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생으로 돌아왔습니다 |

눈이 감기며 쓰러진것까진 기억난다.
장소는 우리집현관이었고.
바보마냥 눈을 꿈뻑거리다 몸을 팍 일으켰다.
휘향찬란한 무늬의 흰 천장, 지나칠정도로 푹신하고 넓은 침대.
눈앞에 보이는 금색 가구들과 장식들. 누가봐도 사치스러운 이 방은 공교롭게도 익숙했다.
" ...예전 방이잖아. "
예전이란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하지. 여긴 내 전생의 방이니까.
22년만이지만 은은하게 퍼진 라벤더 향, 너무 고요해서 서늘한 이 분위기까지, 예전과 다를것 없이 같다. 환경이 바뀐 탓인지 신경도 순간 예민해졌다. 예전 성격 어디 못 간다는 말이 맞다.
지금 상황이 어찌된일 인지 다 모르겠지만 대충 짐작은 간다. 모든 상황을 총집합해봐도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내가 전생으로 돌아왔다는것. 말도 안돼는 일이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다. 내겐 말도안돼는 일이 너무 쉽게 일어나거든.
- 똑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머리가 갑자기 어질하다가 무언가 훅하고 뇌속에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
전생의 기억이 선명해졌다. 마치 22년의 시간은 날아가버린 것처럼. 내가 죽었던 그때의 기억도 얼마안된 사건처럼 생생하다. 마음깊이 박혀있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감사하게도 현대에 살았던 기억이 사라지진않았다.
...맞다, 정국이 찾으러 가야하는데. 혹시 이 곳에 있는걸까.
내 방문을 두드릴만한 사람은 몇없었다. 내가 끝까지 아무말도 안한다면 계속 방앞에 서있겠지. 그래도 다른세상에서 살았다고 성격이 유해지긴했나봐. 여기가 예전 세계라면 그딴건 방해될뿐인데.
" 들어와. "
내말이 떨어지자마자 문이 벌컥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온건 알수없는 표정의 박지민이였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놀라기도 잠시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 무슨일이야? "
얘가 왜 왔지. 아버지 보러올때 말곤 커서 이 근처에 얼씬도하지 않았었는데.
" ......무슨일이냐고? "

" 너 거의 1년만에 깬거야. 1년. "
" 시체 처럼 누워있다가 이제야 일어나서 처음 하는 말이 고작 그거야? "
나는 적지않아 당황했다. 1년만에 깼다고? 내가 죽은시점에서 1년이 지난거야? 근데 안죽었고?
" 그럼 내가 너한테 무슨말을해? "
" 표정보니 많이 아쉬운가봐, 미안하네 안 죽어서. "
화나보이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렇게 싫어? 내가 산게?
박지민은 내 어릴적 소꿉친구이자 대공의 아들이다. 어릴땐 뭣모르고 천진난만하게 나와 놀았었는데, 크면서 점점 날 외면하고 싫어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공은 지민을 황제자리에 앉히려하고 그런 대공에게 난 큰 걸림돌이고, 황제는 대공의 세력을 약화시키려 드니까. 자연스레 그 아들도 날 싫어할 수 밖에없다. 황제의 딸인 나를 말이다.
" 이대로 영영 안깨어났으면 차기 황제가 될 수 있었을텐데. "
" 그치? "
"......... "
박지민이 싫다. 전생때도 싫었고 지금도 싫다. 내가 뭘 했다고 미워하고 괴롭히고 날 못살게 구는지. 단지 황녀란 이유뿐이라는게 너무 밉다. 너도 대공의 아들이면서.
" 너는 황녀니까, 못된짓을 해도 벌을 안 받지? 높으신 황제폐하의 딸이잖아.
그럼, 나도 죽여줄 수 있어? "
10살의 지민이 나에게 했던 말이다.
다시 생각해도 개같아.
나한테 이딴말은 왜해서. 왜 아직도 기억하게 만들고, 날 좀 구해달라는 식으로 말해놓고, 먼저 외면한건 결국 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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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18세
•대공의 아들
• 황립 아카데미 재학생
• 모종의 이유로 어두운 공간을 무서워한다는 소문이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