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카로운 총성이 울려퍼졌다.
개미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어두운 골목 안, 한 남자의 숨결이 서서히 멎어가고 있었다.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코앞까지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에도 피식- 웃는 남자. 가만 보기에도 퍽,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나의 세상은 온통 잿빛이었고, 너는 그런 내게 한 줌의 환기였다. 과분하기 그지없는 너의 걸출함은 너무나도 빛나서, 오히려 그 빛을 지켜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해버렸다. 개호주만도 못한 새끼들에게서 너를 지켜냈지만, 정작 그런너의 목을 물어버린 건 나였다.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너를 바라보며 그동안 느꼈던 감정은 한순간의 꿈처럼 어그러지고, 네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한마디의 유언과도 같은 그 말은 나를 짐승보다도 못한 혐오감으로 채우기에 충분했다.
"... 가."
"... 이제 가."
어렴풋이 떠오른 너의 잔상이 동공을 흔들리게 했다. 점차 흐려져가는 의식을 붙잡고, 혈흔이 묻은 와이셔츠를 찢어 어설프게 상처를 틀어막았다. 위에서부터 올라오는 철분내가 제법 진해지는 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병X같다. 그치."
"이럴 줄 알았으면 너 먼저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진짜 병X같다 민윤기."
남자는 제 이름을 되니이며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물줄기를 쏟아냈다. 손으로 액체를 닦아 낸 그 자리에는 끈적하리만치 기분나쁜 농도의 검붉은 빛이 돌았다. 아, 이제는 제 몸뚱아리도 병신 같은 주인을 못 받아주는구나. 헛웃음이 새어나온 그가 서서히 눈을 감았다. 이 세계에 대한 원망인지 자신에 대한 후회인지, 혹은 그리던 그녀에 대한 미련인지 모를 독백이 살풋이 떨어진 입술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사랑, 사랑인가?'
'너에겐 사랑이었을까?'

"... 아."
점차 몸이 제 기능을 잃어가는 게 느껴졌다. 극심한 두통이 뇌를 쑤셔대어 이젠 너의 희미하던 환영마저 사라져버렸다. 더 이상의 작은 움직임조차 그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때. 이내 체념한 듯한 그는 운명에 몸을 맡기고 차가운 땅 위에 자신을 떨어트렸다.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이고도 쓰라린 영혼이 제 육신을 떠났지만, 그는 한참동안 주위를 맴돌았다.
한때 자신이었던 바보 같은 한 남자를 위로하는 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