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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뭔데? 뭐냐고!!!!!"
사랑스러운 얼굴의 여자가 허공을 보며 소리를 지르고있다.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미쳤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꼴 이었다. 그녀도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은 없다.
"왜 로그아웃이 안 되는 건데..!!!!!!"
사건은 내가 미연시게임을 시작한 것이었다. 새로 나온 19금 역하렘 로판 미연시라니, 아주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남주들도 모두 잘생겼고, 스토리 구성도 맘에 들었다.
"와, 일러스트레이터 갈려나갔겠는데. 씬도 개쩔어."
문제는 게임의 난이도였다. 엔딩까지 5시간의 플레이 타임울 가진 미연시였는데, 대부분, 아니 내가 깬 모든 엔딩이 데드엔딩이었다. 그것도 50가지나 되는!

"와, 미치겠다. 이 새끼 이걸 배신때린다고?"
"이거 분조장 아냐? 이래서 부잣집 애들은 안돼.."
"아 씨, 복상사 미쳤나봐!!! 게임 잘 즐기고 있는데!!!"
심지어 모두 다른 종류의 데드엔딩이었다. 아무래도, 복상사 당하는 엔딩은 모든 공략 캐릭터들에게 있는것 같다...

"하... 진짜, 마지막으로 해본다. 제발 마탑주 엔딩..! 아니, 다른 것도 좋아.. 배드엔딩도 좋아.. 그니까 데드엔딩 그만 떠.."
그렇게 다시 시작을 눌렀다.
[경고 :: 회차를 다시 시작 하시겠습니까? 회차를 다시 시작 할 경우, 캐릭터의 모든 기억이....]
"아 됐고, 예스."
[플레이어가 게임을 시작합니다!]
경고문은 읽어보지도 않은 채.
[플레이어의 히든 업적이 활성화 됩니다!
히든 업적: ■■■■]
"...어...?"
[게임에 저##&>속합×<&*]
.........
그렇게 게임 속의 여주로 빙의해버렸다.
그래, 로판 처돌이가 빙의, 그것도 악녀나 엑스트라 따위가 아닌 여주로 빙의 했는데 싫어할 이유가 어디있냐고?
보통 그런 빙의를 하면 미친놈이 몇 없다. 보통 곱게 미치면 남주, 나쁘게 미치면 악역이 되는 식이지. 근데 여기엔 나쁘게 미친 남주들이 7명이다. 7명의 미친놈이 나에게 붙는다는 것이었다.

"좆됐다...."
심지어 게임처럼 모든 버튼이 있는데 딱 하나의 버튼만 오류가 생겼다.
[현재 오류로 인해 로그아웃 사용이 불가합니다.]
오류가 생겨도 하필 이거... 진짜 하필... 게임으로는 내가 죽는게 아니니 재미있었지만, 그 고통을 느끼고 싶은 자는 단언컨데 아무도 없을 것이다.
"로그아웃하면 나갈 수 있겠지, 그 전까지 좀 둘러보자.."
주변을 둘러보다가 옆에 놓여져있는 음료수를 황급히 치웠다.
[데드엔딩, "효과가 강한 미약 먹고 중독증세로 사망"이 비활성화 됩니다!]
[데드엔딩, "효과가 강한 미약 먹고 육체관계 중 복상사"가 비활성화 됩니다!]
[데드엔딩, "효과가 강한 미약 먹고 효과가 너무 강해 기절하다 머리박고 사망"이 비활성화 됩니다!]
... 이런 미친 게임..

"뭔 이딴게... 미약 하나에 데드엔딩이 3개나 있다고?"
왜 그렇게 데드엔딩이 떴는지 알 것 같았다, 50개면 많이 뜬 것도 아니었네...
나는 위에 버튼들을 실험삼아 눌러보았다.
-상태창-
이름: 실비아 아므리엔 (플레이어)
업적: (히든업적, ■■■■)
칭호: 없음
스킬: 치유의 힘
체력: 99/100
명성: 0
-현재 호감도 현황-
??? / ♡♡♡♡♡
??? / ♡♡♡♡♡
??? / ♡♡♡♡♡
??? / ♡♡♡♡♡
??? / ♡♡♡♡♡
??? / ♡♡♡♡♡
??? / ♡♡♡♡♡
-퀘스트-
[(고정) 남주들의 호감도를 올려보자!]
난이도: F~SSS
[(new!) 남주들을 만나보자!]
난이도: F
실수로 너무 많이 눌렀다. 아이코. 그 중 퀘스트가 열어보라는 듯 반짝 거리며 빛나고 있다. 나는 대충, 아니 가볍게 스킵하고 일어났다.
"인벤토리에 <효과 좋은 미약>을 추가한다."
게임과 완전히 똑같았다. 적어도 로그아웃 전까지는, 이곳에서 실비아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시스템이 뭐하는 새끼인진 모르겠는데, 이번에야 말로 클리어 해주지!"

벌컥!
"실비아님, 오늘은 일찍 일어나셨군요."
내가 여기 주인인데 노크도 없이 한 여자가 들어왔다. 이게 다 명성이 낮은 탓이다..
> 응, 좋은 아침.
> 감히 내 방에 노크도 없이 들어와?!
>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역시나 이제야 게임이 시작했는지 선택지가 떴다. 마음같아선 2번이지만..
"응, 좋은 아침."
내가 착해서 참는다. 절대 데드엔딩 때문이 아니라!
"오늘은 황후폐하께서 초대한 티파티에 가셔야 합니다. 어서 준비하셔야 해요."
"아, 알겠어."
"황후폐하께 드릴 꽃을 준비하겠습니다."
"아니, 내가 준비할게."
[???의 호감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뭐야, 너 누구야.
"맞다, 제 이름을 소개해드리지 않았군요. 저는 아리엘 레파어드입니다. 아리엘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래, 너가 새로 선발 된 시녀장이지? 얘기 많이 들었어."
-상태창-
이름: 아리엘 레파어드 (시녀장)
작위: 남작
나이: 22세
체력: 79/100
특이사항: 싸가지 없다. 친해지면 명성을 올릴 수 있을 듯 하다.
얘기는 들은 적 없지만, 워낙 튜토리얼 기본캐다 보니 알고있다.
아리엘은 낙하산으로 들어온 시녀로 단번에 시녀장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지 주제도 모르는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명성이 높고 친해질 경우에는 도움도 주는 캐릭터이다.
"아리엘, 뭐해? 날 도와야지."
"아. 알겠습니다."
일단은 얘보다 내가 곧 만날 첫 남주부터 신경써야겠다. 그게 더 중요하니까.
그나저나 황후한테 줄 선물로 뭐가 좋을까?
-퀘스트! 황후에게 선물을 줘 보자!-
이 나라에서 두번째로 강한 권력을 가진 황후! 그녀에게 잘 보이면 좋은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녀가 좋아할 선물은 고르기 위해 단서를 수집해볼까?
단서 001/ ??
단서 002/ ??
단서 003/ ??
성공 - 명성 50, 황후의 소원권x1, 황후의 측근 칭호 획득
실패 - ????
난이도: F
퀘스트다. 이 퀘스트의 짜증나는 점은 황후가 마음에 드는게 매번 바뀐다는 것이다. 그래서 리셋해도 단서를 꼭 모아야 클리어가 가능하다.
"아, 귀찮게."
황후를 만나기 까지 5시간, 그 안에 단서를 모아 선물까지 사야했다.

"아리엘, 백작님께 날 안내해줘."
"... 죄송하지만 준비가 먼저입니다. 폐하의 티파티에 가기 위해 채비를 하려면 시간이.."
"아리엘."
역시, 아리엘은 멍청하다.
"누가 네 주인이지?"
"...."
"아리엘, 시녀장이 되었다고 날 막 대하면 안 되지, 나는 네 주인인데."
"죄송합니다."
"아버지도 어리석으시지, 겨우 남작의 돈을 받아먹을 정도로 돈이 궁한건 아닌데."
"...! 아, 아닙니다! 전 그런적이.."
아리엘은 당황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고개를 푹 숙였다.
"...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리엘, 나는 똑똑한 사람이 좋단다."
나는 대충 근처에 있던 목걸이를 던져 주었다. 그러자 아리엘의 안색이 변했다.
"아까 일은 죄송합니다. 빨리 안내 해드리겠습니다."
"응. 알겠어 아리엘."
나는 일어나서 아리엘의 안내를 따라 갔다. 이곳의 실비아, 그러니까 나는 백작가문의 영애일뿐이다. 이런 내가 남주들과 엮이는 이유는 나에게 있는 능력 때문인데, 타액이 섞이면 상처를 없앨 수 있는 능력이다.
그래, 이 빌어먹을 능력이 이 게임을 19금으로 만들고, 남주들이 집착하게 만들고, 나를 고달프게 만드는 이유다.
안타깝게도 치유의 능력은 나에게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실비아는 매우, 아니 잡몹 재채기에도 죽을 정도로 약하다. 이 몸뚱아리로는 공략은 커녕 숨만 쉴 수 있다.
"다 왔습니다. 실비아님."
"응, 아리엘은 여기서 기다려."
나는 백작을 만날 것이다. 이 가문의 주인이자 처음으로 만날 남주 말이다.
끼익-
"아므리엔 백작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이군요."

"실비아? 네가 지금 여기에 왜 있지?"
-상태창-
이름: 김석진 아므리엔 (백작)
작위: 백작
나이: 25세
체력: 45/100
특이사항: 실비아의 오빠. 실비아와 닮은 점이 없다. [잠김]
호감도: ♡♡♡♡♡
공략조건: [잠김]
엔딩: [잠김]
*현재 공략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황후에게 선물을 줘보자!' 퀘스트 클리어 후 공략 가능합니다.
아므리엔 김석진, 그도 공략 캐릭터이다. 물론 스토리상으론 내 친오빠긴 하지만.. 19금 게임에선 그딴 개연성은 없다.
"부탁드릴것이 있습니다."
"너는 지금 여기에 있어선 안 된다. 티파티에 갈 준비나 해라."
['아므리엔 김석진'의 호감도가 하락합니다.]
* 공략 불가한 캐릭터의 호감도가 하락할 경우 공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백작가 지하의 열쇠를 주십시오."
"다시 한 번 말하겠다. 돌아가라."
['아므리엔 김석진'의 호감도가 하락합니다.]
* 공략 불가한 캐릭터의 호감도가 하락할 경우 공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분명히 달라고 말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돌아가라."
['아므리엔 김석진'의 호감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 공략 불가한 캐릭터의 호감도가 하락할 경우 공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딴 사이가 어딜봐서 남매란 말일까.. 원수한테도 이런 대접은 안 할 것 같다.
어차피 근친은 싫어하니 잘 됐다. 이 새끼는 공략 안 할거다.
"송구하지만, 열쇠를 주십시오."
"더 해보거라. 기사를 부를테니."

"당신이 사생아라는 것을 알리더라도 말이지?"
[현재 플레이 중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밝혔습니다!]
[전개 상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때, 세상이 흑백으로 뒤집혔다.
[※경고 - 데드엔딩 근접. 계속 하시겠습니까?]
그래, 이럴 줄 알았다.
"예."
파아앗-
화면이 밝아지고, 내 목에는 검이 겨누어져 있었다. 보나마나 내 오빠라는 놈이었다.

"네게 그 말을 한 자가 누구지?"
"왜 누군가 말했다고 생각해? 당신의 사랑스러운 동생의 알 권리는 없는거야?"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아라. 나는 아므리엔 백작가의.."
"아므리엔 백작가의 순수혈통은 나야. 너는 사생아고."
나는 칼이 목에 겨눠진채로 애써 말했다.
"제국법 4조 8항, 사생아는 가문의 수장이 될 수 없다.
"닥쳐라."
"이를 위반할 시, 작위 박탈과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나는 사생아 따위가 아니다. 입 조심해."
"아니? 넌 사생아가 맞아."
"... 그래, 내가 사생아가 맞다고 치지."
화면의 빨간불이 미친듯이 깜빡였다. 데드엔딩에 근접했다는 신호였다.
"내가 널 여기서 죽여버린다면, 아무도 알 수 없겠군."
"나만 그걸 알고 있다고 생각해?"
나에게로 오던 칼이 순간 멈추었다. 빨간불의 깜빡임도 서서히 느려졌다.
"계약을 하자, 김석진. 나와 계약하면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게 해줄게."
이 쪽의 빨간불이 꺼진 대신, 저쪽의 빨간불을 켜려는 시도였다. 누가봐도 함정인듯한 말.

"계약 내용을 말해라."
[계속할 경우 '김석진 아므리엔'이 당신의 귀속이 됩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그는 그 함정에 기꺼이 놀아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