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악남의 여동생이 되어버렸다

3. 거짓

연화가 쓰러진지 두달이나 되었었다.그년이 무슨짓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화는 두달동안 고통에 몸부림 쳤었다. 열이 나고 기침을 하며 가끔 피도 토했었다. 제국에서 내로라하던 모든 의사들이, 마법사들이, 사제들이 모두 가망이 없다고 했었다.




"이건… 도대체 무슨일을 당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고칠 수 없어요. 불가능해요."




"마법을 흡수하고 그걸 다시 내보내요. 말하자면, 구멍이 뚫린것같달까. 치료를 시작하지도 못하겠어요."




"구멍 뚫린것처럼 마력이 빠져나간다고 했죠? 신성력도 빠져나가요… 가망이 없습니다."





물론 진짜 의사와 마법사, 사제만 찾아온것은 아니었다. 신분을 속이고 돈을 목적으로 온 사기꾼도 있었다. 연화를 죽이고 장기매매를 하려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물론 그들을 모두 잡아 죽였다. 




"연화야… 차라리… 죽으면 좋을텐데… 매일매일 아파하면서도 일어나지 않는 널 볼 자신이없어… "




매일 연화의 옆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연화가 죽어서, 더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그날도 애들이 찾아왔을때였다. 모두의 눈엔 슬픔이 떠나질 않았고 나도 그러했다. 죽은듯이 일어나지 않는 연화를 보니 또 생각이 났다.




photo

"... 연화야… 그냥… 죽는건 어떨까…?"




충동적이였다. 손으로 연화의 입과 코를 막았다. 연화는 그래도 눈뜨지 않았고 몸부림치지 않았다. 




"야! 미쳤어? 너 제정신이야?"




정한이가 날 붙잡고 끌어당겼다. 뒤에 서있는 모두가 지금 자신이 본 상황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난 연화가 아픈걸 더 볼 수가 없어… 연화도 이렇게 아픈 것보다는 죽는게 낫겠지!


짜악ㅡ


              


"정신차려 홍지수. 니 멋대로 연화마음 짐작하지마. 연화가 살고싶은지 죽고싶은지 니가 어떻게 알아."



"... 그러게… 모르겠어…"




정한이의 뼈있는 말 덕분에 조금 정신을 차렸다. 그 뒤로 연화는 아파하진 않았지만 눈뜨지도 않았다. 


그 일이 일어나고 한달 뒤, 늦은 오후. 밖에서 대기 중이던 시녀장이 급히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똑똑똑똑ㅡ




"공작님, 공작님!!! 레오스 공작니임!!!!!"




"들어와. 무슨 일이길래 문을 이렇게 두드리는 거..."




"아가씨가… 아가씨가 깨어나셨대요!!"




"뭐…?"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손에 들고있던 펜에서 잉크가 뚝뚝 떨어져 서류를 망가뜨려도, 시녀장이 날 부르며 발을 동동 굴러도, 집사가 시녀장에게 상황을 듣고 날 정신차리게 바로 앞까지 다가오기 전까지 그대로 멍하니 있었다.




"공작님!"



"어? 어어… 진짜로…? 누가 알려줬어…?"



"시아가 알려주고 갔어요!! 안가보실거에요?!"



"아니 가야지. 빨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빠르게 걸어갔다.




"젠장… 왜 건물을 따로둔거야... 의사는?"




"시아가 가면서 불렀대요…!"



"그래..."


.

.

콰앙ㅡ




"연화야…!" 




문을 여니 침대에 앉아있는 연화와 그런 연화 앞에서 혼란스러운 표정의 의사와 옆에 서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수군거리는 하녀들이 보였다. 아니 솔직히는 아프지않아 보이는 연화만 보였다. 나는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가 앉아있는 연화를 꽉 안았다.




"흐으… 여., 연화야… 나., 나 진짜… 흐끄… 나 다시… 못 보는 줄 알고… 흡... "



"어… 저… 누구세.."




누구세요라니…? 연화는 지금 이게 무슨상황인지 모르는것 같았다. 흘러내린 자신의 머리카락을 보고 혼란스러워하고 진짜로… 날 모르는것 같다.




"연화...야…?"




나는 연화에게서 손을 뗐다. 연화가 그동안 너무 아팠어서 기억을 잃은걸까. 아니면 그 때 나 때문에… 기억이 사라진걸까. 나 때문인가. 계속 자책하며 나도모르게 아랫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그때 의사가 내게 말했다.




"저… 공작님… 아마도… 아가씨께서 기억을 잃으신것 같습니다… 너무 아프셨어서 충격으로..."



"그게 무슨…"




… 괜찮아… 내가 연화 기억… 다시 나게 할거니까… 애들도 있으니까… 괜찮을거야… 그래야만해… 




"괜찮아..."



"네..?"



"괜찮아… 내가… 아니 우리가 하나씩 기억나게 도와줄게…"




믿을만한 의사 없나… 지금 이 의사를 못 믿는건 아니지만 연화가 다 나은건지 확실하게 알아야해…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있는데 창밖을 보던 연화가 밖에 꽂힌 깃발을 보고 놀랐다. 




"레오스 가…?"




연화가 기억이… 났나…? 너무나도 또렷하게 가문의 이름을 말했다. 나와 의사, 하녀들은 혼란스러워했다. 그런데 가문을 말한 연화도 혼란스러워했다. 연화는 더 고민하더니 내 이름을 불렀다.




"... 홍지수..."




내 이름이 원래 이렇게 듣기 좋았었나…? 기적같았다. 기억을 잃었다는 연화가 가문의 이름을 말하고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는 것이.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왔다.




"응, 연화야..."




희망이 있다. 연화의 기억이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이. 다행히 아가씨께서 기억나시는게 몇가지 있나봅니다… 이대로면 기억은 금방 돌아올 수 도 있어요. 의사도 그렇게 말했다. 기억이 빨리 돌아오게 평소 가까이 있던 사람들과 자주 만나게 하라는 의사의 말에 제이시에게 편지를 돌리라고 시켰다.




"... 제이시, 애들에게 편지를 돌려. 내일 모두 내 응접실로 오라고. 아,  하나 덧붙여서. 연화가 일어났다고."




***




연화가 일어난 다음날, 응접실에 모두가 모였다. 최승철부터 이 찬까지. 모두. 모두들 어제 바로 달려오고 싶었는데 오늘 오라고 해서 상당히 불안했던 모양이다. 불안해서 못 잤는지 눈 밑이 거뭇거뭇하다. 



photo

"... 그래서… 연화가… 일어났다고…?"




긴 정적 속에서 먼저 말을 꺼낸건 평소 연화를 아껴했던 -모두 연화를 아꼈지만 로우스가 애들은 특히 더 아꼈다- 로우스가의 석민이었다. 석민이의 목소리는 떨렸고 빨리 대답하라는듯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응… 어제 늦은 오후에 일어났어."




"어땠어…? 아파했어...?"



"아파하지는 않았어. 오히려 아프기전보다 더 건강해보여..."




"다행이네…"




다시 정적이 흘렀고 그들은 각자 머리속에서 생각을 정리하는것 같았다. 저마다의 이유로 머리가 복잡하겠지. …그리고 나도 상당히 복잡하다. 연화가 기억을 잃은게 그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연화가 기억을 잃었다고 말하기 위해 입을 연 순간 원우가 물었다.




"... 근데 왜 오늘 오라고 한거야…? 어제 부르지! 내가 진짜 바로 가려고 한거 형이 편지에 오늘 오라고 해서 미치는줄 알았잖아."



"맞아. 그 말 무시하고 달려오려고 한거 제이시가 막았다고!"



"연화도 일어난지 얼마 안되었는데 쉬어야지. 일어난지 얼마 안되었는데 너희가 갑자기 쳐들어오면 어떻겠어."



"아."




내 말에 모두 납득한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 말해야지… 연화가 기억잃었다고…




"... 그리고… 연화가..."


연화의 이름이 나오자 모두 나에게 집중했다. 빨리말해. 최승철이 짜증을 냈다.




"연화가 기억을 잃었어."



"뭐…?"



photo

쾅ㅡ


지훈이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연화한테 갔겠지… 그 뒤를 찬이, 석민이, 승관이, 명호, 한솔이가 따라갔고 승철이와 정한이, 준휘, 순영이, 원우, 민규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그저 멍하니 앉아있었다.




"... 그게… 진짜야…?"



"왜…? 왜 기억을 잃었대…?"



"아팠어서… 너무 많이 아팠어서… 기억을 잃었대."



"하… 하하… 연화가 장난친거겠지..."



"... 연화가 장난치는거 본적있어…?"



"아니..."   



"... 연화에게 가볼거야..."




쾅ㅡ


승철이와 정한이, 민규가 방을 나갔다. … 같이가. 그 뒤를 준휘, 순영이, 원우가 따라났고 방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


나도 곧 따라나갔다.




제일먼저 달려간 지훈이와 애들은 들어가지 않고 문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형… 혹시 연화 자고 있으면 어떻게하지…?"



"아마 시아가 깨웠을거야."



"으음…"




그래도 지훈이가 망설이자 찬이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똑똑ㅡ

그리고 곧 안에서 들려오는 연화의 목소리.

어어… 들어오세요...?

연화의 목소리에 모두 뇌가 정지한 듯 멈칫했다. 그 찰나의 정적을 깬건 찬이였다. 




쾅ㅡ




"연화야!!"



"흐끽."



놀란 연화는 문앞에 서 있는 우리를 찬찬히 보았다. 그리곤 마시려다 놀라서 멈칫해 찻잔을 든 채로 브로치에 시선을 고정했다. 찬이 연화를 부르자 연화는 이번에는 찬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찬이의 가문과 이름을 말했다.




"로우스가… 이찬…?"




찬이를… 알아봤어…?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연화는 그제야 들고있던 찻잔에 담긴 차를 마저 마셨다. 찬이는 못 믿겠다는 듯 연화에게 물어봤다.



"연화야… 나 기억해…?"




"네…  로우스가의  이찬이라는것과 나와 동갑이라는거… 모두의 가문과 이름, 나이는 조금 기억이 나요..."




"완전히 잊은게 아니라 다행이다… 동갑이니까, 말 편하게 해줘!"




"그러면, 한명씩 누군지 말할 수 있어?"




한명씩 말해달라는 순영이의 말에 연화는 머뭇거리다가 한명씩 말했다. 브로치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서.



"네에. 레이거가의 순영오… ㅇ.. 오빠, 지스가의 명호… 오빠와 준휘… 오빠, 로우스가의 지훈오빠, 석민오빠, 찬, 라이가의 승철오빠와 한솔오빠, 이비스가의 민규오빠, 바이렛가의 승관오빠, 이언가의 정한오빠, 다울가의 원우오빠… 그리고 레오스가 지수오빠."




연화는 오빠라고 부를 때 약간 멈칫했지만 막힘없이 말했다. 연화의 기억이 조금 돌아온것일까…



"이번엔 진짜 죽는줄알았어… 또… 그 년이야…?"




"또... 그 년… 이라뇨…?"




아. 그 년. 그 년이라는 말이 들리자마자 급 기분이 나빠졌다. 나는 살기를 조금 담아서 -연화는 느끼지 못 할 정도로 살기를 내뿜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밖에서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싱긋 웃으며 한솔이에게 경고했다.




photo

"야."



그 년이라는 말 듣기도 싫으니까 말하지 말자ㅡ 라는 뒷말을 삼킨 채. 그리고 연화가 물었다.



"참, 근데… 저희 부모님은요? 일어나고 한번도 못 뵈었는데…"




… 부모님… 설마 부모님에 대해 물어볼줄은 몰랐다. 나는 뭐라고 해야하는걸까. 사실대로… 돌아가셨다고 말해야 하는건가. …




"... 연화야… 부모님은…. "



망설였다. 사실대로 말해도 되는걸까. 




photo

"여행가셨어. 기억이 나진 않겠지만 아젠카 제국을 떠나서 에서렌 제국에 가셨어. 꽤 오래 있다 오실거래."




싱긋 웃으며 연화를 안심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걸 숨기기 위한 두번째 거짓말이었다. 




"아아… 그렇군요..."




연화는 다행히도 납득한것 같았다. 이제 더이상 연화를 건드리지 못하게 그 년부터 처리해야했다. … 연화랑 조금 더 있다가 나가서 상의해야지...




------




야호! 이번에는 지수 시점이었어요!! 전 이야기를

풀어쓰다보니까 정작 다음얘기로 넘어가지는 못 했네요ㅜㅠ

딱 오천자에요!!  읽으실때 불편하신게 없길 바래요 ; )

별점, 댓글, 빨간종 필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