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책임져요, 대리님
"..임신..이요...??"
"네~ 여기 이 작은 게 아기집이에요."
"자리 예쁘게 잡았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배가 안 불렀다고 안심하지 말고 과한 행동은 자제하세요."
임신이라니... 임신이라도 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은 했지만 정말 임신을 했다는 게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부부도, 애인도 아니고 어쩌면 남보다 못한 사이일텐데 김대리님과 생긴 아니라는 게... 김대리님에게 말하면 무슨 반응일까. 지워라? 내 애가 맞냐? 혼자 알아서 키워라? 뭐가 됐든 그냥 두려웠다.
"..미쳤지, 진짜..."
"..어떡하지... 김대리님께 말할 깡이 없는데..."
"..실수여도 생긴 애니까 키우고 싶은데.."
"...아빠자리까진 안 바라니까 돈이라도 달라고 해..?"
"..조심할 걸... 왜.. 왜 그런짓을 해서는...."
눈물이 났다. 임신까진 어떻게든 내가 낳아서 잘 키우면 되는데, 내 아이는 아빠 없는 소리를 들어야할까 봐 겁이 났다. 제대로 된 연애도 해본 적이 없는데 사랑하는 사람 만나지도 못하고 애만 키워야 하는 것도 억울했다. 내 잘못도 있기에 김대리님께 따지지도 못하겠고... 그냥 너무 막막했다.

"정사원! 몸은 괜찮아??"
"오늘까지 쉬어도 되는데.."
"...저 괜찮아요..ㅎ"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ㅎ"
애가 내 배속에 있다는 걸 인지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감수성이 풍부해진 거 같다. 회사사람들이 이렇게 따수웠나 싶기도 하고, 눈이 화끈해지는 게 느껴졌다. 이젠 이 회사도 떠나야겠지. 남편, 아빠를 해주지 않을 김대리님을 마주할 자신이 없으니까.

"...몸 괜찮은 거 맞아..?"
"..네."
"...피곤해 보이는데 집에 가, 일은 내가 대신 할게."
"아니면.. 달달하게 커피라도 타줄까?"
"..괜찮습니다."
평소엔 불러도 무시하던 김대리님이 내가 아프다는 이유 하나로 다정한 얼굴, 다정한 목소리로 걱정해주고 있다. 이렇게 챙겨주는 척하면서 막상 내가 김대리님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면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보겠지. 안그래도 날 싫어하는데 욕한바가지 하려나.
"김대리님, 저희 얘기 좀 할래요..?"
"정말 중요한 얘기에요."
"..지금?"
"계속 저 피하셨잖아요, 지금 아니면 또 피할 거면서."
"...그래."
언젠가 말해야될 거, 김대리님을 향한 내 마음이 더 커지기 전에 얼른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있었던 일이 창피하고 부끄러운지 계속 피했는데 지금이 아니면 김대리님과 말하기 어려울 거 같았다. 어차피 난 곧 떠날 거니까. 어차피 김대리님은 날 좋아하지 않으니까.
"..저희 그때 회식하고 김대리님이 저 데려다주셨잖아요."
"..응."
"제가 술도 마시고해서 미쳤었나봐요."
"..그때 일은 사과드리고 싶어요."

"...이렇게 직설적으로 얘기할 줄은 몰랐네."
"나도 미안, 얘기를 해야했었는데 무작정 피해다녀서.."
"..김대리님, 제가 정말 하고싶은 말은요..."
"저 임신했어요, 김대리님 자식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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