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2)
Ep. 7 [통화] 이후 이야기
"태주야 물 한잔 마실래..?"
씻고 샤워가운을 걸친 정국은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따라마셨다.
"난 괜찮아"
고개를 젓는 태주 옆에 정국은 머그잔을 들고 앉았다.

"내가 아까 오해하게 말한 것 같긴 한데,
내가 괜찮다는 건 이런 거에 익숙하다는 건 아니고,
나보단 니가 걱정된다는 거지..
애들도 찍히고 나도 좀 놀라긴 했어.
니가 갑자기 몰아치니까 나도 살짝 놀랬잖아.."
샤워 후 여유를 찾은 정국이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미안해..
아까 인터넷 하다가 예민해진 것 같아.."
"댓글 봤다매, 막 이상한 말있었던 거 아니야..?"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나쁜 말도 조금 있었지.."
정국은 태주의 눈을 마주했다.
"태주야,
이미 대중에게 한번 노출된 건..
어차피 사라지지 않아서..
마음은 아프지만 너무 신경 쓰지말자,
거기서 우리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은
아마, 어떤 이유에서든 지내다보면
날 싫어할 사람이었을 수도 있고,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우리에 대해 잘 모르는 지나가는 사람이잖아..
우리는 우리 삶에 집중하며 지내면 되"
태주는 이야기하는 정국이 눈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또 예전처럼 회사에 찾아오거나 하면..?
니 주변은 이런 상황에 잘 대처해주시겠지만,
우리 애들이라던지, 내 직장이라던지....
난 사실 그런 일이 되풀이 될까봐, 두려워~"
정국은 다시 달래듯 태주 손을 붙잡았다.
"그 때부턴 가만히 있으면 안되지..
사실 결혼할 때 너네 회사에 기자들이 찾아간지 몰랐어..
다른 형들은
결혼할 때 형수님 찾아간 기자나 언론사들
다 고소했었는데..
나도 아마 알았으면 그렇게 했을 거야.
네가 나랑 결혼 아니 연애를 한다고 했을 때,
너에게 힘든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어렴풋이 늘 생각해왔는데, 잘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정국은 지나간 일에 대해 사과하자,
태주는 마음 속 이야기를 좀더 하기 시작했다.
"그냥.. 막 나는 네가 너무 태연해보여서..
항상 상황이 왠지 나만 문제인 것 같잖아.
그래서 많이 섭섭했어..
너는 스캔들이 있어도 조용히 있고,
사실 주변에서 나에게 눈총을 줄거라곤 생각도 못해서
당황스러웠었어..
한편으로는 내 선택 때문에 생긴 일 같아서..
내가 다 감당해야할 일인 것 같긴 한데... "
정국은 약간 억울했다. 내가 대처를 안한 건 아닌데...
"내가 스캔들 났을 때 조용히 있었던 건 아니지..
회사 통해서 기사도 냈었는데?
기사 낼 때, 매니저형들이랑 회사관계자들이랑 다같이 내용 정하고 해서 낸 거야.
내가 앞에 안 나섰을 뿐이지."
"그래, 하지만 니가 직접 말 한 게 아닌 것 같잖아.."
" 휴... ...그래 태주야, 이번에는..
내가 직접 나서서 항의해볼까..?
이 언론사와 기자들은 허락 없이 취재하고 쫒아다녔으니,
아마 고소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하면 어때?"
정국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니,
되려 수그러진 태주는
정국이 얼굴을 다시 빤히 바라본다.
"... 잘 모르겠어..
그냥 내가 또 다 막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거지..?"
"아니야 태주야. 복잡해도 상관 없어.
나는 니가 편안해질 수 있다면 무엇이던 더 해도 좋아..
지금은 아이들도 있잖아..
우리 가족을 위해서는 뭐든 해야지..
엄마로서, 아내로서
너는 이 상황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태주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느껴진 정국은
재차 태주의 마음을 물었다.
"당,당연히..... 강력하게 항의해야지.
그리고 또... 쫒아다니지 못하게 해야지."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 부분은 다른 형들도 필요하다고 했던 부분이어서.. 이번에는 아예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볼께.."
나는 도대체 왜...
정국이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이야기해주는데도
마음 한구석이 석연치 않은 걸까..?
...
그냥 마음이 너무 속상했다.
오랜만에 되게 소소한 즐거움을 되찾은 기분이었는데...
차라리 인터넷을 열어보지 말 껄..
안 봤다면 지금 이 순간 기분좋게 자고 있었을 텐데...
오늘은 정국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수습하려고 하는 정국이에게 미안한 마음 마저 든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서 일어나는 걸까...?
.
.
.
태주에게 집중하고 있었던 정국이는
이런 태주의 속상함을 금방 알아차렸다.
"태주야~ 이리 좀 와바.."

정국이는 태주를 살짝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예전 생각 나서, 속상해..? "
"응.. 그때 생각도 나고.."
태주는 살짝 울먹했다.
정국이는 가슴에 기댄 태주의 머리에 손을 살짝 올려서 쓰다듬어줬다.
"그땐 내가 좀 철이 없었지...
그냥 내가 결혼하는 게 너무 좋아서..
부정적인 면들을 잘 살펴보질 못 했어..
안 보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이제 나도 애들 아빠잖아.
그만큼 더 어른스럽게 대처할 수 있게 노력해볼께"
정국은 품에 안겨있던 태주의 어께에 살짝 입을 맞췄다.
"그래서 어떻게 노력할 건데...?
아이들을 낳고 나서.. 너는 이제 어른이 된 것 같아..?
사실 난 잘 모르겠어..
내 마음은 여전히 결혼하기 전의 그 때의 이태주같은데..
어른스럽게 대처하는 건 어떻게 하는 거야?
어떻게 해야해...?"
태주는 살짝 일어나서 정국이를 쳐다보았다.
태주의 말에 정국이도 잘 모르겠다는 듯 빙그레 웃었다.

"맞아, 누나 말이 맞는 것같아.
사실 잘 모르겠어.. 어른스럽게 하는 게 뭔지...
이건 확실한 것 같아.
우리 함께 가야한다는 거..?
그러니까
이번에는 누나 혼자 이 상황을 겪지 않도록 할께..
무슨 일 있거나 속상할 때마다 이야기 나누자..
솔직히 내가 이런 상황에 가만히 있는데 익숙하긴 해..
잘 모르는 누군가를 상대로 싸우고 싶지도 않기도 하고..
결혼 준비할 때 열애설 났을 때도 그랬어.
그냥 이러다가 지나가겠지..
그때 누나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더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냥 누나가 꿋꿋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더 물어보지 않았어.. 미안해..."
"그래.. 그때 너 좀 잘못했어..ㅎㅎ"
심각했던 태주의 얼굴이 비로소 조금 풀어졌다.
"그러니까 내가 바보같이 그냥 있을 때 알려나주지..
왜 누나 혼자 견뎠어... 난 아무것도 몰랐잖아..."
"어떻게 이야기해..
나는 네가 나랑 결혼하는 것 때문에
큰 손해를 보는 건 아닌지...
걱정했었단 말이야.."
"결혼하는데 내가 무슨 손해를 봐...
이제 누나랑 연인 이상의 사이가 되는 건데... "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국은 약간 어이가 없었다.
"사귈 때야 맘이 맞아서 사귀었으니까, 와.. 연하남이다, 너무 좋다.. 잘 생겼다.. 뭐 이런 철없는 마음이었지만,
결혼하기로 하고 준비하다가 열애사실 터지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랑 결혼하는 건지..
사람들은 우리를 어떻게 볼지..
그런 현타가 왔었어.
많은 사람들이 니가 아깝다고 하는데.. 맞는 것 같고..
그래서 생기는 일들은 내가 다 참아야할 일 같아서...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에게 징징 거려.. "
정국은 이제야 태주의 마음을 좀 알 것 같지만,
이런 생각은 더이상 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얼씨구..? 그런 생각을 했었단 말이야..?"
"그 땐 그랬지..
난 너보다 나이도 많고, 결혼 조건이라는 게 있는데,
저울질 한번 안해봤겠어..?
"누나, 그런 거 말고..
이런 걸 봤어야지..
그런 대단한 남자가 니꺼라는 거..
내가 옆에 아예 데리고 살고 싶어서 안달났다는 거..
너무 멋있는 여자라서
아이도 낳고 키우며, 평생 같이 살고 싶어졌다는 거..
그리고.. 겨우 결혼했는데도
자꾸 네가 떠날까봐 너한테 절절맨다는 거...
그러니까 자꾸 멀어지려고 하지마..
...
다른 사람이 신경쓰던 말던..
우리는 우리 서로에게 충실하자."

태주는 난데 없는 정국의 고백에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저... 처음과... 논지가 약간 달라진 것 같긴 한데..
시간 늦었는데 어서 자자.."
마음이 풀리기 시작한 태주는
왠지 피곤했을 정국의 하루를 어서 마무리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방으로 정국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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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10명 넘은 기념, 자축그림입니다..:)오늘 회차 초반,
옆에서 머그잔 들고 태주이야기 듣는 정국이 입니다..
(정국이라면 생수병 쪽쪽이어야겠지만,
집에서는 머그잔 쓰겠지, 하는 설정.... :)
몇 년 만에 그림을 그리는 건지...=_=;;;
하하...
깔아놓은 그림어플이 없어서 필기용 앱에다가 그렸어요,
선이..매우 민망쓰.. 부끄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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