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책임져요, 대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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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책임져요, 대리님








"뭐야, 오늘은 또 표정이 왜 그러냐?"

"정여주인가 뭔가하는 사람한테 차였냐?"

"야, 김태형. 말 좀 해봐."

"...민윤기... 오늘 김석진, 김석진 만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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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김석진을 만났다고??"





나와 같이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한 김석진. 난 찐따로, 김석진은 존잘로. 얼굴도 잘생겼고, 비율도 좋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아 한 때 내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한 때였고, 양아치로도 유명했지. 날 괴롭히는 게 김석진이었으니까_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회사 앞 카페 알바하고 있더라고."

"꼴 좋다, 너 잘난 모습 보니까 배 아파 죽겠네?ㅋㅋ"

"..시바알... 차라리 나한테만 지랄하면 모르겠는데, 그 새끼 정여주한테 지랄한다고.."

"?? 미친 거 아니야? 감히 예비 형수님을?!??"

"..예비 형수라니..."

"...시발. 얼굴 빨개지지 마라, 토나와."





김태형의 하나 뿐인 친구(?) 민윤기. 고딩 때 유일하게 곁에 남아준 생명의 은인같은 존재였다. 민윤기도 당연히 정여주의 존재를 알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멀어지고 싶은 것도, 나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민윤기다.





"그 새끼가 지랄염병 떠는 게 싫으면 너가 먼저 가지던가."

"지가 좋다면서 지가 멀어지자는 건 무슨 심보냐, 병아."

"..넌 내 과거를 알면서도 그렇게 얘기하냐?"

"답답해서 그런다, 답답해서."

"솔직히 어떤 사람이 외적인 모습을 안 보냐."

"과거엔 너가 뚱뚱해서 안왔다면, 지금은 너가 잘생겨서 사람들이 다가오잖아."

"어쩔 수 없어, 이게 현실인데."

"너 지금은 잘생겼잖아, 능력도 좋고. 뭐가 문젠데 형수를 차?"





안다, 나도 잘 안다. 나도 그렇듯이 모든 사람들은 속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있다. '아, 쟤는 뚱뚱해서 별로네.' '저 사람 진짜 잘생겼다.' 등등 남들이 하는 평가가 싫으면서 남들의 시선에 맞추어 가는 게 나도 싫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뚱뚱해지고 못생겨져도 좋아해줄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을 찾고 싶다. 너무 큰 욕심인 거 알지만 그런 사람이랑 만나는 게 진정한 사랑 아닐까?





"난 너에게 해줄 말이 없다."

"너가 싫다는데 뭐 어떡하냐."

"형수님이랑 멀어지고 싶으면 멀어지고, 김석진한테 가는 게 싫으면 먼저 잡고."

"근데 사랑은 타이밍이야, 생각할 시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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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씨가 널 계속 좋아하고 붙잡을 거 같아? 한순간이야,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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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그냥 쓸모없는 종이인 줄 알고...!"

"이거 오늘 안에 보내야하는데 어떻게 할 거야?"

"그게..."

"아, 그러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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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만들어, 아니면 s회사 가서 무릎꿇고 빌든가."

"...네?"

"왜? 못하겠어? 너 하나 때문에 피해본 사람이 몇인데?"

"못하면 주는 일 가만히 앉아서 하든가, 왜 설치고 그래?"






종이 분쇄기에 아주 중요한 계약 서류를 정여주가 넣어 갈아버렸다. 여주 혼내기 싫었는데.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았는데. 상처받은 저 눈을 보니 내가 다 아팠다. 하지만 날 위해서, 내가 아프고 힘들지 않기 위해서 멀리하기를 택했다. 난 외적인 모습만 바뀌었지, 아직도 그 시절 찌질이 김태형이다.





"...죄송합니다.."

"가서 무릎 꿇을게요, 저 때문에 피해봐서 죄송합니다.."

"...그래, 너가 알아서 수습해."

"자리로 돌아가서 일해. 앞으로 이쪽은 얼씬도 하지 마."

"..네."





타악-





쨍그랑-





"..아...!"

"윤팀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주울게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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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시발, 손 안 떼?!!"

"..! 죄송합니다... 대리님..!"





여주가 자리로 돌아가다 윤팀장이랑 부딪쳤다. 그 바람에 윤팀장 손에 있던 머그잔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정여주는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맨 손으로 산산조각 난 유리를 그대로 주으려고 했다. 이렇게 화내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정신없는 머리와 덜덜 떨리는 손을 보아 맨 손으로 주으면 백퍼 어디 하나 다쳤을 것이다. 정여주 얘는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는 거야. 정여주 너가 다치면 나도 아픈데.





"하... 넌 가서 일이나 해, 내가 치울테니까."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방해나 하지 마."

"너 같은 애가 뭘한다고 회사에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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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한 번만 더 사고치면 넌 해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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