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치료가 가능한가요

49ㅣ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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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ㅣ충고








나는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전부 나은 게 아니고, 후유증도 남아 있어 꽤 힘든 상태지만 열의만을 가지고 일 했다. 옆에서 교수 님도 많이 도와주셔 관철했다.

매일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하자니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았지만 그것마저 좋았다.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행복. 기간상으로 따지자면 나는 어느새 레지던트 4년차 막바지였다. 하지만 그 기간동안 누워만 있었기에 사실상 4년차는 아니었다. 나는 내 실력을 자부했기에 4년차 막바지를 달리고 있는 지금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부하는 건 좋은 것이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고 했다. 그 자부는 나에게 독이 될 수 있으니. 항상 내 실력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는 교수 님의 당부였다. 교수 님은 의사로서 고문한 사람이었기에 나는 매일 교수 님의 지시대로 따랐다. 교수 님의 말을 들어 나쁠 건 없었다. 전부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었으니.

하지만 그런 교수 님의 충고가 화살이 되어 내 심장에 꽂히는 일도 빈번했다. 그런 말이 꽂힐 때면 내 마음은 황량해지는 것 같았다. 교수 님이 나를 생각해 해주는 말인 건 나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상처 받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네 실력을 자부하지 마.”

“잘하는 편은 맞지만, 자부할 정도는 되지 않아.”

“항상 네 실력을 의심해, 그리고 더 공부해.”

“나를 따라잡고 싶다며, 그럼 더 노력해야지.”

“레지던트 4년차라고는 하지만, 너 사실상 그 정도 스펙 안 되잖아.”

“진짜 4년차가 되고 싶으면 더 노력해, 이건 남자친구가 아니라 흉부외과 교수로서의 충고야.”

그  말은 내가 실력이 부족하다는 말로 해석이 되었다. 물론 교수 님의 말은 그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실력을 더 향상시켜 최고의 흉부외과 의사가 되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나도 안다, 교수 님이 나를 위해 해주신 말씀인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상처가 되어 돌아올 뿐이었다. 교수 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가슴에 정통으로 꽂히며 자존감이 낮아졌다. 교수 님은 항상 내게 자존감을 불어넣어주고 자신감을 얻게 해주는 존재였다. 교수 님이 미워지는 내가 편협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연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 말을 듣고 자극을 받기는 커녕 더 무기력해졌다. 교수 님이 원하는 내 모습은 이런 게 아닐 텐데. 아직 아픈 나에게 뼈 저리는 말을 선사해준 교수 님에 마음이 비통했다. 지금까지 내 실력을 자부하며 초연하게 살아왔던 것이 전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남자친구가 아닌 교수 님의로서 충고. 나에게 필요한 말이었다. 죽음의 고비까지 넘고 온 나에게 훅 들어온 교수 님의 충고는 비수를 꽂았다.

죽음의 고비를 넘긴 후 그보다 더한 불행은 없을 거라 예상했다. 할머니도 그 불행만 넘기면 행복이 찾아올 거라고 하셨으니까.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그저 나를 안심 시켜주려고 했던 말이었나. 교수 님과의 사이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저 내 감정 하나로 인해서. 어느새 감정도 컨트롤 못하는 의사가 된 나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 나에 대한 자존감도 뚝뚝 떨어져갔다.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안 좋게 보였다. 그 중 한심한 나 자신이 가장 통탄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