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치료가 가능한가요

41ㅣ2차 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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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ㅣ2차 교통사고








평화로운 출근길. 일이 있어 집에 들렀다가 병원으로 향하는데 뒤에서 굉음이 들렸다. 사람들은 그 굉음에 웅성거리며 신호등에 모여있었고, 나 또한 신호등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어린 아이 한 명이 승용차와 충돌해 쓰러져 있었다. 그 승용차는 조금 머뭇거리는 듯 싶더니 도망가 버렸고, 나는 재빨리 번호판을 찍은 뒤 어린 아이에게 다가갔다.

어떤 분이 119에 신고하는 모습을 본 뒤 나는 교수 님께 전화를 했다. 교수 님은 바로 받으셨고, 나는 상황설명을 하며 아이를 보았다.

“교수 님, TA 인사사고인데 TPR이 온전치 않아요.”

*TA: 교통사고
*인사사고: 사람 대 차로 교통사고가 난 것
*TPR:

“어린 아이예요, 한… 10살 정도.”

“NS랑 OS로 가야할 것 같은데, 머리를 많이 다친 것 같고… 뼈가 으스러진 것 같아요.”

*NS: 신경외과
*OS: 정형외과

“지금 도로 위야? 넌 안 위험하겠어?”

“아이를 옮길 수가 없어요, 도로 끝 쪽이라 괜찮을 거예요.”

그때 구급차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교수 님의 전화를 끊지 않은 채 구급대원에게 다가가 상황을 전부 설명했다. 구급대원은 나에게 의사냐 물었고, 나는 흉부외과 의사라며 급한 상황이라 대답했다. 구급대원은 알겠다며 아이를 차에 태웠다.

“교수 님, 아이 차에 탔어요.”

“다행이네, 이제 그분들이 알아서 해주실 테니까 넌 얼른 병원으로 와.”

“네, 얼른 갈게…!”

아이가 탄 구급차만 바라보며 교수 님과 통화를 하다 무심코 도로 쪽으로 향했고, 2차 교통사고의 주인공은 내가 되었다. 내 몸은 공중으로 떠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으며, 핸드폰은 멀리 떨어져 전부 깨진 게 보였다. 불행 중 다행인지 구급차는 아직 출발 전이었고, 나를 본 구급대원들은 신속히 동료에게 전화하는 것 같았다. 웅성거리던 사람들은 더욱 시끄러워졌고, 그 소리는 내게 잡음처럼 들린 뒤 시끄러운 이명이 더해졌다. 시끄러운 이명에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인상을 찌푸렸고, 그대로 점점 의식을 잃어갔다. 할머니가 말한 불행이, 이거였나.

아이 하나를 살리고 내가 가는 건가, 우리 교수 님은 어떡하지. 레지던트가 얼마 없는 우리 흉부외과는 어떡하지, 세린 언니가 전부 해줄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이 들다 결국 기억도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