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_따수한여름아침]
-다시 현재-
"나 또한 그 생명의 은인, 아니 배신자와 운명처럼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죠."
"..네, 사람 인생은 모르는 거니깐요."
달이 환하게 어둑어둑하던 하늘에 환하게 나타나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이만 헤어져야 겠어요, 너무 늦었으니."
그의 얼굴엔 살짝 아쉬움의 빛이 스쳐갔다.
물론 나도 그 아쉬움을 함께 하고 있었지.
"..혹시..내 집에 남는 방이 있는데 거기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건 어떤가요..?"
"하룻밤을 보낸다는 건 무슨 의미죠,"
"아,아니..그러니까 정국씨는 남는 방에서 자고 저는 제 방 침실에서 자고.."
"..당황하지 않으셔도 되요ㅋㅋㅋ"
"저도 그럴 생각은 없으니깐."
시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ㅈ,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아무튼 그쪽도 지금 헤어지긴 아쉬운 것 맞죠..?"
"..그럼요."
"그건 승낙으로 알께요,"
"저를 따라오세요."
그와 같이 비밀정원을 다른 사이로 같은 장소에서
걸었다는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지만,
그런 기분은 느껴볼 틈도 없이
내 마음엔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차버렸다.
내 방에 도착한 뒤,
정국에게 방을 안내해주고는 내 침실에 힘이 풀려서는 풀썩 주저앉았다.
방금 정국과 내가 나눈 대화는 정말 나였다면 상상도 못할 말들이었다.
정국은 자신의 방에 들어가기 전, 나에게 달콤히 속닥였다.
"..이쯤되면 말 놓아도 되는 건가..? 이시아"
"뭐..내 왕궁까지 들여보내 주면서 승낙을 안하면 이상하지, 그럼 난 정국으로 부를게."
"그럼..잘자, 시아야"
".....너도"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기분.
마치 하늘을 날아가 찌를 뻔한 이 기분은 난 도저히 감출 수 없었다.
시아가 이렇게 설레하는 반면, 정국의 방은 시아가 떠난 뒤부터 경직되었다.
그리고선 정국은 굵으면서도 깊은 목소리로 짧게 말했다.
"거의 끝났어."
"너라면 해날 줄 알았어."
"사랑해, 그리고 잘 자.
"너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