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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정국과의 싸움도 마무리되고 나니 생각난 그다음 관문. 바로
내일 우리 학교로 전학 오는 박지민이었다. 나는 정국이와 싸우느라 내일 박지민이 전학 오는 지도 까먹고 있었다. 사실상 말하면 내일은 얼마 남지 않았다. 현재 시각 밤 7시 30분. 정확히 내일까지 4시간 30분이 남았다. 그리고 내일 박지민이 학교를 정상 등교한다고 한다면 수업을 시작하는 시간이 9시니 정확히 13시간 30분 남았다. 박지민 때문에 왜 이런 걸 내가 계산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옛날에 일이
밝혀질까 봐 불안한 걸까? 아니면 또다시 그때처럼 될까 봐 두려운 걸까? 난 박지민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정국이도 마찬 가지다. 그들도 내가 왕따를 당했다는 일을 알면 배신할 거니까..
늘 그랬다. 모든 피해자들에게 걱정과 위로 따위는 없었고, 항상 죄가 없는 피해자에게 오는 건 욕과 폭력뿐이었다. 이 학교도 다른 학교와 다를 것이라고 기대도 하지 않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 또 예전처럼 되면 전학을 가야겠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박지민이 졸업한 날에 나에게 한 말이..."
"저 이유만으로 날 괴롭힌 게.."
이 이야기는 저번에 해주지 않았었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나의 중학교 졸업식 한 날로 간다.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여 내가 원하던 이 학교로 갈 수 있게 되었고, 이제 박지민에게서 벗어날 수 있단 생각이 제일 먼저 들어 행복했다. 그리고 박지민은 졸업식 날에도 어김없이 나를 옥상으로 불렀다. '설마 졸업식 날까지 때리겠냐? 쟤는 진짜 자비라는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하며 옥상에 도착하니 박지민을 꽃을 들고 혼자 옥상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왜 불렀어? 중3 때 못 때린 거 오늘 때리려고?"
"아니.. 때리려고 부른 거 절대 아니야."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그걸 믿을 수가 없었다. 표정에서 진심으로 느껴지지만 박지민의 표정만으로는 진심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손사래를 격하게 치는 거 보면 또 진심 같아 보이긴 했다. 날 때리려고 옥상에 부른 게 아니란 말에 안 놀랐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옥상에 올라온 기억은 쟤한테 맞은
기억밖에 없었기 때문에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이 저 말일 수밖에 없다.
"그럼 왜 부른 건데?"
"좋아해, 채원아."
그는 꽃을 나에게 내밀며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깜짝 놀랐고, 나를 이렇게 괴롭혀놓고도, 나를 이렇게 망쳐놓고도 그렇게 만든 사람이 그 변화를 코앞에서 지켜본 사람이 나에게 고백을 하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뭐? 네가 날 좋아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런 걸로 또다시 괴롭히려는 거면 난 갈게."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망쳐놓고 좋아한다며 당당하게
고백하는 그가 너무 미웠다. 난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파졌는데 그걸 생각 안 하고 사과도 하지 않고 고백하는 것도 옳지 않았다. 그래서 난 이 상황이 또다시 괴롭히려고 만드는 것 같아서 옥상을 내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뒤를 돌아 옥상에서 내려가려고 할 때 내 팔을 붙잡고 이런 말을 했다.

"다시 괴롭히려는 거 아니야.."
"나도 내가 이런 말 할 자격 없는 거 알아.. 없는 거 아는데.."
"안 하며 후회할 것 같아서.."
"그동안 괴롭혀서 미안해 그리고 좋아해."
➕ 2022.01.25 50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