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치료가 가능한가요

50ㅣ익숙하지만 낯선 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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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ㅣ익숙하지만 낯선 그 남자








삶의 이유 없이 무기력하게 있는 나를 보며 교수 님은 나를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게 교수 님 때문인 줄도 모른 채. 실의한 나를 보며 교수 님은 뒤에서 챙겨주기만 했다. 요즘 나와 멀어졌다는 걸 교수 님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황량한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건 아무도 없었다. 앞이 아닌 뒤에서만 나를 위로해주는 교수 님도 미웠고, 나 자신도 미웠으며 이 세상 모든 게 미웠다.

그렇게 나는 점점 삶의 이유를 잃어갔다. 실의하며 살아가는 도중, 당직을 서다 익숙한 실루엣을 보았다. 교수 님도, 세린 언니도 아니었다. 익숙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디선가 본 듯 했지만 그게 어딘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만 주시하며 걷다 나도 모르게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에 내 무릎에는 생채기가 생겨 피가 흘렀다.

아무도 나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무도 나를 일으켜주지 않았다. 회의감이 들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지만 결연한 마음을 가지고 일어나려고 했다. 바닥에 손을 짚으려던 찰나 부옇게 흐려진 내 시야에 손 하나가 보였다. 나는 눈물을 훔친 뒤 고개를 들었고, 교수 님이 있을 줄 알았던 내 앞에는 익숙했던 그 남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피 나는데…”

“제가 알아서 처치할게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보호자분이세요?”

“아… 네, 맞아요.”

“서아야!”

그 남자와 대화하던 도중 뒤에서 들리는 교수 님의 목소리.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교수 님은 내 무릎을 보더니 바로 달려왔다. 교수 님은 나를 걱정하는 눈치였고, 생채기를 만지려던 손을 내쳤다.

“… 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아니야, 예민하면 그럴 수 있지.”

“제가 처치할 수 있어요, 교수 님 수술 안 들어가세요?”

“어, 어… 들어가야지.”

나는 교수 님께 해사한 웃음을 지어주고는 휴게실로 향했다. 물론 그 남자에게 인사도 빼먹지 않았다. 나는 휴게실에서 처치를 하며 그 남자가 누구인지 계속 떠올려보았다. 떠오르지 않아 곤혹스럽기만 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랐다, 그 남자가 누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