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만 좋아합니다.

3.

글쓴이_따수한여름아침


정국과 짤막한 대화가 끝나자 시아는 그 자리가 어색했는지 조용히 구석의 창가로 향했다. 

샴페인 한 잔을 가볍게 한 손으로 들고선. 

뒤에서 무도회를 구경하고 있는 기분은 참 낯설었다.
항상 자신이 모든 사람들의 중심이 되어 무도회의 가장자리에 당당하게 서고는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었지. 

정작 내가 가지고 있는것은 부와 명예밖에 없는것인가. 

정작 내 곁엔 아무도 없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샴페인을 홀짝이고 있자니 점점 취기가 올라왔다.


그에 맞는 타이밍에 전정국이 나타났다.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나 보죠?" 

"......"

대답할 수 없었다. 

그건 사실이었으니까. 

매일같이 사람들은 나를 따랐고, 나 또한 그것을 즐겼다. 

모든 사람들이 나만을 바라보고 나만을 비춰주는 걸 원했다. 

하지만 그의 질문을 듣자마자 그런 것에 대한 자만심에 큰 구멍이 뚫어지는 건 같았다.




"계속 혼자 생각하시네요, 나한테도 그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겠어요?" 

나도 양심은 있는지라 그의 질문엔 짧게 대답했다. 

"네." 

"대답이 짧네요, 오늘은 당신에 대한 진실된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는 말끝을 흐리며 아쉬움의 기색이 있는 것 같았다. 

그의 표정을 보곤 나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나에 대한 모든 이야기... 들어볼래요?" 

"...기꺼이 들어줄께요." 

어떻게 나에 대한 것을 술술 말했을지 모르겠다. 

조용하고도 아늑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가 나에게 짓는 따스한 미소 때문이었다 

왠지 그와 친밀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술에 스며든 내가 만취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라고 하면 변명이겠지.


나의 얘기에 귀 귀울이는 그에게 호감이 생겼다.
나의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그가 

좋아졌다.


많은 사람들은 나의 겉모습만 보고 달려들었지.
근데 넌 달랐어.
날 진정으로 알아줬어. 

그래서 너가, 좋아졌어
그런 너의 세심함이.
.
.


몇 시간이 지나도 나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무도회가 끝나자 우리는 걷고 걸었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아무도 우리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없는 곳으로. 

"...당신과 얘기해보니 나의 삶은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네요,"
"어렸을 적의 생명의 은인에게 배신 당했다니 안쓰럽네요." 

"당신의 삶은 언제든 변할 수 있어요, 나 또한 그 생명의 은인, 아니 배신자를 직접 만날 수 있죠." 

그 말이 무슨 뜻일지 나는 좀 더 일찍 알아야 되었었다. 

아니, 훨씬 더 일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