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 보러 왔는데

07.








설마 진짜겠어, 하고 걷다가
결국 기어이 우리 집 현관 앞까지 같이 온 전정국이다.

"진짜 갈거냐?"

"응, 들어가."


나는 문을 열고 정국을 흘긋 쳐다본 후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 가방부터 내려놓았다.



"그래서 뭐하러 온건데."

".....음. 뭐 할까?"



지가 와놓고 나한테 처 물어보냐.


"니가 왔잖아."

"공부할래?"



"X발."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집가서 좀 쉬려고 했더만 졸졸 쫓아와선, 뭐라고?

공부?


아마 나한테 공부하자고 말한 놈은 얘가 처음일거다.
돌아도 단단히 돌았지.



"욕은 내가 자제하라고 했을텐데. 아닌가?"

"왜 나한테만 X랄이야 진짜."

"그만 쓰라면 그만 쓰는게 좋을거야.
의미는 알고 쓰는거지?"



....욕이 욕이지 뭔 의미 타령이야.



"의미고 뭐고 쓰면 어쩔건데 니가."

"글쎄."

정국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욕 못 쓰게 만드는 방법이 있긴 한데."



"그럼 해봐 어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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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그 방법은 안 쓰고 싶은데."


"무슨..?"



묻는 말에 계속 대답이 없자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할거 없으면 돌아가. 나 쉴거니까."

그러곤 소파에 누워 폰을 들었다.



"........"


"안 가냐?"


"가긴 왜 가. 기껏 왔는데"



그러며 소파에 털썩 앉는 전정국이다.


"마음대로 해. 어차피 엄마 오면 나가게 될 거니까."



우리 엄마는 어째서인지 내 친구들을 싫어했다.

하나같이 싸가지가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ᆢ
집에 놀러와도 몇시간씩 있으면 눈치를 줘
결국 나까지 친구들과 밖으로 나가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좀 엄마앞에선 예의 좀 챙기지.

얘도 보자마자 싫은 표정 바로 나오시겠네.
얼마동안 있을 수 있으려나.



그런데 전정국은 그런 것 따위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눈치였다.


소파에서 한참동안 서로 할 것만 하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싶었던
난 일어나서 정국에게 말을 걸었다.



"....뭐라도 좀 먹을래?"

"주면 고맙지."


그 말에 나는 유리컵 두 잔에 오렌지 주스를
따라 책상에 내려놓았다.



"근데 진짜 이럴거면 왜 온거야."

"음....친구 집이 궁금해서?"


이딴 말을 내뱉으며 주스를 들이켜는 정국에
기가 차서 말했다.



"그럼 나도 다음에 너네 집 가도 되냐."

"물론."



생각과는 달리 쉽게 대답해서 진심인가, 싶기도 했다.
어쨌든 나도 가겠단 말 진심이었으니까.



"할 거 없으면 방 가서 영화나 볼래?"

"뭐 볼건데? 요즘 볼 거 있어?"


"탑곤 어때."

전정국이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방으로 가 블라인드를 내리고 영화를 틀었다.



먹을 것 까지 가져와 한창 영화를 보고 있는데,
엄마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야 잠시만."

나는 잠시 영화를 멈추고 현관으로 갔다.



"엄마 벌써 왔어?"

"벌써는. 올 시간이니까 왔지."

엄마가 신발장을 슥 보고는 말을 이었다.


"....친구 놀러 왔어?"

"응.."



전정국이 그 소리에 어느새 내 옆으로 와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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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연화 친구 전정국 입니다."

90도로 깍듯 인사하는 정국에 엄마의 표정이 조금 밝아진 듯 했다.



"처음보는 친구네?"

"아, 이번에 처음 놀러와서요. 4년지기 친구입니다."

"4년? 근데 이제 처음 놀러온거야? 아이, 더 자주 와.
아줌마가 불러줄게."


"하하, 네."


"그래, 잘 놀다가 가.
정국이가 눈이 초롱초롱하니 예쁘네."


"감사합니다 어머니 ㅎㅎ"




어머니.....?
어..머니........??


이게 지금 뭐하자는ᆢ



정국에게는 잘 대해주는 엄마도 의아했지만
전정국 쟨 진짜 무슨 생각일까.
알고보면 진짜 또라이 아니야......??



다시 영화를 보러 둘이 방에 앉아있으니 엄마가 간식상까지 차려준다.
그러고는 정국에게 많이 먹어라, 연화랑 친하게 지내달라, 학교에서 인기 많겠다.
옆에 있는 나도 지겨운데 전정국은 또 거기에 환하게 웃으며
대답까지 꼬박꼬박 한다.

우리 엄마 진짜 쟤한테 단단히 빠지셨네.



....전정국 이거, 이중인격 아니야 혹시?
나한테는 무슨 감정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놈이.




"너네 어머니 네 친구들 싫어하신다며?"

엄마가 가자마자 정국이 나에게 말했다.


"......."

"다행히 나는 아닌가보네."

그러곤 씩 하고 웃으면서 과자를 집어먹는데
진짜 한대 쥐어박아 버리고 싶었다.



"내가 못 나가서 아쉬운거야?"

"응. 존나 아쉬워. 그러니까 닥치고 영화나 봐."



그래도 계속해서 왠지 기분나쁜 묘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전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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