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도용 ×
"늦었군."
"죄송해요. 준비가 늦어져서."
차가운 인상. 공개적인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라는 사람은 표정 변함 하나 없었다.
"이번엔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야."
"...네."
그래. 나는 얌전히 있다가 빠져나가면 되는 거다. 별일 없이. 조용히.
"후우..."
수많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테라스로 향했다. 쌀쌀한 날씨라 좀 추웠지만 버틸만했다.
도시인 점에 비해서 하늘에 별이 많이 보인다. 예쁜 별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나는 언제 돌아갈 수 있을까."
한수지로 살아가는 건 너무나도 버거운 일이다. 원치 않은 삶을 언제까지 살아가야 되는 걸까.
물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더 이상 보지 않고 있는 점에서는 좋았다. 그것들 때문에 내가 자살을 시도한 거니까.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삶을 끝내는 거지 다른 삶으로 연장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먼저 온 사람이 있었네."
민윤기였던가. 워낙 인상이 무서워서 그런지 이름을 금방 외웠던 거 같다.
"....."
"왜 가만히 있는 거지."
"무슨 소리인지."
이상하다는 표정. 모두가 나를 향해 짓는 표정이다.
"아까 한수지랑 너무 달라서."
그렇겠지. 나는 한수지가 아니니까.
"왜 이렇게 나한테 신경을 끄지 않는지."
"신경을 끌 수 있는 존재가 아니잖아, 넌."
"무슨 뜻인데."
"신경 끄기엔 네가 있는 자리가 높지."
어쩔 수 없는 비즈니스 관계라는 건가.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는 사이. 각자의 부모님들 아래에서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우리. 너도 나도... 여기 있는 모두. 비슷한 처지겠지.

"이 지긋지긋한 관계를 끊으려면 내가 사라지는 게 좋겠지."
"무슨···."
"그만하고 싶은데. 이 삶."
수지는 민윤기를 지나쳐가려고 했을까. 민윤기는 수지를 붙잡았다.
"쓸데없는 짓을 하려는 거면 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을 텐데."
"너희들에게만 좋은 거겠지."
여기서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의 하나 뿐인 자식이 한수지니까...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노력하겠지. 뻔해.
그런데 그게 왜 나한테 좋은 거지?
"내 손은 놓ㅈ···."

"둘이 뭐 하는데."
전정국?
"아, 물어볼 게 있어서."
"손 잡으면서?"
전정국은 민윤기가 여주를 붙잡고 있는 모습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노려 봤다.
"이여주는 어쩌고 여길 온 건지."
"나 아니어도 같이 있을 사람은 많지."
"그래. 그렇겠지."
전정국 말고도 걔 옆에 있을 사람은 많다.
"전정국 네기 어쩐 일로 걔 옆에 계속 안 붙어 있냐."
"...형이 안 보이길래 찾으러 온 거예요."
"이런데 싫어하는 거 알잖아. 자리 피한 거지 뭐."
이곳엔 혼자 있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른 거 같다.
"비켜. 들어갈 거야."
"...나도 들어갈 거야."
짜증 나게도 셋이서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파티장에 있던 이여주와 눈이 마주쳤다.
뭐야. 왜 저따위로 쳐다보는 거지.

"왜 셋이 같이 들어와."
"겹친 거뿐이니까 비켜."
"벌써 가게?"
"네 알 바 아니고 그건."
거슬리는 것들이 내 주위에 수두룩하니 괜히 두통만 밀려오는 기분이다.
"수지야, 같이 놀자~"
이여주. 얘는 자꾸 무슨 생각으로 내게 다가오는 걸까.
"됐어."
"어차피 할 것도 없지 않아? 여기 너무 심심해..."
"뭐가 됐든 너랑 놀 이유는 없을 텐데, 내가."
이여주를 지나쳐 차라리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가려 했을까. 갑자기 붙잡는 이여주에 반사적으로 세게 팔을 뿌리쳤다.
"아..!!"
"하..."
냅다 넘어진 이여주는 살이 쓸렸는지 무릎에 피가 나고 있었다.
"여주야!!"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모두 이여주에게 다가가 걱정하기 바빴다.
"쇼를 해라 아주."
마음 같아서는 욕이라고 퍼붓고 싶었지만 그럴 수 있는 사정이 아니었기에 기사에게 전화해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야, 정호석 어디 가."

"에스코트는 끝까지 해주는 거 아닌가."
"뭐야..."
"정호석, 너 무슨···."
"가자. 오늘 내 옆 사람은 여주가 아니라 너야."
"...어."
정호석은 그들을 등지고 수지와 함께 파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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