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떼지 못하는 내 옆에 앉은 태형오빠가 팔 뒷꿈치로 내 팔을
툭툭치며 말했다.
"아 왜~ 요즘 혐생때문에 신경 못 썼는데~!"
".. 뭔 소리야."
"우리 여주 또 방탄보니? 으휴 아직도 애야 애,
연예인이 뭐가 그리 좋다고~"
내 옆에 앉은 지영언니가 말했다.
"언니 방탄은 그냥 연예인이 아니야. 월드 스타라고 유남생?"

"여기 방탄 뺨을 후두려 치는 남자 세 명이 있는데 그걸 왜 봐?"
운전대를 잡은 석진오빠가 말했다.
"웃기지 마 오빠.. 방탄은 차원이 달라!"
"푸핳~ 차원이 다르뎈."
".. 전정국.. 웃지말고 방탄 노래나 틀어 줘.."
비록 다섯 자리 중에 가장 불편한 자리에 앉아서 가지만
가는 내내 방탄 노래를 틀어준다고 하니 난 이 넷을
용서하기로 했다.
"나 벌써 배고파~ 언제 도착해?"
"이제 다 와가. 한 5분?"
지영언니가 묻고 석진오빠가 답했다.
점점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게 다 와가는 듯 했다.
"어, 지민이다. 노래 소리 좀 줄여 봐!"
[누나.]
"응 겸둥이 내 사랑 지민이 내 동생~"
[... 물이랑 음료수 좀 사와~]
"음료수?"
[응. 이분들이.. 자기들 마실 술이랑 안주만 잔뜩 사오고
내가 마실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아.. 여기 살 만한 곳이.. 일단 알겠어~ 도착했어?"
[응. 우린 도착했어. 되게 좋아 여기~! 누나 빨리 와~]
"웅웅. 우리도 거의 도착. 이따 봐~"
"음료수 사오래?"
내가 귀에서 폰을 떼니 태형오빠가 물었다.
"응. 술만 사오구 다른 마실 거는 까먹었다는데?"
그쪽 동네 팀은 넷이서 널널하게 가는 대신 한 시간 일찍
출발해 장을 봐 오는 임무가 주어졌다.
"아~ 10분 일찍 말하지.. 아까 편의점 있었는데. 이제 살 데
없는데?"
석진오빠가 말했다.
"그럼 우리 지민이는 뭐 마셔.."
".. 돌아나가? 편의점보다 목적지가 가까운데.."

"그럼 일단 가서 짐 풀고 다시 오자. 다섯 명이 다 움직일
필요는 없잖아."
태형오빠가 말했다.
"그게 낫겠다."
"아~ 박기영 팀 멍청해~!"
석진오빠가 말하고 박기영 동생 지영언니가 말했다.
머지않아 예쁘게 생긴 집 하나가 보이고 내비게이션의 여자가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멘트를 했다.
한 차에 가득 실려온 우린 탈출하듯이 다같이 쏟아졌다.
도심에선 느끼지 못했던 풀내음이 나고 주위가 온통 초록색
아니면 노랗고 붉은 단풍색인 게 벌써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형, 내가 갔다올게 형이 운전했으니까."
"그럴래? 그럼 여주랑 둘이 다녀 와~"
태형이 오빠가 트렁크에서 짐을 빼며 말하고 석진오빠가
그 짐을 하나 들어올리며 말하고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
"제가 태형이 형이랑 다녀올,"
"안 돼 정국아~ 너 빨리 이거 들어 줘 일루 와 봐~"
"네.."
언니가 짐을 들고 낑낑대며 말해서 전정국이 말하다 말고
짐을 들러갔다.
"얼른 다녀 와~"

"
언니가 가벼워 진 손을 들고 우리쪽으로 흔들어보였다.
전정국의 표정은 별로 안 좋아 보였다.
"전정국 우리 둘이 가서 싫어하는 것 같던데."
오빠가 운전을 해 다시 펜션을 빠져나오며 말했다.
"어.. 나도 그렇게 느꼈어."
"미안해. 그냥 석진형 보낼 걸 그랬네."
".. 오빠가 미안할 필욘,"
"너 안 사귀어? 정국이랑?"
".. 못 사귀겠어."
"왜?"
"오빠가 그때 말한 것 때문에.."
".. 미안."
"왜 자꾸 미안하다 그래~!"
나 탓하는 걸로 버티고 있는데 너가 미안하다니까 그럴 거리가
없어지는 것 같잖아...
"도와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나 어제 전정국이랑 키스했어."
"
전정국한텐 조개처럼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못 하던 나는
왜 항상 오빠 앞에서만 무장해제 되서 참지 못하고
필요 이상으로 다 얘기한다.
"진짜 미치겠어 오빠.. 전정국이 왜 자기랑 못 사귀냐고 묻는데
이유도 말 못하겠구.."
"
"전정국한테 말하면... 당연히 나 싫어하겠지..?"
"난 안 싫어할건데."
"

"난 그래도 좋아할 거야. 너면."
"... 어차피 말 못해.."
말 못하겠다구.. 어떻게 말해 너랑 끝까지 갔다고..
"그거 아니어도, 지금도 너랑 나랑 둘이 오고.
전정국 여기 온 것도 나 때문이지."
"
"나 신경쓰여서 온 거지."
"뭐.. 겸사겸사.. 왔겠지.."
"나 여자친구 만들까."
"... 어?"
"그럼 신경 좀 덜 쓰이려나."
".. 오빤.. 이제 나 안 좋아해..?"
"아니."
"아니란건.."
"좋아해. 아직 많이."
"

"그래서인지 좀 아프다. 니가 전정국이랑 키스했다니까."
".. 근데 왜 전정국 신경쓰지 말라고 여친까지 만들어..?"
"너 맘 아픈 거 싫어서."
"
"넌 전정국이랑 잘 돼야 마음 안 아프잖아."
"... 그럼 오빠 여친 마음 아플텐데, 그런 이유로 사귀는 거면.."
"상관없어. 너 안 아프면."
"

"딴 사람한테 별로 좋은 남자이고 싶은 생각 없어.
원래 그렇게 좋은 놈도 아니고."
".. 나한텐,"
"병신이잖아 나. 너한텐."
".. 미안.."
".. 아냐. 미안하라고 한 말 아닌데. 도착했다, 내려."
차를 멈춘 오빠가 날 향해 살짝 웃어보이고 내렸다.
미안했다.
늘 오빠 탓을 하고 오빠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면서 내 미안함을
상쇄했었는데. 그래서 미안함 느낀 적 없는데.
내 마음 편히 하는 데 급급해서 오빠 마음의 깊이 같은 건
한번도 생각해보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았는데.
처음으로 오빠가 날 진심으로 많이 좋아해주고 있단 걸 알았다.
아니. 좋아하는 게 아니라 오빠는 날 사랑하는 것 같았다.

ㄴ 저 엊그제부터 신작 낼거라고 계속 말했는데.
아. 무도. 제. 말. 안.들어주.시고.
나.말안.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