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주택가 사이로 타이어 소리만이 들려온다.
"도착했습니다 회장님, 아 아니죠 전무님이라고 해야하는걸 매번 깜빡하네요."
"우리 둘끼리는 괜찮지 않나요? 업무 시간도 지났는데 말이죠 평소처럼 하세요 김비서"
"아 우리 회장님 장난이 많이 늘으셨네 공식적으로 이 차에서 내리실때까지가 업무시간입니다. 저희 지킬건 지키기로 했지 않았습니까"
"반말 쓰세요 그게 내가 편하니깐."
"그건좀 힘들것 같네요"
어두운 실내 너머로 실루엣이 뒤를 돈다.
"그건 그렇고 김비서님 요즘 공부는 어떻게 잘 되가는겁니까? 부족한점이나 불편한점은 따로 없고요?"
"회장님 덕에 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거 있음 저한테 말해요 내가 다해줄테니깐 건물 입주는 마친거죠?"
"마침 어제 끝냈습니다. 이제 그만 가셔야죠 회장님 시간이 늦었습니다."
"이제 막 해지는데요? 좀만 놀다가 가요 할말도 있고 해서 그럽니다 제가"
머뭇거리는 두 어깨
"아 이건 부탁 아닙니다 김비서님, 야근에 대한 추가 수당은 저번에 사고싶다 말씀하셨던 차로 해결하죠 저한테 딱 3시간만 주시면 되요."
거대한 철문 안으로 언뜻보기에도 수십억을 호가할듯한 조경수가 일몰을 담은 연못을 둘러싸고 있다. 순백색의 저택을 물들이는 붉은빛이 눈을 가득채우는 순간, 전생의 지하수 흐르던 반지하는 어느새 흐릿해지고 위풍당당하게 쏫아오른 그 자태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형?"
"아 어어 가"
띠리리 어디에서나 똑같은 그 익숙한 소리와 함께 풍겨오는 향긋한 향기가 코를 맴돈다.
어두운 집안 기다란 복도 밑으로 흐릿한 전등만이 바닥을 비춘다. 한걸음 한걸을 걸을때마다 따라 켜지는 조명, 드라마에서나 보던 풍경이 펼쳐진다."
"밍젤 아 아니 민주양한테 왜 그런얘기를 한거야 형"
"믿었거든 아니 믿어야 했거든 위즈원과 아이즈원에 대한 그 애정을."
"애정이라니?"
"해체한 그룹 손봐서 재결합 하는게 쉬운거 아닌거 알잖아 지금 이거 하고 있는건 아이즈원이랑 그 팬덤 사이의 유대감, 믿음, 추억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구매력, 즉 수익성을 얻기 위함이야. 위즈원? 넌 무엇을 감수하더라도 데려오고 싶겠지만 기업은 항상 손익을 판단해야 한다는건 알거야"
"알아 알아서 더 힘들어 나 두 자아가 있는 기분이랄까 요즘은 진짜 김비서와 김성학이 다른 사람 같애"
"아까 김비서 김민주양 보더니 아주 헤벌레 해져서 넋놓던데? 우리 프로 김비서가 말야 넌 항상 같아 예전의 너도, 지금의 너도, 김비서도, 김성학도 그리고 앞으로도
뭘 좋다고 그렇게 실실대 다 별로라는 뜻이야"
"다 좋으면서 아닌척은 내가 형을 몰라?"
"아닌데에"
시원한 온도의 냉장실 그 안을 가득채운 붉은색의 병들이 반짝인다.
"디 아르마 쉬라즈? 처음 들어보는데? 카스는 아는데"
"어린건 몰라도 된다 어른이 따라주면 넙죽 마셔 그냥"
투명한 유라잔을 가득 채우는 붉은색의 와인,
"그래서 좋아 김민주양 만나서?"
"진짜 너무 이쁘지 않아? 김민주가 밍젤이라고 불리거든? 그게 김민주 엔젤 해서 밍젤이란 말이야 근데 진짜 그게 맞는거 깉애 만약 날개 없는 천사가 지상에 강림하면 그 모습이 딱 저럴거야 진짜"
"이쁘긴 하더라 확실히"
"그치!! 엄청 이쁘지 맘씨도 얼마나 착한데 어? 그냥 천사가 맞다니깐?"
"그래 그래 맞아 너 다해 뭐 민주양 담당부서로 보직해임 시켜줘?"
"진짜? 진짜 그래줄거야? 나 진짜 잘할수 있어 장담할께 나 제발 짤라줘"
"어휴 내가 뭔 말을 더하니 그냥 마셔라"
이어서 눈앞에 놓이는 한 화면
《공식 입장문》
1.위즈원은 12인조 걸그룹 아이즈원의 팬이며........
"위즈원은 아직 건재해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평프라는 펀딩을 통해 32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치로 그 구매력을 입증한바 있고 이 그룹 살려내는 선택은 우리 회사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가장 성공적인 결정일거야"
"그건 때가 되면 알겠지 그리고 다음 컨택은 아마 리더쉽이 될거 같다."
"리...리더쉽? 그 많고 많은 소속사중에 굳이 거기?"
"힘든 협상이 될거 같다. 아마 편볍을 좀 많이 써야겠어 이번건은"
"일단 딴데부터 하면 안돼? KM,례이화,바닐라룸,엘림 뭐 많잖아 왜 굳이 거기야 걔네 절대 설득 못해 애초에 걔네때문에 지금 이렇게 하나하나 갈라진건데 다 협상끝내고 협박성있게 가는게 맞아 걔네는 "
"내 선택을 믿어줘봐 뭐 그전에 너 도움도 좀 필요하고 그쪽 회사대표쪽 뒷조사좀 해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뭐 이것저것 걸리는게 많다던데"
품에서 꺼내드는 폰에 눌리는 번호소리 그리고 잠시 이어지는 연결음 소리끝에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가 반갑게 인사한다.
"넵 실장님 오랜만입니다. 넵넵 부탁드릴께 있어서요. 넵 리더십 여세기 대표 넵 항상 그랬던것처럼 구린걸로, 목줄 잡을만한걸로 부탁드립니다. 넵넵 그럼 담에 한번 뵙죠 밥한끼 사겠습니다."
"그리고 언론에다가도 살짝 흘려줘 이번에 있었던 확진건이랑 전 아이돌 수납까지 해서 같이 터트려보고. 그리고 윗쪽 인사들한테 미팅 좋은데로 잡아놓고 박카스박스 여러개 챙겨드려 그쪽도 먹는게 있어야 놓고 떨어지지"
어느새 비워진 잔에 포도주가 다시 담긴다.
"위즈원 커뮤니티쪽에도 정보좀 흘려서 지지좀 받아놓고 마지막으로 멤버들이랑 접촉해서 참여 계약서 확보하는것까지 동시에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보자고"
"전쟁을 벌일셈이야? 이렇게 크게 벌리는게 맞는지 모르겠어 난"
"내 말 듣고 실패한적 없잖아 이번도 믿어봐"
일어서는 그
"아 할일이 갑자기 생겨서 그런지 술이 확 깨네 어휴 술맛 없어 무슨 다 일얘기야 그냥 나 먼저 가본다. 차는 우리건물 주차장에 세워놔 이쁘게 몰아줄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