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창작으로부터 나온 허위 사실임을 알립니다. *
이게 무슨 일인 거지...
승철 선배의 고백 이후 내 주위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모여있었고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수아 덕분에 많은 학생들을 물려쳤지만 나는 책상에 엎드려 잡생각을 떨쳐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 고백을 받으면 내 인생은 X 되는 거고 안 받아도 X 되는 거지? ...
" 여주야~ 부럽다 기지배야! "
" 부러우면 네가 고백받아.. "
" 나는 너처럼 얼굴이 안 돼서 미안... "
아니 너까지 왜 그러니..?
내 말에 울상을 지으며 시무룩하게 자세를 고쳐잡는 수아에 내 머릿속은 더욱더 복잡해졌다.
4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내 심장은 달리기를 했을 때보다 더 빠르게 뛰었다. 왠지 승철 선배가 올 것만 같았고 나는 수아를 데리고 얼른 반을 나가려 했지만 뒷문을 나오자마자 내 앞길을 막는 가슴팍에 저절로 뒷걸음질이 쳐졌다.
굳이 굳이 친구들을 데리고 왔는지 양옆에는 처음 보는 남자 선배들이 서있었고 나는 수아의 손을 꼭 붙잡았다.
" 우리 여주 친구는 혼자 밥 먹을 수 있지? "
" 네...? 아, 네..! "
" 그래, 그럼 다음에 보자. 밥 맛있게 먹고. "
" 네.. 여주야, 갈게. "
눈웃음을 지으며 승철 선배는 수아에게 협박 같은 말을 하였고 나는 수아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았지만 울상을 지으며 보내주어야 하였다. 괜히 눈치를 보고 있자 선배는 반 안으로 들어왔고 선배 바로 앞에 있었던 나는 저절로 뒷걸음질을 하며 반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옆에 있던 남자 선배들은 친히 뒷문을 닫아주고선 밖에 서있었다.
일진 놀이도 아니고...
" 그래서 내 말에는 생각해 봤어? 대답은? "
" 네..? 아니 그게... "
" 흠- 거절의 대답이라면 나 정말 실망할 거 같은데.. "
거의 반강제 수준으로 고백을 받아 달아고 하는 것 같아 손에서 땀이 저절로 났고 창문을 열어도 바람 하나 들어오지 않아 더워졌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어떡해야 하나 울상을 지어도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고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 대답은 언제~? "
" ... ... "
" 너 김민규랑 친하잖아, 나 김민규랑 같은 반인데. "
" 아 그렇구나.. "
" 푸흡- 진짜 귀엽네. "
갑자기 나오는 김민규의 이름에 조금은 놀랐고 워낙 조용하게 사는 사람인데 존재감이 없지는 않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나도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지만 내가 워낙 바빠서 말이야 ㅎ. "
" 아.. 네... "
" 곧 점심도 먹어야 되고. "
" 네.. "
" 먹고 나면 소화도 해야 되고. "
" 네.. "
" 그럼 우리 사귀는 거고. "
" 네.. 아니, 네?! "
선배가 하는 말에 고개도 들지 않고서 대충 끄덕거리며 대답을 하고 있을까 질문을 듣지도 않는 내 잘못인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방금 처음 마주쳐본 눈은 꽤나 깊어 보였고 당황해서 그런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 대답했네? 그럼 우리 사귀는 거다. 조금 이따 보자 여주야. "
"... ...?"
이게 무슨 일인가요...
내 머리를 아까처럼 부드럽게 쓰다듬은 승철 선배는 주머니에 손을 꽂고선 유유히 반을 나갔다.
황당함이 배를 뚫고 나와 할 말을 잃어버렸고 어쩌자는 건지 환장할 노릇이었다.
" 선배랑 얘기는 잘 했냐? "
" 나 자퇴할까...? 이제 학교 어떻게 다녀 ㅜㅜ.. "
" 왜? 뭐 사귀기라도 했어? "
" ... ... "
" ... 미친, 진짜?! 헐! "
나를 생각해서인지 수아는 금방 왔고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허공을 바라보자 내 어깨를 여러 번 때렸다. 나는 아파도 아무런 저항을 할 수가 없었고 책상에 머리를 박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 야, 나 혹시 만만해 보이냐? "
" 갑자기..? 뭐 만만해 보이긴 하지, 키도 작아가지고. "
" 내가 작은 게 아니라 네가 큰 거,! "
학교를 마치고 김민규와 운동장을 걸어가며 묻자 당연하다는 듯 내 머리에 자신의 팔을 걸쳤고 인상을 쓰며 팔을 내치자 내 시야에 그다지 반갑지 않은 얼굴이 보였다.
승철 선배는 점점 우리 쪽으로 다가왔고 벙쪄있는 나를 본 김민규는 의아해하며 내 이름을 여러 번 불렀다.
" 임여주? "
" 여주야, 우리 같이 가야지. "
" 네...? "
" 최승철...? "
" 김민규 하이, 내 여친이랑 먼저 좀 갈게. "
" 여, 친..? "
" 내, 내가 조금 이따 연락할게. "
승철 선배의 여친이라는 말에 김민규는 나와 선배를 번갈아 보았고 선배는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교문을 통과하였다. 하교를 하던 모든 학생들의 시선은 우리에게로 향하였고 나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
진짜 김민규 말처럼 만만해서 이러는가 싶기도 하고...
" 근데 민규랑 진짜 친한가 보다, 따로 연락도 하고. "
" 어릴 때부터 친했으니까요.. "
" 나는 내 여친이 다른 남자랑 너무 친한 거 보기 싫어. 무슨 말인지 알지? 가자, 데려다줄게. "
" .. 괜찮아요, 혼자 갈수 있어요. "
집도 거의 근처고 이렇게 둘이 가다간 내가 질식사로 죽을 것만 같아 승철 선배의 손을 쳐내었다.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먼저 걸어갔고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아 귀에 이어폰을 꽂아 넣었다.
항상 김민규와 함께했는데 홀로 집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심심하였고 그나마 음악을 들으니 흥이 나는 것 같았다. 그때 내 눈에 한 가게가 보였고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 나와봐. "
- 응, 기다려.
달라진 모습이 조금은 어색하였지만 집 앞 놀이터에 앉아 김민규를 기다렸다. 이러면 조금은 달라 보일까 하고 내심 기대를 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복 차림을 한 김민규가 멀리서 보였다.
" 임여, ... 뭐야? "
" 김민규! 어때? "
" 머리.. 잘랐어? 왜? "
" 왜긴! 네가 만만해 보인다길래 세 보이려고 잘랐지. "
김민규의 반응을 보니 조금은 달라진 것 같았고 나는 이제부터 막 나가 세 보이려고 하였다.
" 좀 세 보이는 방법 없나? 머리만 자른다고 세 보이진 않잖아. "
" 그 웃음부터 멈추던가. "
" 아.. 그래그래! "
이게 뭐라고 진중한 건지 나는 김민규에게 조금은 세 보이는 방법들을 전해 들었고 이제는 내가 그에게 말할 차례였다.
" 그래서, 네가 최승철 여친이 됐다고? "
" 응, 그래서 세 보이려고 하는 거야. "
" 야, 그럼···. "
내 말을 잠자코 듣던 김민규는 갑자기 자세를 고쳐앉더니 몇 가지를 더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주말 동안 나는 만반의 준비를 하였고 주말 동안 오는 승철 선배의 연락에는 대충 단답으로 답장을 해주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나름 준비를 하면서 또 다른 나를 찾은 것 같아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월요일 아침이 밝았고 나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아침부터 샤워를 하고 화장을 한 뒤 주말 동안 줄인 교복을 입고선 마지막으로 크로스백까지 맨 뒤 방 문을 열었다.
" 여주, 너 그게 뭐야! "
" 엄마, 나 이제 예전의 임여주가 아니야. "
" 지랄한다. 다시 원상복구 안 해?! "
" 아 싫어! 나 갔다 올게. "
" 저게 저,! "
" 사춘기가 늦게 왔나... "
뒤에서 뭐라고 하는 엄마, 아빠를 무시하고선 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집을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