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도용×
차 안은 조용했다. 차량이 있는 곳까지만 데려다주는 줄 알았지만, 내 옆자리는 정호석이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각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
"들어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한수지 대타인 내가 이 세계에 물들지 않기 위해서.
정호석뿐만이 아닌 모두. 나는 그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뭐가 됐든, 여긴 내 자리가 아니니까.
"잘 가."
한 마디일 뿐이지만 인사를 건넸다. 오늘 내게 도움이 돼준 사람이기에 최소한의 예의는 차려야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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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할 것도 없던 나는 책이라도 읽고 있었을까. 누가 들어도 화가 난 발걸음 소리를 내며 내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또 맞으려나.
책을 접는 동시 문이 거세게 열렸다.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버지. 오늘 내가 파티장에서 한 짓에 화가 난 것이겠지.
"죄송···."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가 돌아갔다. 눈물이 나지 않았다. 아픔을 느끼기도 귀찮다. 저런 인간 밑에서 언제까지 있어야 되는지 모르겠다.
"시발, 내가 가만히 있으라고 몇 번을 말해!!"

"....."
밖에서 지켜보는 사용인들. 자주 있었던 일처럼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너도 죽고 싶나 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너도 죽고 싶냐니? 누군가를 죽여번 적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그에 이상함이 느껴졌다.
"정말 마지막 기회인 줄 알아. 안 그럼 너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릴 거니까."
"....."
자식한테 못하는 말이 없는 거 같다. 아, 자식이 아니었구나. 필요 없으면 버려질 인형이었지?
어쩌면 버림을 당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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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나가고 책상에 앉은 수지. 아무래도 알고 있는 게 너무 없다 보니 뭐라도 알아 내기 위해서 뭐라도 찾아보기로 한다.
그러다 책상 서랍 마지막 칸이 눈에 띈다. 다른 칸과는 다르게 잠겨 있었기 때문. 열쇠가 있어야 열 수 있는 거 같다.
문제는 열쇠가 어딨는지 모른다는 거.
"하... 어느 세월에 찾냐."
귀찮았지만 굳게 닫혀있는 서랍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했기에 찯아 보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을 구석구석 확인해 봤을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침대에 털썩 누웠을까. 무심코 본 책장에 책 한 권만 검은색이었다.
무슨 책인지 궁금해 책을 꺼내 들었을까. 책을 펼치는 동시 열쇠가 떨어져 나왔다.
"중요한 게 들어 있는 걸까."
아무래도 중요한 게 들어 있는 거 같다. 나는 곧바로 서랍을 열쇠를 이용해 열었고, 서랍 안엔 꽤나 여러 가지가 있었다.
"사진...?"
뒤집어져 있는 사진. 사진을 집어 들어 봤을까. 중학생쯤 돼 보이는 여자애 한 명과 남자애가 보인다. 아마도 여자애는 한수지일 것이다. 생긴 게 한수지와 많이 닮았거든.
그런데...
"이 남자애는 누구지?"
한수지와 닮은 거 같으면서도 한수지와 다르게 귀여움이 존재하는... 얜 동생인가? 하지만... 이때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사진 밑에 있던 수첩도 꺼내 들었다. 사진을 내려두고 수첩을 펼쳐봤을까. 보아하니 일기장인 것 같았다.
20**. 4. 12
이 지옥에서 내가 빠져나갈 수 있을까. 애초에 빠져나가는 길이 있긴 할까. 숨 막혀 죽을 것만 같아. 제발 이곳에서 나가게 해줘.
20**. 4. 20
동생이 도망갔다. 동생이라도 무사히 도망치길.
20**. 4. 21
동생이 잡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집으로 돌아오질 않는다. 분명 붙잡혔다는데 왜 돌아오질 않는 거지.
20**. 4. 25
동생이 죽었다.
20**. 4. 28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제발.
20**. 5. 3
예전에 비해 덜 때린다. 화풀이 대상은 늘 나였는데, 동생이 죽으니 동생 대신 나를 인형으로 만들었다. 보여야 하는 게 있으니 덜 때리는 거겠지.
20**. 6. 21
내가 죽는다면 이 일기장을 누가 읽어주길. 내 억울함을 알아주길.
20**. 7. 1
학교 친구 7명과 친해져야 돼. 그래야 내가 살아.
"....."
수많은 일기 중 앞에 몇 장만 읽었을 뿐인데 소름이 끼쳤고,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아 빠르게 일기장을 서랍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 사람이... 죽인 거야...?"
너도 죽고 싶냐는 게... 동생처럼 죽여버리겠다는 거였어...?
도대체 뭐야. 뭐냐고!! 미친 게 분명해. 여기 사람들은 미친 게 분명하다고. 어서 도망을...
"도망... 도망을 가면 똑같겠구나. 동생처럼."
콩가루 집안 인건 알았지만 아버지라는 사람이 친자식을 죽이는 살인자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쩌면 한수지는... 자살한 게 맞는 게 아닐까. 아님...
..상상 하기 싫다. 분명 난 자살을 한 적이 있음에도 왜 이렇게 무서운 건지. 나는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시발... 내가 왜..."
지긋지긋해. 난 버틸 만큼 버텼다고!!
수지는 사진을 한 번 쳐다보고는 서랍을 닫아 버렸다.
이 서랍을 열어 보는 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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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