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_0.3
뭐지, 정말 뭘까하는 상황이었다.왜 갑자기 나타난 건지, 그리고 저가 여기있는 걸 어떻게 안 건지.수 많음 물음이 생겨났다.하지만 입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꺼내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조용히 있어도 다 안다는 분위기였으니까.그 물음에 대답해주는 것 같았다.그 분위기는 저를 이유도 모르게 안정감을 조성했다.김태형은 저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너가, 맞았구나…”
급히 뛰어온 모양인지 볼이 새빨간 꽃처럼 빨갰다.숨은 거칠게 몰아쉬며 숨을 삼키고 있었다.묶여있던 넥타이가 불편했는지 거칠게 풀곤, 다시한번 저를 쳐다보았다.가만히 멀뚱하게 서있던 유가랑은 천천히 김태형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ㄱ, 괜찮냐…숨 천천히 쉬어.”
가까이있던 김태형의 등을 토닥이며 진정 시켜주려 했지만, 손을 뻗다 문득 생각했다.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친한 사이도 아니고 그냥 쌩판모르던 애였는데, 가까이서 이렇게까지 해준다?제 삼 자의 입장으로 봤을 땐 아닌 것 같았다.
가랑은 급히 뻗던 손을 등 뒤로 숨기고 옆에서 기다려줄 뿐이였다.그렇게5분쯤 지났을까, 숨을 고르게 쉬기 시작한 김태형은 저를 올려다 보며입을 열었다.
“일단…앉을래…?”
가랑은 대답도 없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벤치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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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기운이 주위를 맴돈다.애초에 상상도 할 수 없던 조합이기도 하고, 둘도 별로 큰 접전이 없었다.큰 접전이 없었는데도 먼저 말을 건 유가랑도 대단했다.다른 뜻으로.둘은 서로 딴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한 명은 바닥을.한 명은 허공을.서로 딴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그게 말이야…”
딴 곳을 바라보고 있어도 둘 다 말을 건 타이밍은 기가막히게 똑같았다.참으로 신기했다.둘은 그대로 멈춰있었다.말을 잇고 싶었지만 뜻대로 잘안 됐다.안 그래도 어색했는데, 말을 꺼내려던 상황에 타이밍까지 겹쳐버렸다.도저히 말을 꺼낼 수 없었다.하지만 추운 옥상 위에서 계속 남아있을 순 없었다.옥상 위에서 얼어 죽고 싶다면 그래도 되겠지만 아직 한참을 살아야하기 때문에 안 됐다.보다 못한 가랑이 먼저 입을 땠다.
“그게, 오늘 점심시간…계속 기다렸어…?”
“응.”
“계속…?”
“응.”
묻은 말에 ‘응.' 이라고 대답한 것 뿐인데 마음 한구석이 뭔가 움츠러든 것 같았다.괜히 미안해졌다.오랜 시간동안 제 점심시간을 버리고 기다렸다는 것이.정말 미안했다.
“미안, 많이 기다렸지.”
“아니.괜찮아.”
저 모자 밑에서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은 단단해 보였다.이런 일은 겪어봐서 다 안다는 듯이.
“그…왜 불렀던 거야…?
“복도에, 지갑 떨어졌더라.”
그리고 손에 보이는 귀여운 고양이 지갑.분명 제 것이 맞았다.떨어트린 기억은 전혀 없다.없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저 주머니에서 제 물건이나왔다.제 물건을 돌려주려고 찾아왔던 것인데 오랜 시간동안 기다리게 만들고.저가 너무 나쁜 사람처럼 보였다.손에 쥔 지갑을 꽉 쥐었다.
“미안해.”
정말 진심으로 미안했다.
사과를 할 땐 상대방의 눈을 보고, 눈을 마주치고 사과해야한다.고개를 든 가랑은 그대로 검은 모자 밑에 보이는 태형의 눈과 마주쳤다.눈 앞에 보이는 검은 눈은 삼백안이 보였다.그림자 때문에 눈동자가 한층 더 어두워 보였다.소문의 김태형은 무서워 보였다.무섭지만 무섭지 않았다.
소문의 김태형과 눈 앞에 있는 김태형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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