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이롭다
w. 앙탈
. 0화 .
[퇴실되었습니다.]
쏴아아 비가 내리는 밤, 나는 요번에 있을 모의고사를 아주 그냥 밟아버리기 위해 다닌 스터디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려던 참이었다.
“…헐. 나 미쳤나봐. 3시 현실이냐….”
나 좀 대단하지 않냐. 아니 대단한 게 아닌가. 이 늦은 시각까지 스터디에 있는 게 걱정된다면 그 걱정 집어치워라. 짜피 내 자취방 바로 옆에 스터디 있어서 집 가는 15초 동안 나쁜 사람만 안 만나면 된다. 15초면 뭐…, 껌이지.
아니 근데 무슨 비는 하늘에 구멍이 뚫린, 이건 너무 뻔한 드립이고, 무슨 구름이 물뿌리개를 먹은 것도 아니고 뭐 이리 새벽까지 비가 주룩주룩 오는지 내 성적도 주룩주룩 비가 내리진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게 만든다. 아, 이 드립이 더 노잼인가.
“비 존나 오네. 슬리펀데…ㅆ”
슬리퍼 신고 비 오는 날 밖에서 돌아다녀 본 적 있다면 진짜 엄청 완전 대박 헐 기분 나쁜 거 알겠지. 나도 그 기분을 알기 때문에 매우 짜증이 난 채 그냥 스터디에서 잘까 고민 한번 했다지. 심지어 나 양말 신었어….
“흐아아암…. 졸려 뒤지겄네.”
사람 입이 하마 입이 될 정도로 하품을 크게 한번 하고 한숨을 크게 한번 쉬고 저 빗길을 향해 나아갔다. 정확히 말하면 이제 나아갈 것. 사실 아직 우산도 안 핌.
그렇게 나는 사랑스러운 내 은신처를 향해 한 발자국 내디뎠다. 그 목소리만 들리지 않았다면,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빗물을 참방 거리며 신나게 갈 수 있었을 텐디.
“저기요.”
그래 이 목소리. 이 목소리만 아니었어도 난 집에 갔을 거라고. 이 구닥다리 낮은 목소리로 바로 옆에서 말해대니 순간 놀래서 소리 지를뻔했지. 다행히 입 밖으로 튀어나오진 않았다.
"뱀파이어예요?"
처음에는 나 부르는 줄 알고 긴장했는데, 그게 아니었네. 어디서 얻어먹은 김칫국물인지, 참 맛있었다. 민망국물도 한 스푼 추가. 근데 뱀파이어라니.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이 사람은 누구한테 이런 요상한 말을 하는 건지 싶었다.
“저기요? 물어봤으면 대답 좀.”
“…저…요…?”
“네. 하얀 땡땡이 우산. 너요.”
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하얀 땡땡이라면…내 우산일 텐데. 내가 마신 건 아마 김칫국물 아니었나 보다. 그래. 나였어. 민망국물 한 스푼 더 추가.
“말해봐, 뱀파이어냐고요.”
“……아닙니다.”
“아닌데, 내가 봤는데.”
뭘 보셨는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뱀파이어가 아니랍니다. 인간입니다 취객님. 제 바로 옆에 계시는지 술냄새가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네요. 아무튼 속으로 온갖 말을 한 난 이상한 말을 해대는 이 사람에게서 얼른 자리를 뜨려고 마무리 인사를 시전했지.
“아니랍니다. 잘못 보-

“…….”
뒤를 돌다 우산이 서로 부딪혀 위로 솟으니 보이는 얼굴. 눈이 참 새빨갛구나. 마치 떡볶이처럼. 아 엽떡 먹고 싶다 생각하다가도 왜 눈이 저리 붉은지 궁금했다. 빨간 렌즈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빛나는 붉은 눈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윽!”
그 빛나는 붉은빛이 대체 뭐였길래, 삽시간에 심장이 아파옴과 동시에 내 몸이 굳었다. 팔다리는 움직이지 않고 단지 두 눈동자만 움직여져 양옆을 왔다 갔다 했지. 황당했거든. 가위눌린 거 마냥 몸이 움직이질 않았으니까.
그렇게 몇 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 자리에서 몸이 굳은 나는 이상하게도 몸이 뒤로 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딱히 고통을 느끼진 않았지만, 딱- 하는 소리도 들렸다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 뒤로 쓰러져서 머리 박았구나.
속으로 좆됌을 알아챘고, 그 뒤로 들리는 건 없었다.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쓰러졌는데 나 이제 어떡해.
“아…진짜…, 뱀파이어가 아니잖아…. 하. 저기요, 일어나 보세요. 저기요. 저기요….”
쏴아아아…
