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이 왕따를 사랑하는 방법

03.


* 본 글은 창작으로부터 나온 허위 사실임을 알립니다. *

* 욕설이 나오니 주의해 주세요. *

그들에게 둘러싸여 밥을 먹으러 가니 긴 급식 줄은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딱 절반으로 갈라졌다. 나는 민규에게 어깨동무를 당한 채 그 사이를 걸어갔고 여러 사람의 따가운 눈초리에 고개를 푹 숙였다.

" 김민규, 여주 어깨에서 손 좀 때지? "

" 왜, 질투 나냐? "

" 어, 그러니까 때라. "

" 와-. 부승관 그냥 제대로 꽂혔네. "

승관이 덕분에 나는 민규의 손아귀에선 벗어났지만 내 옆에는 승관이 꼭 붙어있었다. 식판을 들고 있으면 대신 반찬을 덜어주었고 양쪽에서 그들이 대신 밥과 국을 덜어주었다.

혼자 먹으려는 내 생각과는 달리 나는 그들과 함께 밥을 먹었고 맞은편에 앉아 나를 부담스럽게 쳐다보는 승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나 이러다가 거북 목 오는 거 아니야...?

" 얼른 먹어. "

" 으, 응... "

" 여주는 밥 먹는 것도 예쁘다 ㅎㅎ. "

" 닥치고 밥이나 먹어. "

거의 식판에 코를 박고 밥을 먹었고 최대한 이 순간을 피하기 위해 밥을 빠르게 먹었다. 이 상태로는 더 이상 먹다가는 체할 것만 같았고 거의 절반을 남긴 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어? 벌써 다 먹었어? "

" 응.. 배, 배가 불러서, "

이런 나를 보더니 승철은 화들짝 놀라 나에게 물었고 나는 빠르게 그 자리를 피하였다. 다행히 그들은 계속 밥을 먹는 것 같아 안도를 한 뒤 식판을 두러 가고 있을 때 어디에선가 발이 튀어나와 그 상태로 걸려 넘어졌다.

" 아! "

" 아 뭐야, 더러워. "

" ... ... "

" 사과 안 하냐? "

" 미, 미ㅇ, "

" 홍여주 가만히 있어. "

식판에는 음식들이 거의 그대로 있었기에 바닥에 흩뿌려졌고 내 교복 셔츠 소매는 국으로 젖어갔다.

식탁 밖으로 발이 삐져나와있었지만 내가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려고 할 때 익숙한 목소리들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 괜찮아? "

" 응... 미안.. "

"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마. "

승철과 민규가 무릎을 구부려 나에게 괜찮냐 물었고 승철은 자신의 마이를 내 어깨에 걸쳐주었다. 나는 그들 덕분에 일어날 수 있었고 그제서야 팔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

" 다쳤어? "

" 어? 아, 아니, "

"시발 야, 사과해. "

" ... ... "

" 사과하라고. 말 안 들리냐? "

내 표정을 본 것인지 승관이가 내 팔목을 잡았고 욕을 내뱉더니 그들에게 다가갔다. 사과하라는 말에 입을 열지 않았고 그 뒤 원우가 하는 말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미안, 하다.. "

" 미안. "

" 괜찮, 아... "

" 보건실 가자. "

승관이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보건실에 가자 하였고 애들 시선에 혹시나 또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닌가 싶어 나를 감싸고 있는 민규 팔 소매를 꼭 붙잡았다.

보건실에 도착하자 보건 선생님도 점심시간인 것인지 안에 계시지 않았고 그들은 나를 침대에 앉히더니 익숙하게 약을 꺼냈다. 승철이 내 팔을 들어 약을 발라주었고 딱히 따갑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이 더 아픈 것처럼 인상을 찡그리는 그들에 살풋 웃음이 터져 나왔다.

" 어? 방금 여주 웃었지! "

" 그러니까, 나 봤어. "

" 어...? "

" 웃으니까 더 예쁘다. "

" 계속 그렇게 웃어, 맨날 고개 숙이지만 말고. "

과연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일단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렸다.

" 아! 나 아까 여주가 내 팔 잡아줬잖아 ㅎㅎ. 그만큼 나를 믿는다는 거야 얘들아. "

"지랄 똥을 싸라. "

" 또또 헛소리한다. "

" 아니 진짜라니까?! 맞지 여주야? "

" 어...? 마, 맞긴 한ㄷ, "

" 뭐?! "

갑자기 꺼내는 민규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고 그냥 무의식적으로 잡긴 하였지만 잡은 건 잡은 것이니 그렇다고 하자 승관이 크게 놀라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운 나는 눈을 피하였고 팔에 붙은 밴드를 만지작거렸다.

좀 무, 무섭다... ㅎㅎ..

반에 도착하자 애들의 모든 시선은 우리에게로 쏠렸고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아까 애들이 나에게로 던진 쓰레기를 모았고 옆에서 승관이 이런 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 앞으로 누가 괴롭힐 때마다 우리한테 말해. "

" 어..? 아, 괜찮, "

" 우리가 안 괜찮아서 그래, 말해. "

" 응... "

순영이는 자신이 대신 내 손에 들린 쓰레기를 가져가 찢어 버렸고 나는 입꼬리를 애써 끌어당기며 문제집을 꺼내었다.

오후 시간까지 빠르게 흘러갔고 방과 후를 딱히 하지 않고 집이나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를 하였기에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조례가 끝나고 가방을 챙겨 반을 나오자 뒤에서 자꾸 따라오는 소리가 들려 걸음이 저절로 멈추었다.

" 하하 여주야. "

" 그, 집에 데려다주려고 ㅎㅎ. "

" .. 괜찮아, 버스 타면 금방이라. "

" 혹시 몰라서 같이 가자. "

뒤로 돌자 나와 눈이 마주친 그들은 어색하게 웃었고 민규는 손을 들어 더 어색하게 보였다. 나는 그들의 말에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고 뒤따라오지 않고 내 옆에 붙어 함께 걷고 있었다.

하지만 건물을 나와 운동장을 걸어가고 있을 때 든 생각에 나는 멘붕이 왔다. 분명 집 앞까지 데려다준다면 건물을 보고 내가 부자라는 걸 그냥 떠벌리는 셈이 되었기에 어떡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 순간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고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 응 오빠. "

- 학교 마쳤지? 정문이니까 나와.

" 어? 오빠 학교 왔어? "

- 우리 여주 데리러 왔지요~ 얼른 와!

" 응~ "

오늘 무슨 일로 오빠는 나를 데리러 왔는지 얼른 나오라며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일인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오빠 덕분에 그들한테 들킬 일은 없을 것 같아 다행이었다.

" 나 오빠가 데리, 러 왔대.. ㅎ. "

" 오빠? 여주 오빠 있어? "

" 그럼 정문까지만 같이 가자. "

전화를 끊고 그들을 마주 보며 말하자 내가 통화하는 걸 빤히 쳐다보는 그들에 잠시 당황하였고 오빠라는 말에 그들은 화들짝 놀랐다. 정문까지 다다르자 바로 앞에 보이는 오빠 차에 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선 헐레벌떡 달려갔다.

" 오빠! "

" 왔어? 여주 친구들이야? "

" 응? 아 같은 반.. ㅎ. "

" 여주 친구들 처음 보는 것 같네. 근데 쟤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

차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맸고 아직 가지 않은 그들을 오빠는 빤히 바라보았다.

한편 통화를 받을 때나 오빠에게 달려갈 때나 환하게 짓고 있는 여주의 웃음을 보자 그들은 잠시 머리가 띵하였다.

" 저렇게 잘 웃는데.. "

" ... 여주 많이 힘들었겠지? "

" 응, 근데 가족들한테는 말 안 했나 봐. "

" 전원우 귀신같이 알아보네. "

" 하-, 그 새끼들 내가 죽이던가 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