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색. 옅고 힘없는 숨소리만이 큰 공간을 매웠다. 불규칙적인 생활 덕인지, 햇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감옥 덕인지. 지금 밖에 해가 떠있는지, 져있는지도 모르는 여주는 햇빛보단 가깝지만 밝지 못한 조명 하나에 의지한 채 버텼다.
정국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며칠이 지났는지도 일절 모르겠다. 그저 제 팀원들이 그리울 뿐. 팀원들 생각에 감정이 욱했지만 비쩍 말라버린 눈물은 나올 생각이 없었다.
"...."
밥은 잘 먹을지. 가이딩은 잘 받고 있을지. 그녀의 머릿속엔 매번 팀원이 먼저였다. 배에 칼이 박혀 생사를 넘나들 때도, 폭주 때문에 무의식 상태에 빠질 때도, 항상 여주의 머릿속엔,
민윤기. 김남준. 정호석. 전정국.
이들이 먼저였다.
"... 여주야."

"...!"
힘없이 축 늘어져있던 몸의 상체가 빠르게 위로 튀어 올랐다. 저만치, 감옥 밖엔 그립고 익숙한 얼굴이 비쳤다. 여주야. 하여주야. 이름이 반복될수록 여주의 발걸음이 다급해졌다. 쿵. 그녀의 손바닥이 홀로그램 벽에 닿았다.

"너, 너 왜 이렇게 야위었어."
"호석, 호석아."
"... 응. 나 여기있어."
"호석,아..."
달랐다. 아니, 다르다.
호석의 눈빛은 모두와 달랐다. 원망. 증오. 그 사이에 보이는 허무감과 상실감 대신 걱정의 반복.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제 이름을 부르는 호석에 여주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손을 두들겼다.
"내가 지금 증거 모으고 있거든?"
"...."
"조금만, 조금만 기다리면 내가 거기서 꺼내줄게."
"...."
"그러니까 제발."
살아. 건강한 모습으로 나와야지. 응?
퍽 오랜만인 따뜻한 투에 여주는 서글프게 웃으며 미소를 보였다. 호석은 벽에 이마를 맞대고 걱정 몇 마디를 뱉은 뒤, 뒤돌아 자신이 걸어온 곳으로 돌아갔다.
"...."
여주야. 건강해.
그래야.
우리가 널 거둬.
"최상의 컨디션, 건강 상태로 하여주를 데리고 와야 해."
"그게 너의 첫 임무야."

딱, 적당히 상처받고.
적당히 아프면 돼.
"... 형."
"왜."
"... 보고 싶어요."
"...."

"미치도록 외면했는데, 너무 보고 싶어요."
한껏 내려앉은 숙소 분위기.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수 있었다. 미워해야 해도 미워하지 못할 존재. 악감정으로 밀어내도 결국 다시 찾게 되는 그런 존재. 인생에 가장 긴 터널을 걸을 때에 자신의 걸음을 더 빨리 딛도록 도와준 존재.
하여주라는 존재가 모두에게 깊었던 만큼 배신감이라는 칼에 베여 난 상처의 깊이도 깊었으며 아물기도 전에 원망이라는, 알맞지도 않는 약을 덧바르기 바빴다.
"외면은,"
"...."

"누가 먼저 했더라."
차게 식은 호석의 목소리가 숙소를 매웠다. 하지만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지. 생긋 웃으며 제 앞에 놓여있는 펜촉을 툭툭 건드렸다. 한번, 두 번. 하루, 이틀. ... 일곱 번. 일주일.
"여주 실려갔어."
"...뭐?"
"영양실조로 실려갔다고."
"...."
"남준아."

"일어나서 뭐 하게. 찾으러 가게?"
뭐, 그럴 자격은 있고?
몸 회복까지 센티넬이 필요한 시간. 일주일.
"가봐. 여주가 참 좋아하겠다."
이 시간 내에 모든 걸 틀어놔야 한다.
호석은 의자에서 일어나 느릿하게. 우뚝 서있는 남준에게 걸어가 자신이 쥐고 있던 펜을 쥐여줬다. 그리움에 잠식된 눈동자. 어쩜 그녀랑 일절 같은지. 하지만 그는 저 눈이 맘에 들지 못했다. 그리움보단, 혐오가 어울려야 할 눈. 그렇게 바뀌어야 할 눈.
여주, 실려가면서 나한테 한 말이 뭔 줄 알아? 호석은 남준과 눈을 마주치려 고개를 치켜들었지만 남준은 되려 그의 눈을 피했다. 당연한 행동이었다. 호석의 능력은 시섬이었으니까. 아무도 그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여주를 제외하고. 그 이유인지, 호석은 거짓말을 해도 감추기 참 쉬웠다.
"정보 좀 더 알려달래."
"...."
"넌 내 편이니까. 우리 팀 정보 조금만 더 넘겨달래."
거짓말.
"... 미친년."
새빨간 거짓말임에도.
그 능력 덕에 속아 넘어가는.

"결국 다 진짜였구나."
힘없는.
"...."
멍청이들은. 속이기 참 쉬웠다.





7년이면.

충분하잖아. 여주야.
분주한 이곳.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반정부 소굴이었다. 센터에 있는 센티넬, 가이드들의 숫자보단 적었지만, 등급은 A급 이상으로만 존재하는 곳. Code : J라는 이름의 메시지를 받은 후로 모두가 하나같이 하얀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여주의 신상을 확인했다.
큰 모니터에 박혀있는 여주의 신상. 기본적인 이름부터 생년월일. 신체정보까지. 그리고 그 옆엔 그녀의 팀원들의 정보가 나열돼있었다.
"... 카피얼 불러와봐."
모니터 한 중간에서 모든 것을 지위하던 남자가 카피얼을 호출했다. 그 옆에 서 있던 여자는 고개만 살짝 까딱인 후 뒤돌아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얼마 안 돼 하얀 마스크를 착용한 남자가 무미건조한 얼굴로 짧은 목례를 건넸다.
"S급 카피얼."
"...."
"이번 작전에 있어 네가 제일 중요해."
"네. 알고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하도록. 카피... 아니."

"...."
김태형.
기대하겠다.
"오랜만에 주인공이네."

"...."
"에이. 장난."
이 새끼는 장난을 몰라. 하얀 마스크는 한 쪽에 밀어둔 태형은 주인공이라는 지민의 말에 살벌한 눈으로 그를 내려봤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시선을 거뒀고 방금 전 사진을 머릿속으로 더듬었다.
익숙하다.

"그래."
어디서 본 듯, 미치도록 익숙하다.

"와, 얘 팀 장난 없다. 라인만 보면 우리 특수팀인데?"
석진의 목소리에 태형의 시선이 자연스레 움직였다. 방금 미처 확인 못한 타깃의 팀원. 김남준. 민윤기. 전정국.

아 그래 전정국.
걔 미래로 봤구나.
익숙함에 출처를 알아낸 그는 미련 없이 팀원 목록에서 시선을 뗐다. 그리고 힘없이 침대에 축 늘어져 손으로 눈을 가렸다.
아 귀찮다.
저 마지막 말로 그는 잠에 빠졌다.

김석진
S급 빙결 & S급 워터 마스터

정호석
SS급 시섬 & A급 염력

박지민
S급 순간이동 & S급 프로텍터

김태형
SS급 카피얼 & B급 가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