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후회가 먹고 싶었다

𝑰𝑽.





하여주.


이그노어 센티넬 하여주에게 1년 형을 처한다.


회의가 막을 내리며 철컥, 하고 차가운 쇠 팔찌가 여주의 손목을 감쌌다. 그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눈동자. 알 수 없는 색으로 뒤섞인 수채화 물감처럼 눈동자는 색은 탁했다. 띡.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손목이 저릿해졌다. 센티널의 폭주와 반항을 막기 위해 특수 제작된 수갑.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던 것이, 막상 제 손목에 채워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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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버려졌다는 걸 실감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회의실에서 멀어질수록 여주의 고개가, 시선이 땅을 향해갔다. 현실을 잊고 싶었다.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었다. 버려졌다니, 감옥에 들어간다니. 자신에게 향한 차가운 비난들을 들을 자신감을, 그녀는 잃었다.


그 당당하던 하여주는 잃어버렸다.


센터는 하여주 잃었다.















덩그러니 불빛 하나 비친 차갑다면 차갑고 쓸쓸하면 쓸쓸할 공간. 홀로그램 보호막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여주가 갇혀있는 곳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텅 비고 공허한. 분명 숙소 방보다 좁은 공간임에도 퍽 넓게 느껴진다.

야위다. 여주를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 딱 맞는 단어. 구석에 식량이 쌓여있음에도 그 어느 곳에도 먹은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다.


"...."


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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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버리면."


누가 슬퍼해줄까.


엄마. 아빠. 나는 말이야. 엄마 아빠처럼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었어. 피 하나 안 섞인 우리가 서로 의지했던 것처럼. 얼굴도 모르던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어. 근데, 지금 막상 생각하니까. 내 욕심이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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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도와주려다, 다 잃게 생겼네.

욕심 좀 작작 부릴걸.



오늘따라 유독 보고 싶은 얼굴. 여주는 흐느꼈다. 말라버린 눈물 없이, 끅끅 흐느끼며 고개를 묻었다.



"... 왜 울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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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잘했다고."
"정국, 정국아."


서글픈 얼굴. 상처받은 목소리. 저벅저벅 느릿하게 여주를 향해 걸어오던 정국은 두 발자국만 가도 닿을 거리쯤에서 멈춰 섰다.


"누나가 나 처음 만났을 때, 뭐라 했더라."
"...."
"울면, 좋을 거 없다고."
"...."
"반정부 때문에 아까운 눈물 흘리지 말라고."
"정국,"
"그럼 반정부가 센터 때문에 우는 건 뭐야."
"...."


확신에 찬 목소리. 여주의 숨이 목에 턱 막혔다. 홀로그램 반대편에 주저앉아있는 여주가, 배신감에 가득 찬 정국의 눈동자에 일렁인다.


"내가, 미래를 봤었어."
"...."
"그리고, 거기에."
"...."
"거기에...."
"정국아,"
"... 반정부 소굴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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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환하게 웃고 있었어.


쿵. 여주의 두 손바닥이 보호막에 부딪쳤다. 거친 숨을 내쉬며 보호막을 쿵쿵 두들기는 여주. 고개를 세차게 젓는 그녀의 정국은 눈물을 도르륵 흘리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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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캤어. 우리 팀 정보."
"아, 아니야."
"우리 팀을 어디까지 끌어내릴 셈이야."
"정국아,"
"어디까지 최악이 될 셈이야."


여주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구자 허탈한 표정의 그는 자신의 목을 향해 손짓했고, 곧이어 붉은 피가 후드득 떨어지는 동시에 뚝 끊어진 목걸이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바닥에 떨어진 액체를 발견한 여주는 놀라 고개를 번뜩 올렸다.

목에 깊게 생긴, 칼에 베인 듯한 상처. 뚝뚝 떨어지는 피를 뒤로하고 정국은 바닥에 처참히 떨어진 목걸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 목걸이가 8년 동안 내 목에 있었다는 게 끔찍해."
"전정국!"
"얼마나, 우스웠을까."
"상처, 상처부터 치료,"
"그만해."
"...."
"착한 척 그만해."


다 그만해.

센티넬이든, 리더든, 반정부든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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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 그만해 누나.


바닥에 계속해 떨어지는 피가 점점 웅덩이를 만들어간다. 이렇게 두다간, 상황이 악화될 걸 인지한 여주는 어떻게든 이곳에 이목을 끌어 그를 치료해야 했다. 하지만 텅 빈 곳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를 제 발로 이곳을 떠나게 하는 방법 말곤.

... 그를 제 발로 이곳에서 떠나게 하면 된다.


"... 꺼져."
"...."
"꺼지라고.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
"그래."
"...."
"... 갈게."


정국 아랫입술을 짓누르다 뒤돌았고 멀어졌다. 인영이 흐릿해질 때쯤 경비원들이 그를 부축해 치료실로 이끌었다. 그래. 잘했어. 잘한 거야.


잘한 거야 하여주.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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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