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창작으로부터 나온 허위 사실임을 알립니다. *
그들을 따라가니 옥상으로 왔고 문을 닫은 뒤 그들 앞에 섰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선 눈을 찡그린 채 쳐다보자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중앙에 있던 여자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 네가 왜 승철이랑 사귀냐? 너랑 승철이는 급이 달라. "
" 그쪽이랑도 같아 보이진 않는데. "
" 뭐?! 허-. "
" 네가 승철이 같은 애를 만나니까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지? "
" 아니, 별로. "
정오라 따뜻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어 쌀쌀하였고 후드 직업 지퍼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 안 추워요? 치마도 그렇게 짧아서. "
" 미쳤냐? 야. "
"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저 최승철 선배 안 좋아해요. 사귀는 건 어쩔 수 없었는데 그냥 헤어지자 한마디면 끝나는 사이에요. "
" 뭐..? "
" 그렇게 좋으면 그쪽들이 가서 얘기해요, 사귀자고. 얼굴이 딸리면 그냥 짜져 있던가. "
내 말에 그들은 얼굴이 붉게 물들었고 한 명은 입을 앙 다물며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중앙에 있던 여자는 화가 삭히지 않는지 손을 들었고 나는 그대로 뺨 한대 맞는구나 생각하며 눈을 감고 있을까 아무런 감각이 없어 눈을 살며시 떴다.
" 너네 애 데리고 뭐 하냐? "
" 민규야..! 아니 얘가, "
" 너네 여주 건드리지 마. 뒤지기 싫으면. "
" ... ... "
나를 때리려던 여자의 손목을 김민규가 잡고 있었고 나는 깜짝 놀라 그를 올려다보았다. 여자들은 김민규의 말에 입을 꾹 다물다가 그대로 옥상을 나갔다.
나도 한숨을 내쉬며 옥상을 나가려고 하자 김민규가 내 손목을 붙잡았고 우리는 서로를 마주하였다.
" 다 들었어, ... 너 내가 알던 임여주 맞냐. "
" 아니, 네가 바뀌라며. 그래서 난 그냥 나를 지키는 거뿐이야. "
" 너를 망치라는 건 아니었어. 차라리 최승철한테 헤어지자고 하던가. "
" 오늘 마치고 할 거야. 나 간다. "
솔직히 헤어지자는 말을 할 생각은 전혀 단 1도 없었지만 서로 좋아해서 사귀는 것도 아니고 오늘 같은 일이 또다시 안 일어날 거라는 확신은 없었기에 속으로 다짐하였다.
하지만 그때 나는 생각하지 못했다. 옥상에 누군가 있을 거라는.
이미 종은 쳐버렸고 지금 반에 들어가기에도 늦었기에 난생처음으로 일탈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사람이 많이 없는 학교 뒤뜰, 버려진 책상에 털썩 앉았다. 원래 성격이었으면 아까 같은 상황에 아무 말도 못 했을 건데 하나하나 다 받아치니 답답했던 속이 그나마 뚫어졌다.
그나저나 마치고 뭐라고 해야 하나 머릿속의 정리를 하며 홀로 도표를 그리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만 흐르고 하교 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카톡으로 김민규에게 먼저 가라는 말을 남긴 뒤 승철 선배를 기다렸다. 반으로 찾아온다는 말에 내가 먼저 마쳤는지 복도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 여주야! "
" 왔어요? "
" 근처 카페 가서 얘기하자. "
" .. 네. "
해맑게 계단을 내려오는 승철 선배를 보고 발걸음을 옮겼고 마지막인데 카페는 상관없을 거라 생각하여 선배의 말의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 근처라 그런지 우리 학교 학생들이 꽤 많았고 나와 승철 선배를 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최대한 구석자리에 앉았고 승철 선배가 음료를 사준다길래 무난한 아이스티 한 잔을 말했다.
" 할 얘기가 뭔데? "
" 헤어져요. "
" ... ... "
" 솔직히 선배도 저 안 좋아하잖아요. 더군다나 저도 선배 안 좋아하고. "
" 너 내 말을 물로 듣는 거야? 난 너 좋아한다고. "
음료가 나오기도 전에 나는 우리의 대화가 끝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길어졌다. 내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듯한 승철 선배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하였다.
" 선배 어장 치잖아요. 그냥 저도 그중 물고기 한 마리 아니에요? "
" ... 그래, 그 소문나는 건 나도 알아. 근데 너는 아니야. 나 진심이야. "
" ... 선배가 저 좋아해도 저는 아니에요. "
" 그럼, 윤정한이야? 네가 좋다고 한? "
" 네? "
" 아니면, 김민규? "
갑자기 나오는 그들의 이름에 나는 당황하기 짝이 없었고 김민규라는 이름에 눈살을 힘껏 찌푸렸다. 이런 내 모습에 승철 선배는 헛웃음을 지었고 잠시 입을 다물다가 내가 말이 없자 입을 열었다.
" 사실 아까 옥상, 나도 있었어. "
" 아.. "
" 네 말 다 알겠어. 근데 내가 제일 비참한 건 그때 널 도와준 게 내가 아니라 김민규라는 거야. 둘이 친한 건 알겠는데 내 생각 한 번이라도 해 준적 있어? "
" 제가 왜 선배 생각을 해요. 좋아서 사귀는 것도 아니고 일방적인 건데. 전 저 좋아해 달라고 한적 없어요. "
승철 선배와 얘기를 하며 느낀 게 있다면 선배는 그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나는 아니겠지만 선배를 보니 눈빛이 여느 때와는 달랐다.
" ... 그럼 딱 3번만 기회 줘. 그래도 안 되면 내가 포기할게. "
" 원하시는 데로 하세요. 저는 바뀔 거 없으니까. "
음료의 얼음이 다 녹기 전. 거의 절반쯤 녹았을 때 나는 카페를 나왔다.
음료수가 남은 게 아까웠지만 지금 저 상태로 계속 먹었다면 집에 가서 그대로 토를 했었을 거다.
" 뭐래? "
" 기회 달래, 3번. "
" 뭔 기회? "
" 자기 좋아하게 해줄 수 있는 기회. 근데 난 그런 거에 안 넘어가. "
집에 오니 자기 집인 것 마냥 소파에 앉아있는 김민규를 보고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부모님은 늦게 온다며 김민규랑 밥을 먹으라고 하였고 우리는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 그래도 다행이다. "
" 뭐가? "
" 최승철한테 헤어지자고 말해서. 기회는 네가 안 넘어갈 거 아니까. "
" 네가 뭐가 다행이야 ㅋㅋ. "
" .. 걔 질 나쁜 거 알잖아. "
그건 그렇긴 하지. 나는 김민규 말의 고개를 끄덕이며 반찬을 집어먹었다.
이게 그 첫 번째 기회인 건가.
아침이 밝아 등교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서니 승철 선배가 우리 집 앞에 떡하니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라면 어제 그대로 우리 집에서 잔 김민규와 같이 나와 얼떨결에 삼자대면이 되어버렸다.
" 네가 왜 거기 있냐? "
" 너는 왜 여주 집에서 나오냐? "
" ... 제 집 어떻게 아셨어요? "
" 수아한테 물어봤지. 가자. "
먼저 앞장서는 승철 선배를 보고 나는 천천히 그 뒤를 따라갔다. 나는 괜히 신경이 거슬려 김민규의 팔을 잡고선 선배의 뒤를 쫓아갔다.
" ... 뒤에서 말고 옆에서 걸어. "
" 아 하하.. 네. "
갑자기 우뚝 서더니 뒤돌아 나를 내려다보는 선배에 잠시 흠칫하였고 나는 김민규를 끌고 선배 옆으로 갔다. 그들을 양옆에 끼고 걸어가는 모습이 꽤나 웃겼고 등교를 하는 모든 아이들의 시선은 우리에게로 향하였다.
학교에 도착해 인사를 하고 먼저 반으로 도착한 나는 수아 옆에 앉았다.
" 어제 어떻게 됐어? "
" 헤어지자고 했지. "
" 그래서, 헤어진 거야? "
" 헤어진 거 같기는 한데.. 자기한테 기회 3번만 달래. "
내 말을 들은 수아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 기회가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최대한 빠르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 여주야~! "
" 이거 먹고 힘내! "
" 자지 말고 수업 열심히 들어! "
" 사랑한다 임여주!! "
쉬는 시간마다 빠지지 않고 우리 반에 들락거리는 승철 선배에 미칠 것만 같았고 아직 선배와 헤어졌다는 소문이 돌지는 않아 사랑한다는 말에 모두들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최대한 모르는 사람인 척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이 반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선배가 말을 하면 일제히 모두 다 나를 쳐다보았다.
" 야, 승철 선배 좀 어떻게 못하냐? "
" 나도 말리는데 안 들어. "
" 미치겠네 진짜... 아... "
김민규가 우리 반에 와서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애들의 시선은 거두어지지 않아 복도 끝까지 와서 얘기를 나누기 일쑤였다. 손에 얼굴을 묻으며 절망적인 신음을 내뱉을까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 최승철 여친? "
" ... ... "
" 뭐야, 김민규도 있네. 최승철이 너 찾던데, 반으로 가도 없다고. "
" 아.. 선배들. 승철 선배 보고 한 번만 더 찾아오면 다시는 안 본다고 전해주세요. "
정한 선배와 지수 선배가 나를 보며 인사를 건네었고 앞의 김민규를 보고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바로 승철 선배가 나를 찾는다는 말을 하였고 나는 한숨을 쉬며 신신당부를 하고서 반으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