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하게 헤어지는 방법

Ep. 15 [L.A] 그 남자 이야기



*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무단 배포 및 복제를 금합니다.


©️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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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따듯한 햇살에 눈을 떴는데...



...



음냐.. 옆으로 손을 뻣자 그녀가..... 없다..! 엥 없어..???


방안을 둘러보니 태주는 이미 나간 듯 잠옷이 소파에 걸쳐져있었다.


Aㅏ.... 날 두고 갔구나    ㅠㅠㅠㅠㅠㅠㅠ

[뭐야, 날 깨우지도 않고 먼저 가다니!]

[샘플때문에 짐 많으니까 데려다줄랬는데!!]



[아고 그러셨어요...?]

[한발 늦으셨습니다.. ㅎㅎ]

[그렇게 어제 누가 그렇게 힘을 빼래... ]

[나도 피곤해죽겠어]



하하하.... 어제... 좀 피곤하긴 했지....


아이들 없이 호텔 오는 건 너무 오랜만이잖아.....
아니지 신혼여행 이후로 처음인데..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잖아??

태주의 몸 구석구석 모두 이뻐해주고 싶었....지만 
아침에 못 데려다주다니...

나 운전기사 자격 실격이다ㅜㅠ..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아니 나 좀 깨워주지...
내가 그렇게 피곤해보였나....???

아니지, 내가 기사인데.. 깨워달라는 건 좀 그런가....??


그렇고 보니 시간이...???

찰리랑 점심 약속..... 어어..?! 얼른 나갈 준비해야할 시간이었다. 


찰리랑 약속 잡길 잘한 걸까....?? 사실 음악 작업은 각자 사는데서 떨어져서 해도 되는데... 원래 여기 온 취지는 태주 쫒아다니기였는데...



호텔을 나가면서 마음이 살짝 어수선했다. 
부리나케 세수하고 대강 민자 티에 모자 쓰고 호텔을 나섰다. 



Left and right 이후로 다시 만드는 합작 곡.. 이번에는 작사 작곡에 내가 참여하려고 해서 오늘은 만나서 작곡 방향성에 대해 얘기를 하려고 했다. 


.    .    .



"Kook-ie~~~ "(국-이~ )


" Hi~ Chuck* 오랜만~~"


*찰리 푸스의 애칭 Chuck은 
만화 스누피의 주인공 찰리 브라운 
애칭에서 따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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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작업실은 집에 있었다. 집 앞 마당에 마중 나와있던 찰리는 인사를 나눈 뒤 나를 다이닝으로 안내했다. 

우리는 엘에이의 한 레스토랑에서 포장해온 햄버거 스테이크로 점심을 먹었다. 

간단히 안부를 나누며, 점심을 먹는데 찰리는 어딘가 어두어보였다. 




그리고 잠시 뒤 작업시간.... 




곡이 그동안 찰리가 설명해준 것과는 방향이 약간 달라져 있었다. 최근의 연애 심경에 대한 노래였는데 뭔가 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했다  


처음에는 분명 청혼에 가까운 노래였는데, 뭔가 현실적이고 차가워진 느낌... 



"찰리, 이 노래는 어떻게 된 거야?
노래가 바뀐 것 같아요."
 (찰리 음악 만들면서 무슨 일 있었어..?
 노래가 바뀐 것 같은데..?)


"나는 연인에 대한 마음을 바꾸었어요.
저는 방향을 조금만 틀었을 뿐인데 많은 것이 바뀌어야 했습니다."
(연인들에 대한 생각을 바꿨어. 방향을 조금만 틀었는데도 많이 바꿔야하더라)



아야기하면서 이마를 짚는 찰리는 어딘가 안쓰러웠다. 



"그래요.. 그리고 뭔가 공허함을 느껴요"
(그래.. 좀 공허한 느낌도 들어)


"정말...? 음..."
(진짜..? 음...)


"백인...
죄송하지만, 여자친구랑 헤어졌어?"
(찰리.. 미안한데 혹시 여자친구랑 헤어졌어?)


"아직은 아니지만, 아마도... 곧...?"
(아직이지만 아마도... 곧?)



찰리는 울쩍한 듯 눈끝을 살짝 훔쳤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아직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
(아직 그 관계가 끝난 게 아니라면 아직 기회가 있는 거지..) 



이후 우리는 헤어짐에 대해 한참 이야기 나눴다. 


아.. 나도 태주랑 몇 달 전만 해도 헤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찰리의 울적한 모습이 왠지 그 때 나의 모습과 겹쳐보여서 마음이 더욱더 안되었다.



서로 마음이 남아있다면,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때 난 어떻게 했더라...

남준이형도, 윤기형도... 
다들 조심스러워하면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각기 나름의 조언도 해줬다. 
지민이형도 태주 챙기라고 엄청 잔소리 하고.... 

그리고 조언을 듣고 한 노력들은 효과가 있었다.. 

좀더 적극적으로 지내려고 했었고... 태주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었지... 

그런데 그게 태주에게는 충분했을까...? 
그건 잘 모르겠네...


지금 우리는 잘 맞춰지고 있는 걸까..?

그래도 잘 지내고 있으니, 
서로 맞춰지는 과정에 있는 거 맞겠지..?


찰리는 성격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여자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찰리의 그녀는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실망했었고, 그렇다고 찰리는 그 부분을 그녀에게 맞춰줄 수 있어도 그게 썩 내키질 않았다고 했다. 

그 동안의 마음 아픈 헤어짐들이 있었기에, 찰리는 겁이 났던 것 같다. 나중에 결국 헤어지면 그 노력들이 모두 상처로 돌아오니까... 


그런데 어차피 우린 서로 다른 사람이고.. 
그러니까 서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영원한 사랑은 약속 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 계속 나누기 위해 서로 맞추고 맞춰져서 지내는 거지..  

이 사람과 헤어지고 싶지 않고
계속 사랑을 나누고 싶다면..

그럴수록 더 함께 해야지.... 대화도 나누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


.    .    .


찰리는 과거에 상처를 받은 적이 많아서인지 대화하며 서로에 대해 나누는 그런 노력들이 가끔은 헛되고 쓸모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았다. 상처받지 않고 싶은 두려움이 움츠려들게 한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녀를 잃고 싶지 않다면, 노력해야 해요..
그녀와 대화를 나눠보세요..
(그래도 그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이야기는 나누어봐야지 하지 않겠어...?)


"그래... 노력해야지... 하지만 어쩌면 문제를 부정하고 싶을 수도 있어. 다시 상처받고 싶지 않아."
(그치.. 시도는 해봐야지, 그런데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또 상처받고 싶진 않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우리는 나누다가 우리의 이런 대화들을 가사로 녹여보자고 했다. 



"이걸 가사로 만들어보자."
(이걸로 가사를 만들자)


"Okay, Chuck.. 재미있겠다.. ㅎㅎ"



좋다 좋아.. 그런데... 다만.. 영어로 이런 미묘한 대화하는 거 쉽지 않을 것 같으니, 나는 한국말로 가사를 써야할 듯. 아 어떻게 써야하지...?  


멜로디 안에서 파트를 나누고 사비부터 맞추고 나니....




엇.. 시간이!!!!!

태주랑 저녁을 먹기로 했던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ㅜㅠㅠㅠㅠ

아이고...!



찰리와는 내일 좀더 만나서 이어서 작업을 해보기로 했다. 헤어지는데 찰리가 결혼한 사람이 역시 가장 부럽다며 배웅하는데, 찰리 어서 여자친구랑 이야기 먼저 나눠보자고. ^^;;

.    .    .


돌아오는 길이 생각보다 오래걸렸다.
태주가 기다릴텐데... ㅜㅜ 퇴근시간에는 땅덩어리가 넓어도 차가 도로로 쏟아져 나오는 건 어쩔수가 없구나...


급한 마음에 로비에서 객실까지 서둘러 올라갔다.



"태주야! 늦어서 미안!!"



문을 열며 말했다..

졸다 깬 듯한 태주가 소파에 앉아 있다가 눈이 마주치니까 베시시 미소 지었다.



"왜 이제 왔어..? 연락이라도 주지... ㅎㅎ"



웃으며 말하는 태주를 보니 왠지 더 미안하네ㅠㅠ



"저녁은..?"


"나는 이미 저녁은 해피아워로 대충 때웠어.. 미안...
 너는 룸서비스 시킬래..?"


"미안하긴... 내가 늦어서 미안하지.. 그래 알았어"



태주는 엔지가 줬다며 와인을 꺼냈다.



"그럼, 우리 오늘은 저녁 때 영화보면서 한잔 할까..? 
 룸서비스 시킬 때 안주거리도 같이 시키자"



다행히 태주는 기분이 나빠보이지 않았다. 



"오늘 저녁 땐 할 거 없어...? "


"나는 아까 일찍와서 내일 해야할 일 다해놓고... 
 해피아워 갔다왔지~"


"나 없는 동안 일도 하고 밥도 먹고 잘했네~~"



뿌듯해 하는 태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생각해보니 태주도 많이 달라졌어.. 이제 대화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 그러고 보니 우리 둘 다 이 관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구나....



"그럼 음식 오는 거 
 기다리는 동안 우리 와인 먼저 한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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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주는 신나하면서 와인을 뜯자, 내가 병을 받아서 잔에 따라줬다. 오늘 회의는 잘 치룬걸까..? 태주의 기분이 좋아보였다. 



"회의는 잘 했어..??"


"나 진짜 너무 일하고 싶었나봐,
사실 오늘 회의 잘 끝나서 너무 좋아!!!"


"그럼 다 통과했어?? 잘 된 거지..?"


"ㅎㅎ 아니? 수정해야할 것들이야 당연히 있지.. ㅎㅎ 근데 그냥 잘 마친 것 만으로도 너무 좋아.. ㅎㅎ 영어로 이야기해야해서 얼마나 긴장되던지..."


"너 영어로 말 잘 하던데~ 나보다 났더라~~~
 난 너 잘할 줄 알았어..!"


"에이.. 잘 하기는.. ㅎㅎ"



푹...

태주가 기분이 좋은 지 품에 갑자기 안겼다. 
그리고.. 약간의 술 냄새.....?



"아니, 나 없이 술을 이미 한잔 하셨네....
 저녁만 때운 게 아니었군.  
 
 이제 너 최대 주량까지 몇잔 남았어...?"


"글쎄.... 이제 두 잔 쯤??"



나는 말을 듣자마자 태주 잔에 있던 와인을 빼앗아 쭉 마셨다. 



"어...? 그거 내 와인인데..."


"이러면 나랑 속도가 안 맞잖아... 같이 취해야지... "


"아.. 또 전정국이 나 술 못 마시게 한다.."


"누나 지난번에도 미국에서 취했었잖아.. 안되.. ㅎㅎ
 이거 내가 다 마실그야~~"



내가 와인병을 들고 태주를 놀리며 돌아다는 사이 룸서비스가 도착했다. 우리는 소파테이블에 음식을 놓고 앉아서 저녁도 먹고 영화도 보고 연애 때 처럼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L.A.에서의 두번째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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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팅 필수... 💜 


요며칠 정국이가 너무 이뻐서 자꾸 생각나서 

글이 자꾸 써져요.. 그런데,
댓글이 조회수에 비해 엄청 적어요 ㅜㅠ ㅠㅠ

댓글 좀 남겨주세요...
안 그러면 다음 편은 아주 늦게 올라올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