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도용 ×
부은 뺨을 숨기려 마스크를 쓴 상태로 등교했다. 아무리 지금 내 상황이 좆같아도 학교는 가야 하니까.
삶이 싫어 죽음을 택한 나였지만, 생판 몰랐던 사람에게 죽임을 당할 거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치고 무서웠다. 지금 이 삶이 싫어도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 싶진 않다.
"왔어?"
박지민이다. 친한 척하지 말라고 했던 내 말은 완벽히 무시한 채 아는 척을 한다. 어제 그 일이 있고도 나한테 이러는 걸 보니까 뭔가 속셈이 있는 거 같은데...
"....."
"감기 걸렸어? 왜 마스크를..."
"말 걸지 마."
자리에 앉아 엎드렸다. 박지민의 목소리도 듣기 싫고, 내 얼굴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고 않았다.
"일어나. 이동 수업이라 바로 가야 돼."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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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한 수업 시간. 느리게 지나가는 시간에 하품이 나왔다.
"자, 그럼 이제 연습을 해볼까?"
"...?"
음악 시간이지만 이론 수업을 하길래 이론 수업만 하다가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왜 연습을 한다면서 모든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걸까. 이때까지 앉아서 노래 부르지 않았었나.
"수행 평가 치는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슬슬 연습해야지."
"아, 쌤~ 가창은 너무 싫어요!"
"음악 시간인데 가창이 빠질 순 없지."
학생들이라면 알겠지. 가창 수행 평가를 제일 싫어한다는걸.
나는 내 자리가 어딘지도 모른 채 학생들 사이에 대충 서있었을까. 음악쌤의 부름에 나는 앞으로 나가야 했다.
"수지가 반주해야지."
가지가지 한다. 이젠 하다 하다 피아노까지 치게 생겼다. 피아노를 칠 줄 모르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하다.
얼떨결에 피아노 앞에 앉은 나는 머릿속이 새하얬다. 쌤은 신호를 줬고, 살며시 건반 위에 손을 올리는 나는 애꿎은 악보만 봤을까. 또다시 내 몸은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피아노를 칠 수 있는 게 문제가 아니다. 왜 자꾸 내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건지... 갈수록 공포감에 휩싸였다.
혹시... 한수지의 영혼이 남아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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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는 언제 배웠어? 들을 때마다 정말 잘 치는 거 같아서."
"...몰라."
교실로 돌아가는 길. 박지민은 내 옆을 당당히 차지하고서는 나와 함께 걷는다.
"윤기도 잘하는데."
"어쩌라고."
"그냥. 둘이 같이 치면 대박일 거 같아서."
"내가 걔랑 피아노를 칠 일이 있을 리가."

"누가 피아노를 쳐?"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거 같다.
"수지가 피아노를 잘 치거든. 넌 같은 반이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
"뭘 봐."
짜증 난다는 듯이 툭 뱉은 내 말에 나는 움찔했다. 어제 읽은 일기장 내용이 떠올랐으니까.
7명과 잘 지내야 살 수 있다라... 꺼지라고 했다가 잘 지내기 위해 이들의 비위를 맞출 생각을 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죽고 말지 뭔 남 비위 맞추기야.
수지는 그들을 지나쳐 교실로 들어갔다.
"같이 가!"
"박지민."
수지에게 가려던 박지민을 부르는 민윤기.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내가 뭘?"
"왜 쟤한테 친한 척하냐고. 전혀 관심도 없던 네가."

"재밌잖아."
"...무슨 소리야."
박지민의 살기 어린 눈빛에 민윤기는 쎄함을 느꼈다.
"발버둥 치는 게 재밌잖아."
박지민은 살짝 미소 지어 보이고는 민윤기를 지나쳐 교실로 향했다.
"저 새끼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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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한수지는 언제나 그랬듯 옥상으로 향했다. 샌드위치를 챙겨서.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나에겐 지금 이 시간이 유일하게 행복한 시간이다.
그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을까. 하늘에서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뭐야..."
언뜻 보니 마치 작은 블랙홀 같은 것이 하늘에 떠있었다. 헛것이 보이는 건가 싶다가도 저 홀에 말려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찝찝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헐린 듯 천천히 난간 쪽으로 다가갔을까.
"한수지!!"
누군가 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자 발걸음을 멈출 수 있었다.

"몇 번을 불렀는데, 대답 한 번을 안 하냐."
"뭐야... 언제..."
"어째 또 난간에 서있다?"
이상하다. 분명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됐고, 김남준이 너..."
"...?"
"너 얼굴."
아. 샌드위치를 먹는다고 마스크를 잠시 벗어 뒀는데, 하필 이렇게 마주칠 줄은 누가 알았겠냐고.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끄라고?"
"...그래."
"그렇게 관심을 달라고 했던 한수지는 어디 갔냐."
"죽었어, 걘."
지금 네가 보고 있는 한수지가 정말 네가 아는 한수지라고 생각해?
"...말하지?"
"뭘."
"왜 그렇게 된 건지."
"이여주나 챙겨. 싫어하는 사람이 맞고 다니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맞았나 보네."
"....."

"넌 늘 티가 나. 네 표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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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한 거 봤어요 :)
정말 감사드려요. 그저 망글이나 다름없는 똥손의 글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