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쿠쿠안
"오랜만에 뵙습니다."
고급정장의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품위있게 손을 맞잡은다
"오랜만이네요 백이사님 요즘 한창 바쁘신 분이 어쩐일로 저를"
"천이사님 얼굴도 뵙고 맛있는 식사도 하고 겸사겸사 아니겠습니까 자자 간만에 술한잔 올리겠습니다"
도자기 잔에서 쪼르르 흐르는 투명한 액체가 청량한 소리를 내며 차오른다.
"요즘 경기가 영 아닙니다 천이사님"
"이번에 양키놈들이 또 금리를 올려서 말입니다. 회사 분위기가 영 아니에요."
"걱정이 저희같은 중소기업만 하겠습니까 국내 플랫폼계 굴지의 선두주자인데 곧 회복할겁니다."
"wo그룹이 중소? 지나가는 개가 웃겠어요 백이사님 농담이 못본사이 느셨습니다"
"고작 회사 대여섯개 깨작되는 수준인데요. 이정도면 지나가던 개도 비웃습니다."
윤기 흐르는 참치조림이 으스러진다.
"이 집 맛있네요 그래서 저를 부른게 고작 요즘 시국 얘기하자고 부른건 아닐테고 리더쉽 넘겨주시죠 뭐 이런거겠죠?"
아무생각 없어보이던 눈이 날카롭게 벼려진다.
"역시 이사님한테는 솔직한게 최선인가 봅니다. 어떻게 제 맘을 그리 잘 아시는지 매번 놀라울 지경이에요 이쯤 되면"
타닥타닥, 가볍게 탁자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사실 뭐 뻔하긴 하죠 이번에 프로젝트 하나 크게 하신다고 이쪽 업계에 소문이 자자합니다 아주"
"발 없는 말이 천리길을 간다고 역시 세상에서 제일 빠른건 소문 흘러가는거군요"
"이번건 백이사님답지 않은 선택입니다 제가 보기엔요 너무 감정적으로 성급히 하셨어요"
"그 고견 혹시 들어볼수 있겠습니까"
"지금 회사 두개를 척질 준비를 하셔야하는겁니다 이사님은 국내 엔터계의 보고인 st엔터 그리고 아까 말씀하셨던 리더쉽이라는 이름뒤에 굳건히 서있는 플랫폼계 굴지의 선두주자. 각 업계 1순위를 점거한 두 대기업과 벌이는 혈투가 될거란 말입니다."
"후자를 지금 어떻게든 떼어내려고 제가 여기 앉아있는거 아니겠습니까"
비워진 잔 위로 다시 물이 차오른다.
"그거에 대해서는 제가 어찌 해드릴바가 없습니다. 명분 자체에서 밀려서요. 당장 장원영양이랑 안유진양 이 둘만 해도 당장 다음세대 연예계의 중심이 될 친구들인데 넘긴다는거 자체가 어불성설 아니겠습니까 그 둘만 빼고 나머지를 준다 해도 힘들거래에 그 둘을 달라하면 내가 뭐 해줄수 있는게 없어요 백 이사님"
"천이사님께 부탁드릴점은 그저 물이 들어올때 노를 저어달란겁니다. 깔려진 판에서 그저 굴려주시기만 하면 되는거죠."
"일이 쉽진 않을겁니다 요즘 본사가 그 나라 문화정책으로 뒤집혀서 말입니다."
책상 위로 올라오는 사과박스
"다 합해서 큰걸로 5장 정도 됩니다. 일이 안풀렸을때는 저희쪽 회사로 빼드릴수도 있고요"
"이거 이번에도 신세좀 지겠슴니다 백이사"
"제가 감사드려야할입니다 그런말 마시죠"
"알겠습니다 그럼 나 먼저 일어나보죠 이만 워낙 일이 바빠서"
끼익 탁 닫히는 문 너머로 그림자가 흐릿해진다.
"이제 들어와도 되요 김비서"
"어떻게 됬습니까"
"저 능구렁이 같은 인간 돈은 돈대로 받아먹고 자기 살길을 열어놓는게 역시 남달라요 아주"
"저런 사람들이랑 상종하지 말라고 배웠습니다."
"삼인지행 필유아사라고들 하죠 셋이서 길을 가다보면 그중 하나는 스승격인 사람이다라고 저런 사람들한테도 배울점이 있는법입니다."
"저렇게 되면 안되겠다는걸요 확실히 배웠네요. 그거 하나 배울려고 5억은 너무 아까운거 아닙니까?"
"받아먹은놈 성 못낸다고 우린 지금 쿠쿠안의 기둥의 목줄을 휘어잡은겁니다. 그값으로 5억은 나쁘지 않죠 그래서 뒷조사랑 언론은 어떻게 된겁니까"
"뒷조사는 끝나고 자료는 잘 정리해서 집무실에 놔주었습니다. 언론보도자료도 완성 바로 전단계이고요. 이제 터트릴일만 남았습니다."
"그럼 일단 본사로 가죠 이제 슬슬 시작해보죠"
(추신. 쿠쿠안은 리더쉽 지분의 약 60%를 소유해 실질적 대주주로써 경영권을 행사합니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현재 국내 최대 크기의 플랫폼을 운영중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