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롭다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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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롭다


w. 앙탈 

























. 2화 .





















침묵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 수상하디 수상한 남자는 눈알을 데구루루 굴리며 뭐라고 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내 심장은 계속 두근거리며 어찌할 바를 몰랐고, 나도 모르게 이 남자의 팔을 계속 잡고 있었다. 정말 집에 들인 게 후회되었다. 한시라도 빨리 내쫓아버리고 싶었다.






“음…. 조직 보스가 뭐야?”


“…네…?”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뭐야 조직 보스는 아닌 건가. 눈알을 굴린 것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그냥 처음 듣는 단어라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모르는 척하는지 정말 모르는지 어떻게 알아. 그래 이건 속셈일 수도 있다고. 모르는 척 순수한 척 다하다가 나중에 잡아먹는…. 어우.






“아…, 책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음. 아무튼. 그건 아니고…. 이 문신은 말이야….”






또 한 번의, 제발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는 침묵이 이어졌고 드디어 고민을 끝냈는지 입을 여는 뱀파이어였다. 고민보다 Go인지 고민보다 Back인지 드디어 알 수 있겠구나.






“그…. 너는 뱀파…이어 알아…?


“알죠. 인간의 피를 먹는 그런 거, 그쪽이 나를 지칭했던 거. …근데 왜요…?”






나는 존나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그 남자를 바라보면서 나에게 오는 질문은 꼬박꼬박 답해줬다. 뱀파이어는 왜 물어보는 거야. 아까부터 계속 뱀파이어냐 뱀파이어냐. 무슨 여기가 소설 속도 아니고 ㅠㅠ 무서워 죽을라 칸다.






“? 인간의 피?……. 너는 내가 하는 말 믿을 수 있어?”


“…아뇨.”


“……. 하…, 그럼 그냥 미친놈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줘.”


“이미 그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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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래…? 그렇구나….”






이 남자는 내 말을 듣고는 풀이 죽은 강아지마냥 몸을 축 늘어뜨리고선 제가 서운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출해냈다. 내 남친이었으면 귀여워 죽었겠지만 이 남자는 뭔가 섬뜩했음. 베놈이 애교 부리는 기분.






“…….”






이 남자는 한참을 고민하고 고민하더니 이내 이거 보라며 자신의 입을 가리켰다. 나는 잠깐 문신을 보느라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그곳을 바라보았고 그 남자는 그제야 자신의 입을 열었지.






“……? 뭐예요."


“아오여?”
(안 보여?)


“아니…. 송곳니가 참 기시네요.”


“……. 뱀파이어니까.”


“……. 장난 좀 그만 치세요.”






이 사람 정말 철이 없는지 술을 마셨는지 정신이 나갔는지 그냥 미친놈인지 아까부터 계속 뱀파이어 뱀파이어 이런다. 슬슬 짜증 날라 그럼. 저 긴 송곳니는 뭐 모형이겠고, 피부 하얀 건 뭐 타고난 것 이거나 화장이겠고 이 빨간 눈은 뭐 렌즈겠고, 그냥 뱀파이어 코스프레한 거로밖에 안 보였다. 당신은 사람이라구 사람. 제발 정신 좀 차리라구.






“뱀파이어 코스프레하셨어요…?”


“아닣…. 진짠데…. 믿어주면 안 돼?”






너 같으면 믿겠냐. 이 미친놈아. 를 마음속으로 반복 반복 반복 그냥 무한 반복해댔다. 정말 입 밖으로 꺼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난 예의 있는 숙녀니까.






“그…쵸….”


“인간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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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 세계 말고 다른 세계가 얼마나 더 많은지.”


“…왜 모르는데요.”






나는 일단 맞장구쳐주기로 했다. 터무니없는 말을 진지하게 할 것 같아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기도 하고 계속 안 믿어줘 봤자 이 남자는 술이 다 깨기 전까지는 절대로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 하, 난 왜 이렇게 착한 거야.






“……. 그건 나도 몰라. 그냥 뱀파이어만 알고 있다고 책에서 나왔어.”


“대체 무슨 책을 읽으셨어요.”


“음…, 그냥 수업 시간에 배운 거야. 과목은 기억이 안 나네.”


“아아….”


“들어봐.”






이 남자는 이 세상에는 인간 세계 말고도 뱀파이어 세계, 반인반수 세계, 인어 세계 이렇게 네 개의 평행우주가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자기는 뱀파이어 세계에서 왔다고. 이게 무슨 개똥 소리일지, 정말 판타지 드라마 속이라도 들어온 기분이었다.






“…. 그럼 동물들을 말을 하는 세계도 있겠네요. 해리 포터 세계도 정말 있겠네요. 아아 그렇구나.”


“해리 포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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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놀리는 거 같다?”


“…아니에요, ㅎ 더 해줘요, 신기한 세계 모험 이야기.”


“세계 모험 이야기 아닌데….”






그렇게 이 남자는 자신의 꿈속 이야기를 계속해주었다. 달이 지고 해가 뜰 때까지. 무슨 얘기 해줬는지는 다음에 알려주는 걸로. 씨발 내일 학교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