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생으로 돌아왔습니다 |
나는 내 전생을 기억한다.
호화로운 집, 재산, 근사한 식사까지 모두 다 갖췄지만 행복하지 못했고 내 목숨은 길게 가지 못했던 생. 열일곱에 죽어버린 나는 현재의 나로 다시태어났다.
이전생은 지금 사는 세상과 많이 달랐다. 대통령대신 황제가 있었고 평등이란 단어 위에 신분제가 있었다. 현대시대의 필수품인 휴대폰은 상상도 못할 그런 세상, 나는 다시 태어났다는 것보다 한순간에 바뀌어버린 내 세상이 더 황당했고 막막했다.
현재 내 나이 스물 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애기때부터 이 세상에 있다보니 머리는 복잡했지만 어찌저찌 평범하게 자랐고 받아들였다. 현재는 미치게 좋은 애인도있고.
이정도 살아보니 내 전생같은건 그냥 태어나기 전 한편의 긴 꿈이였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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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역시 아니였나 보다. 그래 꿈치곤 너무 생생하지.
그래도 그냥 개꿈이면 좋았을 것을.
" 태형아. 정국이 못봤어? "
- " 정구기? 지금 집일텐데, 없어? "
" 없어... 어? 정국이한테 전화왔다 끊어! "
나는 얼른 태형의 통화를 끊고 정국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집에서 기다린다면서 어디로 샜는지.
" 여보세요? 정국아 지금 어디야? "
치직 -
- " ..여주야, 나 - "
치지직 -
뭐야. 전화가 왜이렇게 끊겨? 자꾸 들리는 불안정한 소리에 정국에게 어디냐 물었다.
- " - .... - 모르겠 ... " 치직 -
" 뭐? 모르겠다고? "
휴대폰 너머로 알아들을수 없는 잡음과 함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리고 그 뒤로 비교적 선명한 소리가 들렸다. 오래전이지만 많이 들어서 안다. 말굽소리였다. 말굽소리? 승마장에 간겄도 아니고 말도안된다. 잘못들었겠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고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그 후 드디어 선명한 정국의 목소리가 들렸다.
- "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여주야. "
어딘지 모르겠다고? 정국이는 원래 이런 장난을 치는 애가 아니다. 수백번 왔다갔다한 길을 오다 자신도 모르는 곳에 다다르는 애도 아니였다. 아무 이유없이 불길한 기운이 날 덥쳤다.
단지 정말 정국이 답지 않게 길을 잃었을 수도있고 예상치못한 사고가 난 걸 수도 있다. 그게 가장 평범한 생각이다. 잠시 나혼자 이상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었다. 그래, 그런거지.
" 무슨일이야? 주변에 뭐 보여 정국아. "
- " ...나무...숲이야. "
- " 근데 여주야. 지금 좀 이상하다? 분위기가 뭔가 다른세상같아.
너 보러 어떻게 가지.. 휴대폰도 거의 먹통이고. "
- " 나 이러다 여기서 죽는거아냐? ㅎㅎ "
얘가 무슨 무서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해.
" 뭣같은 소리말고 조금 움직여봐. 숲에 딴건 안보여? "
- " 아까 이힝하는 말소리들렸어! 근데 좀이따 다시 조용해져써. "
" ... 말이 거기 왜있는데. "
진짜 말이었다고? 말이 왜 있어.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 " 옿 .... 진짜 말이 왜있지? 아니 근데 들어바. 일단 내가 여기있는거 부터가 이상해. ㅠㅜ 나는 그냥 자기집으로 가고있었는데 갑자기 슉하고 배경바뀌듯이 장소가 변했어. "
" 그게 말이돼? "
믿을 수 없다. 아니 사실 정국의 말이라면 믿지만, 일단 내가 다시태어났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돼서 왠만한건 다 믿지만.
근데 지금은 믿기 싫다. 아니 사실이면 뭐? 장소가 변해? 이게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살면서 내 머리를 의심한적이 없지만 지금은 머리를 한 대 쳐도 모를일 이다.
아 진짜 울고싶다. 온갖 판타지적인 요소가 다 떠오른다.
아무리 그 판타지속에 살았던 나라도 이런 상황까지 파악할 수는 없단 말이다.
- " 나 일단 움직여볼게, 여기 있다간 정말 굶어죽겠, - "
삐이 -
" 뭐야. 뭔데. "
전화가 끊겼다. 참 가지가지한다. 내 인생은 왜이렇게 순탄하지 않을까. 욕짓거리가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참았다. 욕 끊기로한지 일주일도 안지났기 때문이다. 이대로 정국이가 그곳에서 빠져나오지못한다면 어떡하지, 방금 통화가 마지막이라면 어떡하지. 머릿속이 팽글팽글 돌고 어지러웠다. 누가 내 인생 심심할까봐 이런 장난을 쳐주나. 진짜 남들과 너무 다른 판타지인생이다.
일단 집에만 있어서 해결될건 아무것도 없으니 밖으로 나가야겠다. 나가서 정국이의 흔적을 찾아보든 뭘 하든 하지.
움직이기 편한 운동화를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밖으로 나서려는 순간 시야가 아득해지고 몸이 기울어졌다.
한마디로 쓰러졌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진짜 이건 또 뭔 시츄에이션일까. 개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