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요
[4화]
자기도 모르게 여주는 꿈도 꾸지 않은 체 오랜만에 푹 잠이 들었다. 누가 그냥 데려가도 모를 정도로.
그렇게 한참을 꿈에 빠져있을 때 작은 소리였지만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주는 웅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눈을 떴고 눈을 떴을 때는 오랜만에 보는 깨끗한 거리와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자기가 왜 지금 승철에게 안겨 있는지에 대해 사고회로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렇게 당황하며 승철을 쳐다보고 있을 때 승철은 여주가 일어난걸 알았는지 눈을 꿈뻑꿈뻑 뜨고 있는 여주에게 말했다.
"일어났어요?"
"너무 잘 자길래 깨워서 가기는 조금 내가 나쁜 요괴 될 거 같아서"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승철을 보니 할 말을 잃은 여주는 아차 싶어 자기가 걷겠다고 말하며 승철의 품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승철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여기 어디에요?"
"여기는 마르마을이에요"
마르마을 예전에 여주가 엄마에게 들었던 마을 중 하나였다. 마르마을 주변에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있고 특유의 파도 냄새가 인상적이라는게 기억이 났다.
근데 왜 여기로 왔는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승철은 말을 이어 나갔다.
"여기 어때요? 이쁘죠?"
"네.. 이런 풍경 너무 오랜만이라서.. 신기하네요"
"사실 마르마을에 들릴 때가 있어서 온 거긴 한 건데"
"도착하기 전에 잘 일어났네요"
"여기 마을바다가 정말 예쁘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승철은 여주를 데리고 바닷소리가 크게 들리는 곳으로 도착했고 승철은 웃으며 여주에게 아주 예쁜 푸른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여줬다. 여주는 그 바다를 본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너무 예뻐서.
푸른 이 에메랄드빛 파도가 칠 때 마다 더욱 예쁘게 빛이 났다. 그리고 지금 이 풍경을 바쁘게 눈에 담는 여주. 그저 시선이 바다에 고정 된 체 감탄이 나올 뿐이었다.
"우와.. 여기 진짜 이쁘네요"
"그쵸?"
승철은 바다에 푹 빠져버린 여주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픽 웃음이 나왔고 여주가 다 눈에 담을 때 까지 옆에서 같이 바다를 구경했다. 언제나 다시 봐도 똑같이 이쁜 바다에 승철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이 바다를 눈에 담고 있던 여주는 아직 완전하게 담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담았는지 아차 싶어 옆에 있는 승철을 쳐다봤고 승철은 여주에게 웃으며 말했다.
"여기 길 걸으면서도 바다 보여요"
"근데 너무 바다 감상에 빠져버리면 넘어질 수 있으니까 조심하고요"
여주는 알겠다며 말하고는 승철의 옷자락을 잡고는 승철의 옆에서 나란히 걸으며 마을 거리와 바다를 동시에 눈에 담았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지금 쯤 펠리시아 마을에도 그 일이 없었다면 이렇게 예뻤겠지 생각했다. 잠시 든 슬픈 생각이었지만 여주는 지금 여기까지 와서 계속 슬퍼해봤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고는 다시 주변을 열심히 둘러봤다.
그리고 승철은 그런 여주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웃음이 나왔고 잠시 생각하더니 손을 한 번 튕겼다. 그리고 승철의 손에는 큰 소라껍데기 하나가 들려있었다. 여주는 그걸 보고 신기해하며 감탄했다. 역시 요괴는 요괴구나 하면서. 승철은 들으면 안다고 말하면서 소라를 여주의 귀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귀에 가져다 댔던 소라 안에서는 파도 소리가 나며 귀안에서 울려 퍼졌다. 여주는 신기해하며 승철을 쳐다봤고 승철은 그저 웃으면서 "신기하죠?" 라고 말했다. 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와.. 신기해요!"
"소라 안에서 파도 소리가 들린다니.. 저기 파도 소리도 들리는데"
"양쪽으로 들으니까 신기하네요!"
"그래요?.. 저기 저 파도 소리 들려요?"
"네!"
승철은 여주에 말에 살짝 놀란 듯했다. 그 이유는 한 가지 지금 위치에서는 바다가 들리지도 않을 위치니까. 보통 인간이라면 말이다.
요괴인 승철은 청각이 보통 인간들보다 발달해서 아주 희미하게나마 파도소리가 들렸다. 근데 여주도 들린다고 하니 뭔가 의아했다. 그냥 여주가 귀가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는 소라껍데기를 여주에게 주며 거리를 걸었다.
그렇게 걷고 걸어 몇 분 정도 걷고는 어느 한 건물에 도착했다. 건물의 외관은 그냥 보통의 집이었다. 여주는 승철이 아는 요괴 집인가 생각하고는 살짝 긴장을 한 체로 침을 꿀꺽 삼켰고 승철은 문고리를 잡고 건물 안으로 여주를 데리고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간 집은 여주를 놀라게 했다. 분명 바깥에서는 평범한 집이었지만 들어가니 무슨 호화저택처럼 넓고 바닥은 먼지 한 톨 없이 광이 났다. 여주는 입이 떡 벌어지며 감탄했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구경하며 시공간이 뒤틀린 것 처럼 외부와 내부가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싶었다.
"신기하죠?"
"네!.."
승철은 으쓱하면서 여주의 손목을 꼭 잡은 체로 카운터 같은 곳에 도착했고 카운터에는 여기 건물의 이름인 듯
"J accommodation"이라고 되어 있었고 옆에는 침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카운터 안쪽을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한 사람의 뒤통수가 보였고 그 사람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뒤를 돌았다.

"어서 오세ㅇ.."
"뭐야 최승철이잖아"
"되게 빨리 왔네 쉬다가 올 줄 알았는데"
그 사람 아니 그 남자는 승철을 보고는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했고 그 남자의 얼굴은 솔직히 너무 잘생겼다. 처음에 승철을 보고 승철이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웃고 있는 이 사람도 승철만큼 자기 이목구비를 자랑했다.
"어 일이 있어서 조금 빨리 왔어"
"일이라니 그나저나 옆에는.."
그 남자는 이제 여주를 봤는지 여주를 보고는 흠칫 놀라며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는 아까와 다르게 목소리 톤을 높이며 승철에게 한 소리를 했다.
"야 너 최ㅅ.. 아니 에스쿱스 너 인간을 데리고 오면 어떡해??!"
"야야 목소리 낮춰!!.."
그리고 그 남자의 큰 목소리를 들은 승철은 놀라며 그 남자에게 목소리 크기를 낮추라고 말하며 주변 눈치를 보는 듯했다. 주변에서는 큰 목소리 때문에 여기를 쳐다보는 듯했고 그 소리친 남자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진정하는 듯했다. 그나저나 저 남자도 "인간"이라고 말하는 거를 보니 요괴 인 듯 했다. 뭐 여기 이 공간에 있다는 것 부터 인간은 아닌 거 같긴 했지만. 승철은 진정한 그 남자를 보고는 자기도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사정이 있어서 그래"
"며칠만 있을게"
"한 1~2일 정도?"
"응? 오랜만에 놀러 왔는데 이번만 봐줘라"
승철은 해맑게 웃으며 손을 뻗어 마법으로 카운터에 있는 남자의 뒤에 있는 키 하나를 끌고 오더니 키를 손에 쥐고는 여주의 손을 다시 꼭 잡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카운터에 남은 그 남자는 분명 웃는 표정이었지만 열이 뻗친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하.. 최승철 저 고집탱이 알아줘야 한다니까.."
"아주 지 멋대로지 멋대로야"
그렇게 승철과 여주는 방 앞에 섰고 곧장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여주의 눈높이에 눈을 맞춰 입을 열었다.
"여주씨 제 말 잘 들어요"
"만약에라도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되지만"
"제가 없을 때 누군가가 이 방에 들어오려고 하면 절대 문 열어주지 마요"
"그게 제 목소리라고 해도 절대 열어주면 안 돼요"
"알겠죠?"
여주는 진지한 승철의 표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승철은 안심하며 "그럼 됐어요!"
라는 말과 함께 소파에 엎어졌고 고개만 빼꼼 내밀어 여주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근데 여주씨 저 질문 하나만 해도 돼요?"
"뭔데요?"
"여주씨는 어릴 때 어머니께서 특히 조심하라는 말씀 하신 적 있으세요?"
"음..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요?"
승철은 여주의 대답을 듣고는 중얼중얼 "내가 잘 못 아는 건가" 라고 말하고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게 둘은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창문 앞 의자에 앉아 풍경을 보다 어느새 하늘이 어둑해졌고, 여주는 승철과 이야기하다 의자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승철은 여주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자꾸 이런 곳에서 잠들면 안 되는데"
그렇게 말하고는 여주를 안아 들어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는 "잘 자요"라는 말과 함께 숙소 현관 쪽으로 가 무슨 마법을 쓰고는 숙소 방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은 카운터. 거기에는 아까 그 남자가 아직도 서 있었다. 그 남자는 승철을 보자마자 표정이 싹 바뀌며 한 대 때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승철은 간신히 진정시키며 아까 여주에게 물어봤던 것에 관해서 물어보기 시작했다.
"정한아 나 궁금한 거 있어서 그러는데"
"뭔데"
"너 반요에 대해서 알아?"
승철의 입에서 나온 건 다름 아닌 반요. 예전에 반요에 대해 들은 것이 있었지만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아 그나마 이런 대에 지식이 있는 정한에게 물어봤다.
"반요?"
"음 어느 정도는 알지"
정한의 말로는 "반요"는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지 꽤 된 종족이고 보통 인간과 요괴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종족이라는 것. 그리고 반요는 그냥 있을 때는 인간과 다름 없지만 피를 흘린다면 요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매혹적인 존재가 된다. 즉 반요의 피는 요괴들에게는 빠져나올 수 없는 늪과 같은 것이라는 말이다.
"근데 뭐 반요는 세상에서 사라진 지는 꽤 됐잖아"
"그치.. 내가 그냥 잘 못 본 건가"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승철과 정한은 안부 대화부터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갑자기 승철의 표정이 싹 굳어졌다. 그 표정을 본 정한은 왜 그러냐는 얼굴로 승철을 쳐다봤고 승철은 헛웃음을 짓고는 단 한마디와 함께 빠른 속도로 계단으로 향했다.
"어떤 쥐 새끼가 들어오면 안 될 곳에 발을 들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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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러시아어로 "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