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치료가 가능한가요

46ㅣ기쁨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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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ㅣ기쁨의 눈물








그렇게 서아가 의식을 잃은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야속하게도 서아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상태만 더욱 악화되었다. 시간이 약이다, 라는 말은 서아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독이 되었다.

나는 그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약에만 의존하며 살아왔다. 서아가 이런 나를 본다면 잔소리를 하겠지만, 잔소리라도 들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지금은 그 잔소리도 듣지 못한다는 사실이 참 비통했다.

수술하는 도중 걸려온 전화. 수술복 안에 있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느껴졌고, 애써 무시하며 수술을 이어나갔다. 꽤 중요한 수술이었기에 한 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수술할 때 만큼은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임했다. 그게 의사로서의 도리니까. 하지만 계속 울려대는 전화에 점점 짜증이 치솟았고, 옆에 있던 보조가 핸드폰을 들어보니 서아가 있는 병원이었다.

원래 수술 중에는 같은 병원에서 들어온 급한 전화가 아니면 받지 않는다. 하지만 서아의 병원이니 심장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또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올까 봐, 저 전화를 받으면 수술에 더이상 집중하지 못할까 봐. 나는 긴 수술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렸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상념이 스쳐지나갔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안 좋은 말을 들으면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신호음이 갑자기 끊긴 뒤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와는 다르게 꽤나 흥분된 목소리였다.

“환자분, 서아 씨가 일어났어요!”

“…”

그 말을 듣고 아무 말 없이 한동안 벙쪄있었다. 왠지 모르게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고, 그 눈물은 멈출 새가 없었다. 내가 아무 말도 안 하니 간호사 분은 여보세요라고 말했고, 나는 울먹이며 대답했다.

“… 그게 정말이에요? 우리 서아가 일어났어요?”

“네, 진짜 기적같은 일이에요!”

“… 감사해요, 너무 감사합니다.”

나는 항상 환자의 보호자분들께 감사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이 간호사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하지만 보호자로서 감정은 확연히 달랐다. 기쁨, 울컥함, 황홀함 등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알 수 없는 감정을 만들어냈다.

나는 바로 다음 수술들을 캔슬한 뒤 서아가 있는 병원으러 달려갔다. 의서로서 도리를 안 지킨 것이 맞다. 하지만 나는 지금 보호자의 신분이 더 중요했다. 다음에 잡혀있는 수술들은 그리 급한 게 아니었기에 더욱 수월했다. 나는 잠시 의사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보호자라는 타이틀을 걸어 병원에 도착했다.

서아는 침대에 누워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으며, 나를 보더니 표정이 환해졌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았으니 근육이 굳어 움직일 수 없는 듯 보였다. 나는 바로 서아에게 달려가 손을 잡았다. 서아는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괜히 나 때문에…”

“뭐가 미안해, 나는 일어나줘서 고마운 걸.”

“그래도… 내가 교수 님 기다리게 했잖아요.”

“결국 일어났잖아, 고비도 많았는데.”

“다 교수 님 덕이에요, 나 의식 없을 때도 교수 님 생각만 하면서 버텼거든요.”

“물론… 나는 꿈 꾼 것 같지만, 잠시 봤어요… 교수 님이 내 손 부여잡고 우는 거.”

“교수 님 그렇게 우는 거 처음 봤어요.”

“네가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 당연하지…”

내 눈에서는 눈물이 한 방울 흘러 서아의 손등에 안착했다. 의연한 척 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건 슬픔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다. 평소 흘리던 눈물과는 반대인, 행복한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