듯 자신의 가방 속에 있던 책을 하나 꺼내든다.



'이번에 집에 가는 길에 네 생각이 나기에 가져왔지!'




명수는 살인 호르몬으로 학교의 감시와 제약을 받고 있었기에 외출이 금지된 상황이었다. 그런 명수를 생각해서 대현이 가져온 것은 좋은 풍경이 담긴 사진집. 대현이 헤실헤실 강아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명수의 앞에 사진집을 펴 보인다. 명수의 두 눈동자가 대현이 펼친 사진집에 있는 그림 같이 파랗고 예쁜 하늘에 맞춰진다.




'바깥 세상은.. 내가 상상한 것 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많을 지도 모르겠다.'




명수의 입가에 처럼 보기 힘든 미소가 그려졌다. 대현은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명수에게 사진집을 보여준 일을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진집이 명수에게 학교를 빠져나가고 싶다는 의지에 불꽃을 피워 오르게 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




 

'윽-'



'김명수. 괜찮아?'




명수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아 겨우 살인 호르몬을 억누르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통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 불시에 난폭한 성향을 보이거나 호르몬 억제 주사의 과다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생명력이 심하게 악화되어 피를 토하기도 했다.







'정택운...'



'응..'







입가에 피가 묻은 채로 택운을 보는 명수의 눈동자에 힘이 없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지친 얼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택운 또한 그런 명수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왔다. 같은 초이스로서. 친구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나.. 나가고 싶어.'



'김명수.'



'숨이 멎기 전에... 보고 싶어. 높은 하늘도, 넓은 바다도 전부 내 눈에 담아보고 싶고 내 몸으로 느껴보고 싶어. 속박 없이 풀려난 몸으로.. 자유라는 걸 느끼면서.'







'조금만 참자.. 김명수. 내가 조금 더 자라면... 그러면.. 널 꼭 낫게 하는 방법을 찾아낼게..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택운의 불안한 목소리에서 자신에 대한 걱정을 느낀 듯한 명수가 택운을 향해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인다.





'불안해하지마. 그때까지 얌전히 있도록 노력해 볼테니까.'




택운, 대현, 명수 이렇게 셋 뿐인 초이스 반이었기에 그만큼 셋의 관계는 누구보다도 끈끈했다. 어느 하나가 사라진다는 상상이 지독하게 독한 공포감으로 다가올 만큼 말이다.

    








 

'으....다..죽어버려...'




'켁.. 김명..ㅅ.'





'날.. 속박하는 모든 걸..죽여 버릴 거야.. 죽어!!'



명수가 이성을 잃는 일을 더 잦아졌다. 그럴 수 록 택운과 대현의 몸에는 상처가 하나둘씩 늘어갔다. 택운과 대현이 무효화 호르몬을 가지고 있었기에 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정신을 찾는 명수였지만 늘어나는 상처들에 가장 고통 받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김명수였다.



'또.. 내가.. 이런 거야..?'



'이런 것 쯤이야- 상처도 아니지.'



'....'



명수는 날이 갈수록 어두워져갔다. 그 속에는 자신이 벌여놓은 일에 대한 죄책감과 앞으로 자신이 벌일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동안 잠잠하던 명수의 이성이 끊기는 일이 발생했다.



'아아아악!!!!!!!!!!'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까지 잘 알지 못하지만 교무실에 계신 손나은 선생님을 만나러간 뒤 얼마 되지 않아서 명수는 절망과 분노에 찬 얼굴로 학교 건물을 무지막지하게 빠져나갔다. 폭주한 명수를 막기 위해 택운, 대현 그리고 초이스 관련 관계자들이 모두 매달렸지만 명수가 폭주한 것이 호르몬 때문만은 아닌 듯 명수의 폭주는 쉽게 잠재워지지 않았고 명수는 그대로 학교를 빠져나가 어디 론가로 사라졌다. 학교의 사람들이 총동원되어 명수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명수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명수가 사라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손나은 선생님 또한 종적을 감추었다. 손나은 선생님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전 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듯 기분이 좋지 않았던 택운은 손나은 선생님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 묻는 대현의 물음에 그저 손나은 선생님은 배신자일 뿐이라고 답했다.





'선생님.. 무효화 호르몬에 대한 연구 중ㅇ..'




단순히 궁금한 점을 묻기 위해 교무실을 찾아갔던 택운, 그 곳에는 손나은 선생님과 구릿빛 피부의 남자가 함께 있었다. 첫인상부터 좋지 못한 기운을 뿜고 있던 그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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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운아..'




'그럼 이제 그만 가도록 하지. 무효화 초이스가 둘이나 되니까 손이 근질거려서 잡아먹을 것 같거든.'




그 남자는 나를 보며 먹잇감을 발견한 것 같은 맹수 같은 눈빛을 보이다가 나은 선생님의 손을 잡아끌며 어디론가 가려고 했다. 반사적으로 나는 선생님의 반대편 손을 붙잡았고 그런 나를 보고 있던 나은 선생님은 눈물 맺힌 눈으로 말했다.




'미안해... 택운아..'




'.. 선생님... 아니죠.. 저 사람 어둠의 초이스 같은 거.. 그런 거 아니죠..' 택운은 들은 적이 있었다. 초이스의 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호르몬을 가진 자가 어둠의 초이스에게 존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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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초이스 같은 거랑.. 손나은 선생님이... 관련 같은 거 있을 수 없는 거잖아요...'







명수가 손나은 선생님을 만난 뒤에 폭주하기 시작한 거.. 그것도 선생님 때문이 아닌 거잖아요...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택운아..'







'인사는 여기까지. 눈물 흘리는 거 별로 좋아하는 광경이 아니라서 말이야.'




손나은 선생님의 손을 잡은 택운의 손에서 스르르 힘이 빠져나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새까만 피부의 남자, 학연은 자신이 들고 있던 유리병의 액체를 들이마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연과 나은의 모습이 사라져버린다.




'이럴 순.. 없는 거잖아.. 선생님을.. 우리가 얼마나.. 믿었는데... 우리가...아아악!!!!!'




사라진 나은의 모습을 지켜보던 택운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른다.

   






 

"그리고 나은 선생님이 없어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명수도 어둠의 초이스들과 한패가 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




우리 엄마가... 어둠의 초이스...랑 관계가 있었다고...? 그럼 내가 첫날 여기서 만났던 그 검은 머리의 명수라는 남자도... 우리 엄마가 어둠의 초이스로 끌어들였단 이야기인가.. 그럴 수가...어떻게 우리엄마가 그럴 수가...




"차라리...."




"





"모를걸 그랬어요.... 차라리... 그냥 아미골에서 할머니랑 같이 둘이서 살아가자던.. 할머니 말 들을 걸 그랬어요... 우리 엄마가... 엄마가.... 어둠의 초이스라는 걸.... 알바에는.."









도저히 고개를 들고 대현과 택운을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곧장 그 자리에서 뛰쳐나와 버렸다. 어느새 내 뺨을 타고 굵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울긴 왜 울어... 내가 울긴 왜 우냐고.... 나한테는 울 자격도 없어.




"어? ㅇㅇ아!"




무작정 복도를 걸어 나가고 있는데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사람을 만나버렸다. 걱정시키기 싫은데.. 우는 모습 보이면.. 또 걱정할 텐데..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한 태형오빠가 놀란 얼굴로 나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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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울어..?"





걱정스러운 태형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고개를 들어 태형오빠의 얼굴을 마주볼 용기가 나지 않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지금 나는 울 자격조차 없는.. 범죄자의 딸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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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냐고.. 묻잖아."




태형오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엄마에 대해서 겨우 알아내게 됬는데 그 알게 된 엄마의 과거가 어둠의 초이스래요. 명수라는 사람이 어둠의 초이스에 들어가게 된 원인도 어쩌면 우리 엄마 때문일지도 모른데요. 이렇게 말해야하는 건가..?







"ㅇㅇㅇ!"




태형의 두 손이 내 어깨를 잡았다.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려 복도의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오빠.... 우리 엄마가... 우리 엄마가요.. 사실은 정말 나쁜 사람일지도 모른데요..."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은데..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아직은 모르겠어요...



"누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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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누가 그러냐고. 우리 장모님이 나쁜 사람이라고."




"그게..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기보다..."





"정확하지 않은 건 믿지 마. 너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을 믿어."







태형의 말이 그 순간 나에게 너무나 큰 힘이 되어서, 그리고 너무 큰 위로를 줘서 나도 모르게 짧은 순간 맺힌 설움이 복받쳐서 엉엉 울어버렸다. 그런 나를 태형은 다정한 손길로 감싸 안아 등을 토닥여줬다. 태형의 따듯한 품속에서 생각했다. 아직까지 우리 엄마가 어둠의 초이스와 한패라는 것이 밝혀진 건 아니니까. 그러니까 끝까지 엄마를 믿어보자고.







 

교무실을 뛰쳐나간 ㅇㅇ을 곧장 따라나온 정국.







"안 그래도 유리멘탈인 녀석인데."





오늘 대현과 택운이 했던 이야기는 분명히 ㅇㅇ에게 큰 충격이 됐을거라 생각하니 온 몸의 신경이 ㅇㅇ에게로 쏠리는 걸 느낀 정국이 걸음을 빨리한다. 복도의 코너를 도는 순간 정국의 눈앞에는 태형의 품에 안겨 있는 ㅇㅇ의 모습이 들어온다. 정국은 ㅇㅇ에게로 가고 있던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ㅇㅇ을 달래고 있다가 자신과 ㅇㅇ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는 정국과 눈이 마주친 태형이 정국을 향해 무언의 사인을 보낸다. 그 순간 초점 없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온 정국이 제 자리에 멈춰 선다.









이상하다. 이전부터 태형이 ㅇㅇ을 많이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신경 쓰이는 건지.. 왜 눈에 자꾸 거슬리는 건지 잘 알지 못하는 정국이었다. 복도에 가만히 서서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정국을 지켜보는 태형의 눈빛이 본능적으로 뭔가를 직감하고 날카로워진다. 그런 태형의 눈빛을 마주보는 순간 멈춰있던 정국의 발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한다.




"야. 호박. 가자."







ㅇㅇ과 태형이 있는 곳까지 다다른 정국이 태형의 품에 있는 ㅇㅇ의 손목을 잡아 떼어낸다. ㅇㅇ의 얼떨떨한 눈동자가 정국에게로 향한다.







"태형이 형보다 나한테 네가 더 필요한 거 알잖아. 그러니까 나랑 같이 가."




"가지마."







ㅇㅇ의 반대편 손을 태형이 붙잡는다. 마주보고 선 태형과 정국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그러니까.. 지금 이게.. 무슨..? 분명히 초이스반 중에서도 남다른 우애를 보이던 게 정국이랑 태형이었는데.. 왜 이렇게 스파크가 튀는 느낌이지..?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




"저... 태형오빠, 일단 정국이한테 어둠의 호르몬이 발동할지 모르니까.."







내가 아무래도 정국 쪽이 더 급하게 내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태형을 달래듯 말하는데 나를 잡은 태형의 손은 더욱 더 강하게 나를 억압해왔다. 어..어쩔 수 없지. 태형 오빠는 유달리 질투가 심하니까 역시 태형오빠랑 조금 있다가 눈치보고 정국이한테 가면..




"정국아- 지금은 태형오빠랑 이야기 좀 하고.."





"가자고. 당장."





다른 때면 순순히 물러날 정국도 오늘따라 물러날 기미는커녕 더 의지를 불태운다. 잠깐만. 다들 왜 이러냐고... 나보고 어쩌란 거야. 날을 새우고 신경전을 벌이는 정국과 태형 때문에 내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던 엄마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드르륵- 소리와 함께 초이스반 문이 열리고




"어라? 김태형! 전정국! 지금 ㅇㅇ이 사이에 두고 뭐하는 거야?"




이 상황에 기름이 될 수도 있는 지민이 투다다다- 달려와 나를 덥석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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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지민 오빠 지금 상황이.."




"김태형! 손때라? 전정국 너도!?"



"박지민, 떨어져라? 엉?"



"호박. 가자고!"



시끄러워.. 시끄러워.. 다..들..




"떨어져요!!!!!!!!"





나는 동시에 세 남자를 뿌리쳐버렸다. 예상치 못한 나의 박력 넘치는 행동에 태형, 지민, 정국이 어벙한 표정으로 떨어져 나갔다. 아니, 가만 보니까 내가 무슨 보자기로 보이나. 이 사람들이!






"다들! 내가 무슨 물건인줄 아나본데! 잘 들어요! 난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고! 의지를 가지고 선택권을 가진 사람이라고요! 그러니까 저는 혼자! 혼자 있을 거에요! 그러니까 아무도 건드리지 말아요!"









내가 쿵쾅쿵쾅 소리를 내며 교실로 들어 가버리자 넋을 놓고 ㅇㅇ을 보고 있던 세 남자들이 서로를 노려본다.





"박지민, 네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ㅇㅇ이가 화가 난거잖아."




"얼씨구~ 너랑 전정국이 ㅇㅇ이를 화나게 한건 아니고? 얼마나 귀찮게 했기에 순하고 착한 ㅇㅇ이가 저렇게 소리를 질러?"





태형과 지민이 다시금 서로를 보며 으르렁 대고 그 둘을 지켜보고 있던 정국이 그들과 신경전을 벌인 자신이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쉰다.



"에라이- 몰라! 난 ㅇㅇ이한테 갈 거야!"




태형과 투닥거리면 지민이 날다람쥐마냥 슝- 하고 교실로 들어가 버리고 남겨진 태형과 정국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돈다.




"전정국."




"왜."




"오늘 일 없었던 걸로 생각해도 되겠지? 그냥 단순히 네 호르몬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태형의 말에 정국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태형을 보며 답한다.




"아니, 없었던 일로도 부작용이라고도 생각 하지 마. 둘 다 아니니까."





정국의 말에 태형의 얼굴이 굳어진다.






"너무 표정 굳힐 것 없어. 형. 형도 알잖아. 나 살 날 얼마 안 남았어. 그리고 형처럼 귀엽지도 못하고 다정하지도 못해 난."





정국의 말에 태형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전정국. 내가 그런 말 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모든 것이 나에게 허락되지 않았으니까. 내 마음만이라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야."




"...."







"그러니까 나 신경 쓰지 말고 형 하고 싶은대로 해. 나도 형 신경 안쓰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테니까."





정국이 태형을 향해 확고한 목소리로 말하고 교실로 들어가 버린다. 정국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태형은 슬픔과 분노가 섞인 알 수 없는 표정이 된다.




 

"오랜만이군. 이곳도."









학연이 호르몬 고등학교 주변을 둘러보다가 호르몬 고등학교를 감시하고 있는 용국과 원식을 발견해낸다. 학연과 명수는 모두 호르몬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상태, 거기다가 무효화 물약까지 마신 상태라 용국과 원식의 호르몬이 통하지 않는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호르몬 고등학교의 보완은 무효화 호르몬에 늘 취약해."




학연이 시시하다는 듯 교문을 들어서며 말하지만 명수는 별다른 반응 없이 학연의 뒤를 따라 걸을 뿐이다.




"김명수, 정신 차려.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네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학연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학연을 보며 굳게 닫혀있던 입을 떼는 명수.




"네가 지나치게 말이 많다는 생각은 안 해본건가?"







명수의 말에 입을 쩍 벌리고 아무 말 못하고 있는 학연을 지나쳐 먼저 걸어 나가버리는 명수. 그런 명수를 지켜보고 있던 학연이 기 막힌다는 듯 명수를 향해 소리친다.







"야! 내가 어디가 말이 많다고 그래! 어? 이유 세 개만 대... 아니. 삼백 개 대봐 삼백 개!"




여기도.. 어딘가 모르게 허술하다는 생각이 든다..




 

혼란스럽다. 혼란스러워. 대현 선생님과 택운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엄마는 어둠의 초이스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되고 명수 또한 엄마가 의도적으로 어둠의 초이스에 끌어들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국의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걸린다. 우리 엄마가 스스로 호르몬 물약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우리 엄마는 왜 굳이 자신의 호르몬으로 물약을 만들었던 것일까? 스스로 생명을 소모 시키는 일인데도 말이다. 분명히 그 일에 이유가 없지 않을 거야.







"ㅇㅇㅇ,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윤기 오빠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묻는다. 이 이야기.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입 다물고 있는 게 좋겠지..?




"그냥, 좀 생각할게 있어서요."







"냥- 캬오오-"







"아미야- 아미가 왜 이렇게 날카롭게 굴지?"







순간 교실 앞문으로 달려가더니 날카로운 이를 내밀며 누군가를 경계하는 행동을 보이는 아미. 그런 아미의 행동에 남준이 아미에게로 달려가 아미를 품 안에 안으려고 하지만 아미는 계속해서 앞발로 교실 앞문을 긁는다.




"얘가 진짜 왜 이러지?"



"문 앞에 뭔가 있는 거 아니야?"




아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정국이 남준을 향해 말하자 남준이 교실의 앞문을 연다. 교실의 앞문을 열자 텅 빈 복도가 보인다. 하지만 아미는 방금 전 보다 더 예민하게 울며 복도 쪽을 향해 발톱을 세운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아미의 이상한 행동이 계속되자 남준이 복도 쪽으로 나가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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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굉장히 예리한 고양이인데? 귀.찮.게.시.리."







까무잡잡한 피부의 학연이 남준의 눈에 들어오고 남준을 향해 기다란 팔을 뻗어 남준의 뒷목을 치더니 기절시켜버리는 학연.




"김남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윤기가 남준의 이름을 부르며 쓰러진 남준에게 달려가고 학연은 윤기를 지나쳐 교실 안으로 들어온다.




"너...는..?"





학연을 본 태형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린다. 태형의 모습을 보고 뭔가를 떠올리는 듯 하던 학연이 태형을 향해 반갑다는 듯 웃어 보이며 말한다.





"오- 오랜만인데? 그때 그 특이한 호르몬을 가진 녀석이잖아. 자기 능력을 믿고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하고 나대던."





"... 닥쳐. 선우를 죽게 만들었으면 그만이지 또 여길 왜 온 거야?"




"선우.. 그 때 그 무효화 호르몬 초이스 이름이 선우 였던가? 그러게 그 때 차선우가 죽게 만들지 말았어야지. 그랬으면 이렇게 번거롭게 다시 무효화 호르몬을 가진 초이스를 찾으러 오지 않았어도 됐잖아."




무효화 호르몬을 가진 초이스를 찾으러 왔다고..? 잠깐만 그렇다면 저 사람이 노리는 건..







"ㅇㅇ이한테 손댈 생각하지 마."




"얼씨구- 왜 또 그 허접한 호르몬의 능력을 믿고 나를 공격하려고?"





학연의 말에 태형이 자동적으로 내 앞을 막아선다. 나를 막아서서 자신을 노려보는 태형을 보며 가소롭다는 듯 미소 지으면서 말하는 학연.




"미안하지만 오늘 널 상대할건 내가 아니야. 김명수. 어서어서 서둘러. 빨리 끝내고 돌아가자고. 나 꽤 피곤하니까."





학연의 말에 교실로 들어오는 또 다른 남자. 김명수. 저 사람은... 호르몬 고등학교에 들어온 첫날에 봤던..




"그렇게 쉬지 않고 중얼대는데 피곤하지 않은 게 이상한 일 아닌가?"




"뭐, 임마? 내가 언제 쉬지 않고 중얼댔다고 그래! 처음 듣는 사람들은 오해하겠네!"




"뭐? 그렇다 치던가."





"야!"







"빨리 끝내고 가자며. 그러고 싶다면 얌전히 입 다물어."




명수의 말에 조금 전의 어두운 이미지와 달리 욱- 하고 재잘대던 학연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꾹- 다문다. 명수가 한 걸음 한걸음 나에게로 가까이 다가오자 그런 명수의 앞을 가로 막는 정국.







"석진이 형, 선생님들을 불러와."




"아.. 알겠어!"




정국의 말에 석진이 교실 밖으로 뛰어나가려 하자 그런 석진의 앞으로 빠르게 이동해 석진을 가로막는 학연.





"에이- 그럴 순 없지. 그 인간들이 오면 우리가 조금 귀찮아지거든."




학연의 말에 석진이 어떻게 움직여야할지를 망설이고 있는데 학연이 석진에게 집중하고 있는 사이 학연의 뒤에서 학연의 몸을 붙잡는 호석.



"윽- 이건 또 뭐야!"



"김석진! 빨리 가!!"



"알았어! 부탁한다- 정호석."




호석이 학연을 붙들고 있는 사이 석진이 빠른 속도로 교실을 빠져나가고 남준을 등에 업은 윤기도 그 뒤를 뒤따라 나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학연이 전과 달리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를 바드득 갈며 자신의 몸을 붙들고 있는 호석을 거칠게 떼어낸다.







"악!"




덕분에 호석이 교실 벽으로 내팽개쳐지고 그런 호석의 목을 두손으로 조이며 분노에 차오르는 눈으로 호석을 보는 학연.




"으윽.."




"일을 귀찮게 만들다니.. 좋다. 그럼 그 귀찮은 인간들이 오기 전에 모든 일을 종료시켜버리겠다."



"호석이 형!"



"호석이 오빠!!"



숨을 쉬기가 어려운 듯 얼굴이 시뻘게지며 신음을 내뱉는 호석의 모습에 호석에게 달려가려는데 그 순간 호석의 목을 조르고 있는 학연의 손으로 날라드는 새하얀 물체.



"냥- 캬아아악!"





새하얀 고양이..? 아미!



"악!!! 뭐야. 이 귀찮은 생명체는!!!!!!!"



"후하..."




아미가 학연의 손을 할퀴자 학연이 호석의 목을 조르고 있던 손이 풀리고 호석은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 학연은 재빠르게 교실을 뛰쳐나가는 아미를 쫓으며 눈이 뒤집힌 채 달려간다.





"하여간 멍청한 녀석..."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명수가 한심하다는 듯 학연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을 정국과 태형의 뒤에 가려진 나에게로 돌린다.





"모두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면 순순히 따라오는 게 좋을 텐데."







"다치기 싫으면, 그냥 돌아가는 게 좋을 텐데."





나를 협박하는 듯 한 명수의 말에 정국이 맞대응 한다. 그런 정국의 행동에 피식- 웃더니 표정을 굳히고 정국을 보는 명수.




"그래. 얼마 남지 않은 목숨도 내 손에 죽는다면 영광스러운 일이겠군."







순간 명수의 눈빛이 날카롭고 강하게 변하며 정국을 향해 달려든다. 정국이 재빠른 몸놀림으로 명수를 피하자 명수는 정국을 쫓지 않고 나와 태형에게로 달려든다. 태형이 순간 명수의 불안정한 상태를 눈치 채고 자신의 손가락을 물어뜯어 피가 나게 한다. 태형의 손끝에서 붉은 색 피가 두어 방울 떨어져 내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내 머릿속에는 순간 대현 선생님이 호르몬 억제 주사를 사용할 때 주의 할 점을 설명해준 것이 떠오른다.







'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았을 때 호르몬 억제 주사의 지속시간을 짧게 하는 상황들에 대해서 설명해주도록 하지. 첫째, 호르몬 억제 주사를 남용했을 때. 둘째, 호르몬 주사는 자신의 몸에 흐르는 피에서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다출혈하게 되면 지속시간이 짧아진다. 셋째, 호르몬이 순간적으로 호르몬 억제 주사보다 더 강하게 작용할 때..'




설마... 태형오빠 호르몬 억제 주사의 효과를 없애려고 하는 걸까? 그렇지만 태형오빠의 호르몬은 공격적인 호르몬이 아닌데..?







"멈춰. 이 모든 행동을 멈춰라."







태형이 나에게로 달려드는 명수를 막아서며 명수의 귓가에 대고 명령하듯 말하지만 명수는 기가 막힌다는 듯 태형을 본다.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하지?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군."




아무렇지 않은 명수의 반응에 태형이 자신의 손가락에 난 상처를 깨물어 더욱 커지게 만든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명수가 강한 힘으로 태형의 목을 붙잡아 벽에 밀어붙인다. 벽에 부딪친 충격 때문인지 태형의 머리에서 붉은색 피가 흘러내린다.




"태형 오빠!!"



"윽..."







"무슨 짓을 할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일을 하기 전에 네 숨이 먼저 끊어질 것 같군."







태형의 목을 옥죄는 명수의 손에 전보다 강한 힘이 들어간다. 태형이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정국이 명수의 손을 태형에게서 떼어내려고 애쓰지만 살인 호르몬이 발동된 명수의 힘을 정국이 당해내지 못한다. 안 돼.. 이대로라면 태형이 오빠가 죽고 말아.. 내가..내가 어떻게든 해야 돼.





"그만 둬!! 그만 둬요!!"





내가 명수의 팔을 붙잡자 순간 날카로웠던 명수의 눈동자가 원 상태로 돌아오면서 태형을 잡았던 손에 힘이 풀리고 태형이 벽에 쓰러지듯 떨어져 내린다.





"태형이 오빠. 오빠! 정신 좀 차려 봐요! 피... 피 좀 봐.. 태형 오빠!!"




쓰러진 태형을 붙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치고 있는 내 모습을 지켜보던 명수의 귓가에 순간적으로 들려오는 성열의 목소리.







'네가 무효화 호르몬을 가진 초이스를 데려오면 너에게 자유를 주도록 하지. 이젠 더이상 속박되지 않아도 되는거야. 하지만 그렇지 못 할 시엔.... 넌 더 어두운 지옥 속에 가둬지고 말거란 걸 명심하도록 해.'




자유... 저 아이만 얻으면 자신은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의 삶에서 내내 꿈꿔왔던.. 자유.. 그게 아니면... 이 얼마 남은 목숨마저도... 잃게 되겠지. 명수의 머릿속에 생각들이 하나로 뭉쳐진 순간 명수가 나에게로 다가와 나의 손을 붙잡아 나를 강제로 일으킨다.




"이거 놔요! 태형오빠! 태형오빠!! 눈 좀 떠봐요!!"




명수가 나의 손을 강한 힘으로 붙잡는 순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정국의 눈동자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가 차오른다. 정국에게 있어서 가장 지키고 싶은 사람이 위험에 빠진 순간이 정국의 눈을 멀게 했을지도 모른다. 정국이 명수에게 밀리던 전과 달리 나를 잡은 명수의 손을 가뿐하게 제압하고 명수를 덮친다. 명수의 몸 위에 앉은 정국이 양 손으로 명수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전정국... 설마."







살인 호르몬이 발동한건가..? 안돼.. 정국이가 자신의 손으로 누군가를 죽이게 되면.. 정말로 절망에 빠져버리고 말거야.



'안 죽어. 안 죽을 테니까.. 박지민이랑 놀지마.'




'호박.'




정국이는 살인이라는 말이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야. 호르몬 때문에 눈이 멀게 해서는 안 돼. 일단 정국을 말려야한다는 생각에 호르몬 고등학교에 처음 왔을 때 명수를 만났을 때와 같이 정국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자 정신이 든 정국이 명수의 목을 조르고 있는 자신의 손을 발견하고 놀란 나머지 명수의 목을 조르고 있던 손을 떼어내고 미세하게 손을 떤다. 정국의 상태가 불안정하단 걸 알아챈 명수가 정국을 내팽개치고 나에게로 달려드려는 순간. 나를 감싸 안는 누군가의 몸. 그리고



"공격하는 걸 멈춰."




내 귓가에 울려 퍼지는 태형오빠의 목소리. 태형오빠의 말에 태형에게 홀린 듯 초점이 없는 눈으로 태형의 말을 듣는 명수. 뭐..지? 태형오빠가 시키는 대로 명수가 움직이고 있어..? 그 영향을 받는 건 명수뿐만이 아닌 듯 정국 또한 태형에게 홀린 듯 촛점 없는 눈으로 태형을 보고 있다. 자신을 초점 없는 눈으로 보고 있던 태형의 눈에 증오와 슬픔이 얽힌 감정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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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죽어."





태형의 원망 섞인 목소리에 명수가 홀린듯 어디론가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태형은 피를 많이 흘린 상태여서 그런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버리고 정국은 태형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자기의 손으로 자신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전정국. 그만둬!"



내가 정국의 앞으로 다가가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정국의 손을 잡으며 말하자 잠시 행동을 멈추는 듯 하더니 촛점을 되찾은 눈으로 나를 보며 불안한 목소리로 묻는 정국.





"나... 누굴 죽이거나.. 그러지 않았지...?"





정국의 불안한 목소리에 나는 정국을 향해 괜찮다는 듯 웃어보이며 말했다.





"당연하지. 바보야. 네가 사람을 죽일 리 없잖아."



내 말에 안도하는 듯 하더니 힘이 빠지는 듯 나의 품에 쓰러지듯 기대는 정국.



"다..행이..다."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긴장이 풀린 상태로 의식을 잃는 정국. 혹시나 해서 다급하게 정국의 심장 소리를 확인해보자 쿵쾅쿵쾅-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심장소리가 들려왔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정말로... 자...잠깐만.. 그러고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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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오빠!"





다급하게 새하얗게 질리고 있는 태형오빠에게 달려갔다. 피투성이가 된 태형오빠의 손을 붙잡았지만 전의 그 따듯한 온기는 남아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