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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입어. 나가 있을게. "
" 아, 고마워···. "
싱긋_
승철이 병실의 문을 열고 나갔다. 유나가 준 옷 중에 편한 잠옷을 입은 뒤 다시 문을 여는 수아였다.

" 옷 핏 딱 맞네- 잘 어울려 수아야. "
" 헤헤, 고마워. "
승철이 예고 없이 수아를 껴안았다.
" 흐에, "
당황하던 수아도 곧 눈을 감고 편안하게 웃으며 그 목에 팔을 둘렀다.
" 사랑해. "

" 나도. "
승철이 수아의 이마에 입술을 살짝 갖다 댔다.
햇빛을 받으며, 서로에게 안긴 채 수아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승철.
참 아름다운 한 쌍이었다.
승철의 입술이 살짝 떨어져 수아의 코에 잠시 머물렀다.
" 푸흐, 간지러 오빠_ "
" ㅎ.. "
간지럽다는 말에 그는 곧장 여주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에 묻었다. 허리에 감겼던 양 팔 중 한 손은 올라가 여주의 목을 받쳐 주었다.
맞물렸던 입술이 떨어지고 승철이 부드럽게 웃었다.
" 갑자기 뭐야 - "
" 싫었어? "
" 너무 좋게. "

" 내가 이래서 서수아한테서 못 헤어나오지. "
" 내가 뭘~ "
" 진짜. 배 안 고파? 뭐 안 먹을래? "
" 어··· 먹는 건 좋은데, 나가기가.. "

" 그럼 기다려 볼래? 음식 가져올게. "
" 음식? "
" 응, 잠시만 기다려. "

" 고마워 ㅎ ! "
*

" 짠! 같이 먹자. "
" ······. "
" 수아야? "
" 아니, 오빠... "
" 왜 울어.. "
" 아, 이거 진짜.. 이거.. 이거, "

" 왜, 감동이야? "
" 아 진짜 당연하지···. 내가 곰탕 제일 좋아하는 거.. "
" 얼른 먹어. 식겠다 다. "
" 어떻게 기억하고, 나는 그렇게··· "

" 당연히 기억하지. "
네가 좋아하는 것, 네가 싫어하는 것, 너와의 기억, 너에 대해 단 하나도 나는 잊지 않았는걸.
" ···진짜 최고야. "
" 응응, 얼른 먹어 ㅎ "
" 오빠도 얼른 먹어. "
" 먹자. 잘 먹겠습니다-! "
" 잘 먹겠습니다 ㅎ "
역시 난 오빠랑 있을 때 제일 편한가 봐.
자신을 속속들이 아는 승철에 영원히 그를 놓지 않겠다 다짐하는 수아였다.
*
" 우응··· "
수아가 승철의 어깨에 얼굴을 부볐다.

" 왜, 수아 졸려? "
" 아니.. 그냥 좋아서. "
풋_
" 나도 좋아. "
" 웅..ㅎ "
따스한 햇볕에 홀린 듯이 수아가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환히 반짝거리는 수아의 시선 끝에 걸린 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화원이었다.
그리고,

" ···. "
스토크 앞에 가만히 쭈그려 앉아서 꽃을 내려다보는 민규의 형상이었다.
" ······아야. "
무의식적으로 그를 향해서, 열린 창으로 수아는 고개를 내밀었다.

" 어어··· "
고개를 든 민규의 시야에 수아가 들어온 것 역시 그때였다.
무언갈 말하려는 듯 입을 오물거리는 민규, 수아는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 수아야, 괜찮아? "
" ..어, 응.. "
" 왜 그러고 있어. "
창틀에 쓸린 목을 살살 쓸어주며 승철이 다정하게 웃었다.
" 아, 그게. "
눈물이 고인 채 고개를 집어넣던 수아의 눈에 마지막으로 걸린 풍경은,
예원이 다가와 민규를 뒤에서 끌어안는 장면이었다.
너는 이미 끝났구나.
넌 이제 내가 아니구나, 나 없이도 잘 지내고 있구나.
행복하구나..
도망쳐 다른 이에게 와놓고 김민규를 원망하는 이기적인 내가 나도 미웠다.
나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그럴 자격도 이유도 없는데 어째서 어딘가 한쪽이, 가슴 깊숙이 한 켠이 왜 자꾸만 저릿해오는 걸까.
왜.
*

" 오빠, 좋아해요. "
언제부턴가 예원이라는 아이는 매일같이 내 병실을 찾아왔다.
누구인지, 어떤 사연인지 알 수 없지만 고마웠고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 학생이 갑작스레 수줍은 고백을 꺼낸 것이, 꼭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 어..? "
" 그니까···!! 오빠 많이 좋아한다구요. 오빤 저 어때요? "
" 어어··· "
바보같이 나는 애매한 탄성을 흘렸고 확신을 갖고 있었던 건지 예원은 방긋 웃으며 나를 끌어안았다.
" 흐흫, 좋아요!! 그럼 우리 오늘부터 1일인 거예요? "

" 아, ..응. "
애초에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찾아와 주는 예원을 거절할 용기 같은 것도 없었다. 그렇게 들뜬 그녀에 대고 아니라며 내가 왜 너랑 1일이야, 따위의 말을 할 용기는 더더욱 없었고 말이다.

" 진짜 사랑해요 제가. "
예원은 병실에 매일같이 찾아왔다. 때때로 자고 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여자친구와 함께 잔다는 것에 느낄 법한 설렘도, 떨림도, 미안하지만 민규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항상 외로운 자신을 찾아와 주는 예원이니까. 그렇게 고마운 사람이니까.

" 후아··· "
화원에 앉아서 꽃을 바라봤다.
" 오빠, 이거 봐요. 이 꽃 이름이 '스토크'인데, 영원한 사랑이 꽃말이래요. "
" 아, 정말..? "
" 네. 꺾을 순 없고 우리 같이 이거 자주 뵈요. 영원히 사랑하게!! "
사랑··· 영원한 사랑이라.
사랑이 뭔지도 나는 모르겠는데, 영원한 사랑 따위가 있긴 한 걸까.
가만히 앉아서 스토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민규.
아, 더워_
살짝 고개를 들어올려서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마주했다.

" ···어. "
그 여자가 있었다.
'서수아'. 내 보호자, 돌연 사라져 버린 그 여자가 창가에 있었다.
그때,
쿵
쿵_
쿵,
심장이 뛰었다.
오랜만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빠르고 묵직하게 민규의 심장이 뛰어댔다.

" 아··· "
민규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살짝 댔다.
그 여자는 곧 창문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지만 민규의 심장은, 예원을 볼 땐 그저 아무리 바라도 약하게만 뛰던 바로 그 심장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뛰고 있었다.
내 보호자라······
거짓말이었을까.
왜 날 두고 떠난 걸까, 저 여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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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이게 얼마만이애오.. 복귀일 말씀드린것보다 하루 늦었죠 제성해요 ㅠㅠㅠㅠ 앞으로 열심히 돌려보가씀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