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치료가 가능한가요

09ㅣ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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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ㅣ혼잣말








나는 김석진 교수 님 방으로 향했고, 교수 님 방 앞에서 머뭇 거리며 서있었다. 노크를 하고 들어가야 하지만 왠지 손이 올라가지 않았고, 계속 머뭇 거리다 돌아가려 했지만 뒤에서 들리는 교수 님의 목소리에 몸이 굳었다.

“윤서아.”

“… 네? 교수 님이 왜…”

“너 왜 깁스를 하고 있냐, 크게 다쳤어?”

“아… 금 갔대요, 실금.”

“야… 너 당분간 못 나오겠네?”

“아니에요, 저 할 거예요.”

“하다 못해 환자 진료라도 볼 거예요, 포기 못 해요.”

“… 고집 하고는, 그래도 그런 자세 좋다.”

“근데 난 반대야, 네 건강이 더 중요해.”

“들어가서 쉬어라, 나 이런 기회 얼마 안 주는 거 알지?”

“원래 레지던트 그런 거 없었으니까 예전대로 하면 돼, 넌 못 잔 잠이나 푹 자고 쉬어라.”

“… 감사해요, 교수 님.”

“됐어, 나 때문에 놀라서 다친 건데 뭐.”

김석진 교수 님은 그 말을 하며 나를 향해 웃어주었다. 그 웃음에 나는 또 한 번 치이고 심장이 요동쳤으며 얼굴이 화끈해지는 걸 느껴 도망치듯 휴게실로 갔다.

매일이 바쁜 병원이라 그런지 휴게실에서 쉬는 의사는 나 하나였고, 비치되어 있는 작은 간이 침대에 누워 할머니를 생각했다. 일할 때 빼고는 내 생각을 꽉 채워주는 할머니, 할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지옥 같은 생활에 한 줄기의 빛이 되어준 할머니가 너무나도 보고싶었다. 내가 학창시절일 때는 공부에 미쳐있었지만, 원했던 의사가 된 지금은 일에 미쳐있었다. 하지만 내가 미쳐있던 일을 못 하게 된 지금은, 할머니 생각으로 내 머리가 가득 채워졌다.

“… 할머니, 전에 내가 교수 님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고 했잖아.”

“근데 이제는 교수 님 때문에 너무 행복한 것 같아.”

“너무 모순적인 감정이지만… 나 교수 님이 좋아.”

“이런 마음 먹으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내 마음은 뜻대로 안 돼, 원래 사랑하면 이런 거야?”

하늘을 바라보며 할머니에게 내 감정을 솔직히 얘기하는 것, 남이 보면 혼잣말 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지금. 나는 여느때와 같이 할머니를 생각하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 얘기를 듣고 있었는지 상상조차 못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