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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벽에 기대어 있던 민규가 사라진 걸 본 수아는, 이게 날 골탕먹이려고 숨바꼭질 도전장이라도 내미는 건가_ 하는 생각에 괘씸한 마음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 ···어? "

피, 피다.
골목의 누렇게 바랜 벽에 피가 묻어 있었다. 여기 원래 이런 거 없었는데..? 당황해 두리번거리는 수아의 눈에 한 가지 물건이 들어왔다.
" ···. "
길가에 떨어진 액정이 산산조각난 핸드폰에, 아무래도.. 김민규가 위험한 것 같다.
/
" 윽, "
눈을 뜬 곳은 캄캄한 창고 안이었다.
여기가, 어디야. 배 쪽을 세게 맞았었지···
어쩐지 눈을 뜨자마자 배가 못 견디게 아파왔다. 팔도, 다리도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다.

" 깼어_? "
" 넌. "
" 맞아, 언니를 안다고 날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지만. "
서수연.
서수아가 그 누구보다 아끼는, 어릴 때부터 믿고 의지해 온 서수아의 동생. 서수아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 서수아가 닥치는 대로 일해서 결국 명문고에 보내놓은 서수연이 왜 여기 있는 건데.

" 너, 너··· "
" 말 좀 똑바로 해봐, 장애냐? "
" 아, 맞다_ "
휴대폰을 꺼내들어 살짝 흔들더니,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영상통화를 걸었다.
" 아, 네~ 여보세요. "
* M그룹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예의바른 직원이네. 거기 좀 전해줘요. "
" ···예? "
카메라를 가리고 있던 손가락을 떼어 어느새 입과 눈이 막힌 민규를 찍는다.
" 1억이면 되겠지? 1억. 현금으로_ "
" 저녁 일곱시, 강화도에 있는 ♧♧카페로. 까만 서류가방에, 크게 M자 써서. 알았죠? 그리고 전화 받아요. "
* 어, 아니..
뚝_
전화가 끊겼다.
" 강화도면 언제쯤 출발하면 되냐? "
" 두시간쯤 있다가 가자. "
" 수연이 진짜 똑똑해. "
앞에서 진득하게 입을 맞추는 수연과 한 남자애에 민규가 얼굴을 찡그렸다. 어린 새끼들이...;
/
2시간 뒤.
그때 얼굴 한 번 찌푸렸다고, 수연 남자친구 얼굴에 생채기 났다고 한참을 일방적으로 맞은 민규의 정신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 씨발, 대가리 깨서 그냥 우리 이름도 기억 못하게 해버릴까? 아무리 생각해도 빡치네. "
" 대가리 깨지면 뒤져 병신아. "
쾅 -
" ..?"
" 김민규···!!!!!!!! "

서수아?
흐릿한 내 시야에 들어오는 건 분명 그녀였다.
서수아가 왜 여기 있지, 어떻게 여기 있지.
" 이 새끼가 싸가지가 없긴 한데 그렇다고 사람을 이렇게···. "
" ···저기, 나 기절 안 했거든. "
" ··· "
딸꾹_
푸흡,
하여튼··· 웃게 만들어.
" 저기, 서수아 님...! 같이 가셔야 한다니까, "
구급대원들과 경찰대원들이 달려 들어왔다.
쓰담_

" 서수아 예쁘다. "
정말이야, 네가 왜 이렇게 예뻐 보일까_
나를 자신의 무릎 위에 눕히고 얼굴을 가까이 하던 그녀의 볼을 살짝 살짝 쓰다듬다 이내 눈이 스르륵 감겼다.
/

" 뭐···? "
구급대원들이 민규를 들것에 눕혀 데려가는 와중에 붉어진 얼굴로 멍하니 걷다가 자기 볼을 슬그머니 만지작거리는 수아였다.
나 예쁘대.
/
" 악, 아악_! "
" 더 열심히 할게요, 아버지 제가, 아윽! 더 열심히.. "
" 때리지, 마세..요... "
" 넌 누굴 닮아서 이렇게 대가리가 나쁠까. 이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어야겠지 민규야? "
" 네, 아버지··· "
" 그러면서 때리지 말라니, 도대체 누굴 닮아서 애새끼가 이모양일까 정말. 다시 풀어-!! "
" 네, 아버지.. "
작고 까만 방에는 은은한 불빛이 켜져 있었다.
깔끔하다. 몇 개의 핏자국과 바닥을 기고 있는 나를 제외하면 방은 깔끔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더 위압감이 느껴졌다. 아홉 살의 나는 계속 맞고 있었다. 계속_
/
" 그럴 경우에는 A회사와의 계획을 추진해야 합니다. B회사와 거래를 시도할 경우에는 손실이 불가피해집니다. "
기계처럼 말하는 나는, 고작 열네살이었다. 완벽함에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제발요,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저희 형 돈 많아요, 얼마나 필요하세요.. "
무릎을 꿇은 채 의사에게 비는 나는 열일곱이었다.
/
" ···네가 그거라고? "
" ···ㅎ, 그러면 더 좋지. 그게 기업 후계자로서는 장점이란다, 예쁜 내 아들아. "
_그는 악마였다.
/
" 흐.., 흐윽.. 그만. 왜, 왜 나한테만.. "
어느새 모든 것이 사라지고 홀로 주저앉은, 하얗기만 한 방에는 내가 흐느끼는 소리만 가득했다.
피투성이가 된 어린 나는 기진맥진한 채로 누워 있었다.
토닥_
얼마나 지났을까, 손에 따뜻한 토닥임이 전해졌다. 따뜻한, 토닥임.. 아주 어린 시절 동화에서만 접했던 그것을 직접 경험해 보니 기분이 묘했다. 나에게도 따뜻한 토닥임을 전해주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이 사람은···
서수아가 아닐까, 괜히 기대해 본다.
내가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데도 날 구하러 달려와준 한 사람. 날 위해서 진심 어린 눈물을 흘려준 단 한 사람.
이게 서수아 손이었으면 좋겠다.
일정한 박자로 나를 토닥이는 손길에 까무룩 잠들었다. 이번에는 악몽을 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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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충분한가.. 모르겟서여.. 아 구독자 한분 늘어날때마다 진짜 앞구르기하고 뒷구르기하고 좌우로 네바퀴씩 구르고 지붕뚫고 하이킥을 두번쯤 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라니까요ㅡ으ㅜㅜㅜㅜ 아 너무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더 열심히 하는 작가 될게요 ㅠ ❤
···작가는 빌런입니다 스토리가 평화롭게 흘러가도록 두지 않아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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