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후회가 먹고 싶었다

𝑰𝑰.





무거운 공기가 맴도는 회의실. 그 한가운데의 자리에 앉아있는 주인공은 눈이 텅 비어있었다. 쥐고 있는 자료 사진을 보고선 곧이어 헛웃음을 내뱉더니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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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저 사진 몇 장으로 절 쫓아내려는 건가요?


사진들이 공중에 떠오르는 동시에 40대 중년의 남자는 책상을 쿵 치고 그녀를 노려봤다. 상황 파악 잘 해. 하여주. 묵직한 저음에 하여주라 불리는 여자는 아랫입술을 이빨로 짓눌렀다.


"센터장님. 저 사진에 있는 이는 누가 봐도 센티넬 하여주입니다."
"저기요. 내가 아니라고 하잖아!"
"정숙하세요. 하여주 씨."
"참나. 이젠 센티넬도 안 붙이네?"


분위기는 살벌해졌고 끝내 센터장이 싸움과 동시에 회의마저 중지시켰다.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여주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걸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여주가 거칠게 문을 박차고 나갔을 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남자가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보고 있었다. 쿵. 쿵. 심장소리가 귀까지 들려온다. 저 차가운 눈빛을 마지막으로 본 게 첫 만남 때였는데. 지금은 첫 만남보다 못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


"하여주."
"...."
"여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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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윤기."
"... 역겨워. 아무렇지 않게 내 가이딩 받아먹은 거."
"...."
"왜 그랬어."
"야."
"왜. 왜, 왜 그랬냐고! 왜!!!"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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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왜 그랬어...."


아직 나인 거 확정 안 났어. 너 맘대로 단정 짓지 마. 그 눈으로. 상처받은듯한 눈으로 보지 말라고.

원망. 증오. 그 사이에 보이는 허무감과 상실감. 윤기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며 마침내, 맑고 투명한 눈물이 바닥에 자국으로 남았다.


"... 잘 들어 민윤기."


"나 아니고, 아닐 거야. 절대."


그러니까.


"... 나 버리지 마."
"버리지 말고, 포기하지도 마."


단호했지만 애절한 말이 복도를 가득 채우다 흔적 없이 사라졌다. 윤기는 소리 하나 없이 울다가 여주에게 등을 보였다. 그의 뒷모습이 흐릿하게 시야에서 사라지고, 여주는 털썩 주저앉아 윤기가 울었던 것처럼 울었다.

소리 없이.

그저 단 하나의 소리 없이.




_



센터. 반정부.


극과 극인 곳.


그곳은 어디이고, 무엇이며, 무엇을 하는지. 모든 것이 달랐다.

센터는 센티넬들과 가이드들의 힘으로 사회를 이끌어갔다면 반정부는 그 사회를 어지럽혔다. 이들의 뜻은 일절 달랐기에, 몇 년 전부터 큰 다툼이 일어나곤 했다.

그 때문에 센터는 그 어느 정보도 일절 새어나가지 않게 주의했다. 지나가는 곳곳마다 감시 의원, 카메라가 있는 건 기본으로 가이딩 팔찌에 위치 추적까지 달아놓았다. 그럼으로 안전할 줄 알았지만, 하여주라는 센티널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어릴 때부터 센터에서 자라온 여주는 그 누구보다 센터를 꿰뚫고 있었고, 이그노어라는 희귀 능력에 무적이었던 그녀는 종종 반정부 의심자가 나타날 때마다 첫 번째로 불려가 제일 먼저 나왔다. 자신의 능력을 알아 센터장의 지시 아래에서만, 꼭두각시처럼 움직였기에 불려갈 때마다 수상한 움직임이 없는걸 확인받고 유유히 숙소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달랐다.

24시간 동안 모든 걸 포착하는 감시 카메라에 누군가 외부인에게 의문에 USB를 건네는 장면이 찍혀 늦은 새벽에 사이렌이 울렸다.

장면에는 멀리서 봐도 영락없는 여주가 찍혀있었고 하필이면 저 날 여주 소속 팀의 가이딩 팔찌를 수거해 수리한 날이라 그녀가 아니라는 증명도, 맞는다는 증명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에 센터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려 했던 반정부 소탕 작전이 들통나며 하여주라는 프로필 위해 커다란 반정부 의심 도장이 찍혔다.


"... 설마. 저 사람이 나일 거라고 의심하는 거입니까?"
"...."
"하하... 센터장님. 센터장님은 적어도 그러면 안 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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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당신을 얼마나 따랐는데."
"S급 이그노어 센티넬 하여주."
"센터장님."
"오늘부로 그대는,"
"내 말 안 끝났어."
"회의 때를 제외하고 숙소 외 외출을 금한다."


그 말이 끝마침과 동시에 여주가 자신이 앉고 있던 의자를 집어 들어 센터장 뒤에 있던 유리 창문을 향해 힘껏 던졌다. 날카로운 소리가 센터장실의 문을 꿰뚫고 경호원들의 귀까지 들려왔다.


"내가, 내가 없으면 우리 팀은?"
"하여주."
"리더인 내가 활동을 못하면 우리 팀은 어떡해? 응?"
"...."
"내, 내 말만. 오롯 내 말만 의지하는 저 아이들은 어떡하냐고."
"... 허락받았다."
"... 뭐?"
"팀원 5명. 널 제외하면 4명에게, 널 잠시 활동 중지 시키는 거에 동의 여부를 물었고 동의했다."
"...."


그날 뒤로. 여주는 숙소로 돌아가, 그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섭섭함이 너무 컸던 탓이었지만, 그 행동에 오해의 폭풍을 불러왔다.

팀원들은 그녀가 방에 스스로를 가두자 오해, 의심에서 확신으로 바뀌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서로 마주치지 않아 차가운 공기만이 숙소에 머물렀고 회의가 있던 말. 우연히 여주가 윤기를 마주쳤을 땐.


"왜. 왜, 왜 그랬냐고! 왜!!!"


너무나도.

방치되어 감정이 썩어버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