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
[3화]
"그럼 나랑 계약 하나 합시다 이 요괴랑요"
"계약이요?"
남자는 뜬금없이 계약을 하자고 했고, 나는 의문이었다. 이 남자를 4차원적인 남자로 생각은 했지만 갑자기 하자는 계약에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당황스러워 하는 것도 잠시 그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더욱 나를 놀라게 했다.
"내가 그 쪽 살 수 있게 해줄 테니까"
"나랑 같이 갈래요?"
살릴 수 있다고 말한 남자의 말은 더욱 나를 놀라게 했다. 살 수 있게 해준다는 그 말, 여주는 그 말이 거짓된 희망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앞에 있는 남자의 눈은 흔들림이 없었고 또렷했다.
"나랑 계약해요"
짧은 고민도 잠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도 있었지만 눈 앞에 있는 남자의 흔들림 없는 눈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의 끄덕임을 확인한 남자는 방긋 말했다.
"그럼 나랑 계약하는 거예요"
그렇게 말한 남자는 나의 손을 잡고는 입으로 중얼중얼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맞잡고 있던 두 손에서 빛이 나더니 손등에 무언가 나타났다. 남자는 손등에 있던 자국을 보자 "됐다" 라고 말했고, 나는 이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음... 계약 증명서라고 하는 게 맞으려나"
계약 증명서라니 이거 몸에 남는 거였나. 아니 애초에 왜 손에서 큰 빛이 나온 거고 이 자국이 어떻게 갑자기 생겼는지 모든 게 의문투성이였다. 진짜 요괴인 걸까. 남자는 나의 반응을 아는지 아무일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계약에 대해 말해주기 시작했다.
"아무튼 계약 조건은 저랑 목숨을 연결하는거에요."
"뭐 별별 조건도 있긴 한데 같이 다니면서 이야기 해줄게요."
"잠깐 잠깐, 목숨을 연결해요?"
"네 아무것도 없이 죽어가는 사람을 어떻게 살려요"
"쉽게 살릴 수 없죠"
남자의 말대로 목숨 하나 건지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사는 거라도 어디냐고 생각했다.
"그럼 같이 다닐 텐데 통성명이나 해둘까요?"
"저는 최승철이라고 해요"
"최승철" 요괴라는 것 치고는 이름은 사람 이름 같았다.
"저는 신여주에요"
"신여주.. 좋아요, 아무튼 지금은 밤이니까 자고 내일 아침에 출발하죠"
"그리고 이거는 선물이에요"
다름 아닌 승철이 건넨 것은 새 옷이었다. 승철은 지금 입은 옷으로 자기랑 다니다가 감기 걸릴 것 이라고 말했다.
"인간들은 감기 걸리면 많이 아프잖아요"
"어... 고마워요"
승철이 건넨 옷을 받았을 때, 갑자기 잊고 있었던 게 하나 생각났다"
"아 맞다"
"왜요?"
"저희 엄마.. 묻어드리고 와야 하는데"
갑자기 잠시 잊고 있던 현실에 다시 몸이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승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 도와줄게요 갑시다"
순순히 도와주겠다고 했고, 그런 승철의 말에 오랜만에 받는 도움이라 마음이 따뜻했다. 물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엄마 생각에 슬픈 마음도 같이 들었다.
그렇게 승철과 함께 언덕을 내려가 마을로 향했다.
내려간 마을은 여전히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고 어제보다 더욱 더 역한 냄새가 심한 것 같았다. 승철은 걸을 때 마다 인상을 찌푸리더니.
"멀리서 봤던 것 보다 더 심하네요.."
그렇게 걷고 걸어 승철과 집 앞에 도착했고 승철은 도착하자마자 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승철은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가 집 안을 확인하더니 저 멀리 누워있는 엄마를 보고는 무슨 말을 중얼거리는 것 같았지만 너무 목소리가 작게 들려 일까 뭐라고 말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승철과 같이 엄마를 들려고 하는 그때. 승철은 혼자 엄마를 안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저도 같이 들게요!.."
"아니에요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제가 들게요"
"같이 들면 더 힘들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다시 밖으로 나오고 승철은 옆에서 나란히 발걸음을 맞춰주면서 걷다가 입을 열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어.. 글쎄요 아직 생각해둔 곳은 없어서"
그 말에 승철은 고민하는 듯하더니 자기가 생각 해둔 데로 모셔도 되냐고 물었고. 나는 생각해둔 곳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승철을 따라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아까까지 있었던 언덕 나무 밑이었다.
"여기 추억 있는 장소라고 하셔서"
"추억이 있는 곳에 묻어드리는 게 나을 거 같아서요"
승철은 조용히 엄마를 언덕 위에 내려놓아 묻었고 그 모습을 보자 괜스레 다시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승철은 그런 나의 모습을 봤는지 잠시 시간을 주는 듯 나무 뒤로 가서는 사라졌다.
승철의 시점
넓을 들판 펠리시아 마을과 다르게 생기가 넘치는 넓은 들판에 홀로 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인상은 무엇에 화가 난 듯 구겨져 있었고 그의 중얼거리는 소리로 왜 인상이 구겨져 있는지 알 수 있었다.
"
"드디어 호랑이 새끼가 이빨을 들어냈구나"
그렇게 말하며 저 멀리 작은 점에 불과해 보이는 왕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여주의 시점
또 다시 펑펑 울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폈다. 승철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 했다.
"승철씨 아직 안 오셨네.."
그렇게 잠시 언덕 풀밭에 앉아 승철을 기다리기로 했다. 멍하니 앉아 마을을 다시 쳐다봤고 문득 의문이 들었다. 마을도 다 폐허가 되었고, 식물조차도 다 죽었는데 왜 여기 언덕만 풀이 살아있고 나무도 살아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렇게 의문만 가득한 체, 승철을 기다리다 잠에 빠졌다.
그리고 30분 뒤 승철이 다시 나무 밑으로 돌아왔고 잠들어 있는 여주를 발견했다.

"벌써 잠드셨네"
"그럴 만도 하시지.. 눈 보니까 또 한참을 우셨네"
승철은 쭈그려 앉아 여주를 보다가 다시 일어나 옆에 무덤을 쳐다봤다.
"미안해요"
"이 사태가 되기 전에 왔어야 했는데"
"늦어도 너무 늦었네요.."
그리고 저 멀리 밤하늘에서 유난히 밝은 별똥별이 떨어졌고 승철은 잠들어 있는 여주를 그대로 안아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